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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욕구' 위한 강사 제안? 세미나 후 처방량 왜 늘었을까

[탐사기획] 제약영업의 속살을 캐다<3>한국다케다제약…특정 의사 참석 유난히 많은 콘퍼런스·세미나

2019-12-16 06:00:30 이종태·이우진 기자 이종태·이우진 기자 wjlee@kpanews.co.kr

한국다케다제약은 지역의 의료진을 대상으로 세미나 혹은 심포지움 등을 통해 골다공증치료제인 '에비스타'(성분명 라록시펜)의 처방을 늘린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이 나왔다.

약업계에서는 이같은 영업 행태가 실제 운영됐을 경우 의사의 처방권 침해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약사공론이 입수한 한국다케다제약의 자료에는 모 광역시 병원들을 대상으로 2012년 1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진행된 '에비스타 처방량 증대계획'이 담겨 있었다.

약사공론이 입수한 자료 중 일부(병원명 및 의사, 구체적 지역 표기 등은 모자이크 처리함)


2012년 당시 국내 골다공증 치료제 시장에서는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약제인 '포사맥스정'(성분명 알렌드로네이트)과 패밀리 제품이 압도적인 1위인 가운데 '악토넬정'(리세드로네이트) 그리고 '본비바주'(이반드론산), 에비스타 등이 각축을 벌이는 '1강 3중' 체제였다. 실제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 기준 포사맥스 패밀리(플러스, 플러스디 제품 포함)의 원외처방액은 349억원, 본비바가 182억원,  악토넬이 157억원, 에비스타가 111억원 등을 기록했다.

에비스타는 2001년 시판허가를 받은 후 한국릴리에서 판매했으나 2011년 6월 한국다케다제약이 판권을 받은 바 있다. 이후 2014년 첫달 100병상 이상 병원에서 1위를 기록한 후 2015년 1월 전체 경구용 골다공증 치료제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문건의 내용을 자세히 보면 악토넬 제네릭과 본비바 주사제를 사용하는 A병원 정형외과 ㅊ교수의 에비스타 처방량은 600정에 불과했으나 해당 문건 작성자는 ㅊ교수를 심포지움에 참석시키는 한편 1:1로 에비스타에 대한 디테일링(의약품의 정보를 설명하는 영업과정)을 진행했다.

또 각종 정형외과 콘퍼런스를 진행하는 등의 노력을 진행하며 골다공증 치료에 대한 무차별적인 정보공세에 나섰다고 적혀있다. 실제 2013년 3월 해당병원의 처방량은 6640정이었는데 이중 ㅊ교수의 처방량은 4820정에 달했다.

같은 기간 다른 B병원에서는 병원장의 경영정책에 의해 포사맥스 제네릭 제품을 사용하는 병원과장들의 오리지널 미사용의 불만을 영업 포인트로 삼았다. 이를 위해 정형외과와 내과의 연합 회의와 함께 제네릭 제품과 차별화를 두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 라운드 테이블 미팅(RTM, 소규모 의사가 나누는 간담회)과 세미나, 심포지움을 통해 병원장을 설득하는 작업도 함께 했다. 해당 문건을 작성한 이는 오리지널의 사용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충족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B병원에서는 2013년 3월 한 달에만 에비스타가 3645정이 처방됐다. 

약사공론이 입수한 자료 중 일부(병원명 및 의사, 구체적 지역 표기 등은 모자이크 처리함)


C병원에서는 2차병원에 근무중이지만 대학교수 못지않은 자부심을 가진 ㅇ교수가 타깃이 됐다. 작성자는 해당 교수의 경우 환자가 많고 제약사들의 방문이 잦으며 비스포스네이트만이 골다공증 유일의 치료제로 인식하고 있어 에비스타를 호르몬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건 작성자는 ㅇ교수를 설득하기 위해 모든 에비스타 심포지엄에 강사로 제의하는 등 파격적인 대우를 진행했다. 문건에는 그가 1년간 4회 강연을 진행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으며 이를 통해 '자신만의 지적 프라이드(Pride)를 충족'했다는 내용까지 적혀있다.

약사공론이 입수한 자료 중 일부(병원명 및 의사, 구체적 지역 표기 등은 모자이크 처리함)


D병원 ㅂ과장의 경우 대학교수로 재직하다 2차병원으로 이직했지만 교수 재직시절의 동경으로 지속적인 학회 활동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건을 작성한 이는 2차성 골다공증환자에게 에비스타는 효과가 없다고 알고 있는 그에게 가이드라인에 없는 내용을 알리며 에비스타가 위장관계에 문제가 없음을 알렸다고 썼다.

여기에 심포지엄에 해당 교수가 참석, 타 지역 재활의학과 교수와의 만남을 통해 인식을 변화시켰다는 뉘앙스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실제 D병원에서는 2013년 3월 처방량이 2456정이었다. 

이런 영업방식은 같은 지역 내 계열병원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문건에 따르면 해당지역 계열병원 2곳은 신경외과 전문의로 구성된 척추전문병원으로 본원의 정책에 따라 경구제를 사용하며 부갑상선 호르몬제 사용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계열병원이었다.

처방을 늘리기 위해 자료작성자는 비스포스포네이트보다 에비스타가 뼈재생에 있어서 우수하다는 내용의 디테일링과 함께 지속적인 심포지엄 참석과 동일 계열의 타 병원 연합세미나를 통해 근무중인 과장을 원장 지시에 강사로 활용토록 했다. 그 결과 2013년 3월 두 계열병원에서는 에비스타가 각각 4644정과 2644정씩 처방됐다.

이밖에도 건강검진 환자가 일일평균 300여명씩 내원하는 건강관리협회에 영업을 한 내용도 있다. 문건 작성자는 과거 ㅇ과장이 협회에 있을때는 월 5000정씩 처방이 나오고 있었지만 그가 이직하면서 7개월간 매달 10%수준인 500정으로 떨어졌다고 적었다.

이후 해당 건협 지부를 대상으로 ㅇ과장이 왜 에비스타를 처방을 많이 했는지를 이야기하며 에비스타 관련 논문을 격주로 이메일로 전달하고 골대사학회와 골다공증학회의 학회지를 행사시마다 전달하고 에비스타 심포지움에 참석시켰다. 그 결과 2013년 1월 말부터 처방이 시작됐으며 그해 3월에는 7249정으로 전보다 많은 양이 처방됐다.

약사공론이 입수한 자료 중 일부(병원명 및 의사, 구체적 지역 표기 등은 모자이크 처리함)


그 결과 자료 내 에비스타의 처방량은 2012년 1월 1412만2228정 에서 이듬해인 2013년 1월에는  2476만5073정으로 상승하면서 목표를 131% 초과달성하고 연초 대비 성장률(YTD G/R)은 175%나 증가했다.

해당 문건의 관련정보를 지우고 약업계 관계자들에게 문건 내용에 대해 물은 결과, 관계자들은 세미나와 콘퍼런스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 점이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단순히 만남이 잦다는 이유가 아닌 범위가 너무 좁다는 것. 가령 특정 병원의 두곳과 관련병원만을 대상으로 제약사가 사실상 주관하는, 특정 약제에 대한 만남은 사실상 처방 향상을 위해 처방을 높이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겠냐는 뜻이다.

더욱이 미팅, 콘퍼런스 등을 연 병원의 경우 모두 처방량이 크게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에서 실제 실행여부에 따라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또 문건 내에는 특정병원 교수가 어떤 지견을 가졌느냐를 표기하지 않은 채 '지적 프라이드를 충족'하기 위해 심포지움에 강사로 초빙했다는 뉘앙스의 발언이 나온다는 점, 강사로 나선 의사의 처방량이 증가했다는 점 등은 해당 의사의 처방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과 함께 강연에 따른 부적절한 금품 제공 문제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실제 일부 다국적제약사 등이 2009~2013년 리베이트 혐의로 조사를 받았거나 현재까지 형사사건이 진행되는 곳에서 혐의가 제기된 부분이 좌담회, 세미나, 학회 지원 등이라는 점을 감안해봤을 때 단순히 해당 행사를 순수한 행사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과거 영업 분야에서 일했던 한 약업계 관계자는 "문건 내 적힌 회사의 내용이 사실이라는 가정을 했을 경우 행사의 빈도가 너무 많고 특정 의사의 행사 참여가 너무 높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 당시 일부 회사에서 행사를 빌미로 향응 등을 제공했다는 혐의가 있을만큼 이(회사의) 행동을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조심스레 밝혔다.

한편 한국다케다 측에 해당 문건의 진위 및 실행 여부, 본사 혹은 상위 클러스터 전달 여부 등을 수 차례 문의했으나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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