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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은 안전하다는 상식을 파고든 불순물의 공습

[기획] ‘발암’과 ‘불확실성’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한 NDMA <상>

2019-12-12 06:00:20 이종태 기자 이종태 기자 leejt@kpanews.co.kr

의약품은 안전하다는 믿음은 고작 나노그램 수준의 불순물에 완전히 무너졌다. 정부는 섣불리 혼입에 대한 원인을 단언할 수 없고, 업계에서는 기술과 자본이 투입된 GMP 등 최첨단 의약품 관리체계가 뚫려 당황스러운 모양새다. 또한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에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 고혈압약을 넘어 위장약, 이제는 당뇨병 치료제에서도 검출되는 NDMA의 원인을 알아보고 향후 대책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1) 의약품은 안전하다는 상식을 파고든 불순물의 공습
(2) 새로운 의약품 안전관리 시대를 열어젖힌 불순물의 교훈
(3) 정부와 업계의 네 탓 공방 속 끝나지 않을 불순물의 관리



지난해 발사르탄에서 불순물이 검출되면서 사람들의 인식속에 깊히 박혀있던 의약품은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에 균열이 생겼다. 잘못된 제조방식으로 인해 문제가 된 개별 의약품을 향한 문제의식이 아니라 제제 전체에 대한 불신이 생기는 데는 고작 나노그램 수준이면 충분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고도화된 GMP를 통해 관리된 의약품에서도 NDMA가 검출됐지만 정부에서는 원인을 짐작조차 하지 못하면서 상황은 더욱 커져갔다. 환자들은 약국으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가장 처음 발생하면서 혼란스러웠던 발사르탄 사태에서는 자신이 복용하는 고혈압약이 발사르탄이냐는 문의로 병의원과 약국에서는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이후 제네릭과 오리지널의 차이를 알게된 환자들로부터 오리지널 의약품으로 바꿔달라는 문의가 빗발쳤다. 

약사와 의사들은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환자들에게 아무리 정확한 조언을 해봐도 ‘발암’이라는 공포앞에서 전문지식이 발 디딜 곳은 없었다.

이후 라니티딘, 니자티딘 제제에서도 불순물이 검출되면서 상황은 이어졌다. 학습효과로 인해 상황은 좀 나아졌지만, 문제는 또 어떤 의약품에서 언제 NDMA가 검출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자라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발암물질이라는 NDMA는 얼마나 위험할까. 국제보건기구(WHO)의 국제암연구소(IARC)에 의하면 NDMA는 2A등급 발암물질로, 인체 발암성에 대한 실험 자료가 충분히 확보되지는 않았지만 동물에 대한 실험결과 발암성이 확인된 물질이다.

하지만 제일 처음 문제가 된 발사르탄의 경우 식약처는 NDMA가 0.3ppm 이상이 검출되면 건강을 위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는데 해당 수치는 320mg의 고혈압약을 3년간 꾸준히 복용한 2만여명 중 1명이 암에 걸리는 확률이다.

라니티딘 제제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잠정관리기준이 0.16ppm으로 일동의 라니티딘 제제인 큐란75mg을 매일 8알씩 70여년을 복용해야 발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발암’이라는 용어에서 더욱 큰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한다. 

불순물에 대한 공포는 국민들 뿐 아니라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새어나왔다. 어디서 어떻게 검출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식약처는 해외에서 라니티딘 제제에 대한 1차 검사당시 잔탁 3품목과 원료약 6개에 대한 NDMA 검사를 진행했지만 문제점을 찾지 못했다가 불과 열흘만에 닥터레디 원료를 포함한 원료의약품 7종에서 잠정관리기준이 초과된 것을 발견했다.

실제로 7개 원료제조소 모든 라니티딘 원료제품에서 NDMA가 검출됐지만, 제조단위별로 검출되지 않거나 최대 53.50ppm까지 검출되는 등 편차가 발견됐다.

식약처는 라니티딘 제품에 대한 긴급회수조치를 진행했지만 여론은 1차 검사에서 불순물을 발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질타를 이어갔다.

이에 식약처 의약품안전국 김영옥 국장은 “라니티딘이라는 원료는 매우 불안전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같은 제조소에서 생산된 원료약이라도 제조단위별로 편차가 크다”라면서 “주성분이 아닌 불순물이기 때문에 편차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라니티딘의 경우 예측할 수 있는 반응이 아니었다. 왜 실온에서 NDMA가 만들어질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구체적인 재발방지대책을 확정하기에는 어렵다. 해외 규제기관과 논의하는 등 여러 각도에서 대안을 고민하겠다”고 언급했다.

이후에 식약처는 ‘NDMA 발생원인 조사위원회’를 꾸리고 현재까지 비의도적인 불순물 혼입에 대한 결론을 내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발사르탄에서는 발생원인이 원료가 아닌 용매나 시약 때문인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결국 제조공정이라는 결론이지만 라니티딘은 불안정한 분자구조로 인한 자연생성이라는 설이 그나마 우세하다. 불안정한 라니티딘이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NDMA로 합성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하고 있는 것.

결국 업계에서는 막대한 대가를 투입해 만든 GMP관리시설에서도 불순물이 우회생성될 수도 있음을 알게됐다. 특히 그 대상이 지난 1982년 출시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의약품이라는 점에서 혼란은 더욱 컸다.

최근에는 메트포르민에서 NDMA가 검출되면서 업계의 충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형 당뇨병 치료에서 1차요법으로 쓰이는만큼 업계에서는 제품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곳이 드물다. 

만약 전품목으로 확대되면 처방공백은 불가피하다. 당뇨치료제에서 가장 큰 시장인 DPP-4 제제는 메트포르민 복용 이후 사용하는 2차 치료제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메트포르민 내 불순물 검출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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