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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도 글자도 모양도 비슷한 포장, 늘어나는 약사 시름

[기획] 비슷한 제품명·이름, 개선방안 없나(1)

2019-09-26 12:00:23 이우진 기자 이우진 기자 wjlee@kpanews.co.kr

매년 항상 나오는 불만이 있다. 하지만 해결은 요원하다. 유사명칭과 비슷한 포장으로 인한 조제불편 문제다.  의약품이 단순히 상품이 아닌 말 그래도 ‘약’이라는 점에서 정확한 투약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다는 것이 모두의 말이다. 꾸준히 나오고 있는 ‘헷갈리는 의약품’ 문제를 톺아보고 향후 개선책은 없는지 찾아봤다.

 매해 나오는 ‘그 말’
'헷갈리는‘ 포장·이름에 고민만 늘어

매년 대한약사회를 비롯 약사회 각 지부와 분회에서 한 번씩 나오는 내용이 바로 조제 오류 발생 위험품목 조사와 이를 위한 대처다.

이는 국내 약사사회가 그만큼 조제오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약화사고의 위험이 비단 우려에 지나지 않을까. 하지만 결과는 걱정이 기우가 아니라고 말한다. 2017년 보건복지부가 환자안전법 시행 이후 그간 약 세달간 모인 총 3060건의 의료기관의 환자안전사고 자율보고 사례를 분석한 결과, 낙상 및 약물 오류 보고가 전체의 77.7%(2379건)를 차지했다.

이중 약물오류가 전체 자율보고 건의 28%%인 857건에 달했다. 전체 환자안전사고 자율보고 중 두 번째로 많은 수다.

이중 전체 약물오류 보고 중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의 보고가 대부분(94.2%, 808건)을 차지으며 상급종합(512건, 59.7%), 종합병원(296건, 34.5%), 요양병원(29건, 3.4%), 병원(10건, 1.2%), 약국(10건, 1.2%) 순이었다.

약물오류 유형은 의사의 처방시 오류(43.8%, 375건)가 가장 많았고 간호사의 투약 과정에서의 실수(34.2%, 293건)도 있었지만 약사의 조제 오류도 전체의 20%, 172건에 달했다.

이중 약사의 조제 오류는 다른 약품조제(83, 48.3%), 용량 오류(57, 33.1%) 등이 다수를 차지했다. 포장이나 제품명 등이 유사하다는 점을 떠올리면 두 사례는 약을 잘못봐서 생기는 문제다.

약국가는 조제 오류가 일어나는 이유로 여러가지를 지적한다. 그중 상당수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포장과 이름이다.

약국이 보유한 평균적인 전문의약품 갯수를 조사한 자료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적게는 500여개에서 많게는 2500가지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약국의 규모가 크거나 인근 의료기관의 수가 많을수록 자연스레 보유의약품도 늘어나거니와 사실상 재고약화(化)된 수를 포함하면 이보다 많을 가능성도 높다.

의료기관 내 약제부 역시 많게는 4000~5000개 수준의 의약품을 보유하고 있는 탓에 조제오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약업계에서는 최근 제약사의 디자인 변경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 회사의 상징적 요소 혹은 색상이라는 이름 아래 약사의 조제불편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위 사진은 예시를 위한 것으로 특정 사건 혹은 특정 기사와 무관함)


실제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난 2017년에는 검찰이 1심과 2심에서 약국이 임의 대체조제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에서 고의성 없는 약사의 단순 조제실수가 인정돼 검사의 주장을 막아선 바 있다.

상황은 약사는 환인제약의 ‘알프람정0.25mg’ 1일1회 3일분을 받은 처방전을 같은 회사의 ‘졸피람10mg’으로 오조제하면서 시작됐다.

시작된 송사에서는 약사가 유리한 듯 했다. 1심에서 약사가 무죄를 선고받은 것.

하지만 검찰은 항소했다. 당시 검찰은 약사가 알프람정을 졸피람으로 임의 대체 조제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다며 항고했다.

2심 재판부는 △약사가 처방전에 따라 조제한 부분 즉 환자의 부탁을 받거나 증상을 듣고 임의로 약을 조제했던 점이 아닌 점 △알프람정0.25mg의 가격이 1정당 74원인 반면 약사가 잘못 조제한 졸피람10mg은 정당 가격이 이보다 비싼 169원이어서 약사가 약을 임의로 조제할 만한 특별한 이유나 경제적인 이익 등이 있어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알프람정과 졸피람은 모두 환인제약에서 생산하는 약으로 약병의 크기 및 색상이 대체로 유사하고 알약의 색깔 또한 둘 다 하얀색으로 형태와 함량 등에 차이는 있지만 약을 꺼내는 단계에서 이미 착오에 빠져 있었다면 이후 조제하거나 교부하는 단계 등에서 이를 인식하거나 발견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이유 주장은 원심의 판단에 이른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로서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약사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약국가의 고민이 이처럼 실제 사례로 하나둘씩 등장하며 두려움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

약국가는 특히 단위포장 처방을 조제하는 경우 어려움을 느낀다는 입장도 밝힌다.

1개 정제 단위로 조제되는 의약품의 경우는 조금 덜하지만 30정 등 장기복용을 하는 제품을 비롯해 점안제, 블리스터 단위로 박스를 줘야 하는 경우에는 실수가 일어날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최근 회사의 디자인에 맞춰 의약품을 내놓는 곳에서는 더욱 어려움을 느낀다는 약사의 반응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매출 상위 10개 제약사만 봐도 이같은 사례는 심심치 않게 나온다. 디자인이 조제 오류를 부를 수 있다는 내부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국내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일반의약품의 경우 라인업 구축을 위해 비슷하게 디자인을 만들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전문의약품의 경우 약국에서는 구분자체가 어렵거니와 색이나 포장단위 등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 혹 비슷한 제품이 나올 경우에는 약국 입장에서도 항상 조제오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개선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제약사도 할말은 있다
"내부적 노력 지속하고 있다"

약화사고 혹은 '니어미스'(Near-Miss, 약화사고가 일어날 뻔한 것)의 우려가 있지만 제약사 역시 조금은 아쉬운 목소리를 낸다.

국내 제약업계의 경우 제네릭 제품의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은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내 국내 약제 급여목록 중 2만1302개 중 제네릭 의약품은 1만8476개를 차지했다. 전체 목록의 86%가 넘는 수치다.

제네릭 난립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신약 개발에 예상할 수 없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을 감안해야 할 필요 역시 있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신상훈 책임연구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신약 개발에 드는 비용은 △실패 시 비용 △승인 후 발생되는 추가 연구비용 △투자에 따른 기회비용 등을 모두 포함해 최저 적게는 511억원(4300만달러)에서 많게는 3조4466억원(29억달러)까지 들어간다.

외국의 사례라고는 해도 국내 역시 막대한 비용을 감당해야 함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국내 업계 특징상 신약 개발에만 매진할 수 있는 상황도 못된다. 제약바이오의 경우 증권가에서 지적하듯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적인 경제여건) 위주의 투자가 아닌 이른바 도박성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개발 과정 혹은 신약개발에 소홀해 매출을 늘리지 못하면 상대적으로 타 산업 대비 규모가 작은 제약사의 등하락 폭이 커지고 이에 따른 경영 악화가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구비를 얻기 위한 '캐시카우'이든, 기업의 덩치를 키우기 위한 수단이든 간에 제네릭 출시가 어느 정도는 이어져야 한다.

자연스레 전문의약품 등에서 비슷한 제품이 나오고 유사한 포장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기반에 내려앉은 이유 말고도 제약사의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네릭이지만 특정 제약사의 이미지를 담아야 하기 때문에 디자인을 유사하게 만들되 조제 오류를 줄일 수 있도록 제약사 역시 고심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색을 통한 구분. JW중외제약의 암로디핀/올메사르탄 복합제인 '올멕포스정'은 주성분 함량 표기를 다르게 해 조제 실수 요소를 막으려 한 사례다.

보령제약이나 유한양행 등도 제품 디자인을 변경하면서 그동안 새로 사용하지 않은 색을 사용하거나 각 치료제별 법칙에 맞춰 색을 정하는 형태를 사용한다.

한미약품이나 대웅제약 역시 동일 제품의 경우 함량이 다를 때 색을 통해 이를 분간할 수 있도록 했다. 

한미는 혹시나 같은 제품 중 새 성분을 더하는 '플러스'를 붙이면 이를 마크로 넣어 기존 약과 다르게 보이도록 했다. 한미의 '아모잘탄플러스정'은 기존 포장과 비슷해보이지만 플러스라는 문구 뒤에 반투명한 붉은 색 '+' 표시를 넣고 각 용량별 라벨의 색을 변경했다.

글자나 병을 다르게 하는 경우도 있다. 대웅제약은 각 주성분에 따라 플라스틱 병의 형태를 달리하고 있다. 메트포르민과 아토르바스타틴을 넣은 '리피메트서방정'은 메트포르민이 500mg 함유될 경우에는 뚜껑의 지름이 병의 지름과 동일한 것을 사용하고 메트포르민이 500mg 이상 함유될 경우에는 지름이 더 큰 병을 사용한다.

이 밖에도 뚜껑의 형태를 안전열림 방식(뚜껑을 누른 뒤 열어야하는 개봉형태. 아동의 사용을 막기 위한 제품에 주로 쓰인다)으로 할지 뜯음식 포장(뚜껑과 붙어있는 플라스틱 띠를 분리해야 쓸 수 있는 개봉형태)으로 할지, 뚜껑에 색을 입힐지, 용량이 큰 제품일수록 함량 표기란의 채도를 높일지 등을 통해 조제 불편을 덜 유발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국내 한 제약사 관계자는 "약사사회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비롯해 내부적으로 조제 사고를 줄이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약국가가 '부족하다'고 느낄만한 여지가 있다는 점은 알고 있다. 다만 회사(제약사)가 모든 상황에 문제라는 이야기라는 말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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