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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브렉스 1등"...'키닥터' 육성전략은 어떻게 성공했나

[탐사기획] 제약영업의 속살을 캐다<4> 한국화이자…'오피니언 리더'의 홍보는 어디까지일까?

2019-12-23 06:00:30 이종태·이우진 기자 이종태·이우진 기자 leejt@kpanews.co.kr


스포츠에 있어서 키플레이어는 경기의 승패를 좌우할 정도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다. 승패가 중요한 스포츠에서 동료선수들의 플레이에 영향력을 끼치는 키플레이어는 팀의 핵심자원으로 분류된다.

의료계에도 키닥터라는 용어가 있다. 의사들을 대상으로 의료 신기술 등을 전달하는 실력과 파급력을 가진 의사라는 뜻으로 스포츠에 있어서 키플레이어와 유사한 의미로 사용된다.

환자들은 물론 주변 의사들에게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키닥터는 제약사에게는 반드시 사로잡아야 할 중요한 존재다.

하지만 제약사가 전략적으로 키닥터를 성장시킬 수 있다면 상황은 반전된다.

<약사공론>이 입수한 다국적 제약사인 한국화이자의 소염진통제 '세레브렉스'(세레콕시브)의 처방활성화를 위한 전략 문건에는 키닥터의 전략적인 육성을 진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

'Celebrex Best Practice'라는 이름의 문건은 호남내 모 지역권에서 수술 후 통증완화를 위해 세레브렉스의 처방을 늘린 화이자의 사례를 담고 있다.

NSAID 계열인 세레브렉스는 COX-2 억제제로 일반적으로 관절염에 쓰이며 2015년 제네릭이 풀리기 전까지 오리지널 의약품으로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해왔다. 

ns-NSAID 계열은 COX-1과 COX-2를 모두 억제하면서 위장관 쪽 부작용을 동반하기 쉬운 반면 세레브렉스는 선택적인 억제를 통해 부작용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그때 당시 세레브렉스는 심혈관계 부작용 이슈에 대해서 자유롭지 못했던 단점이 있었으며, 이는 2017년 PRECISION 연구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지속됐다. 

문건에 따르면 2011년 처방동향에서 세레브렉스는 아세트아미노펜이 트라마돌과 결합한 울트라셋 제제에 고전하고 있었다. 당시 이 지역에서는 울트라셋의 제네릭이 강자로서 군림하고 있었던 상황.

이에 한국화이자는 지역권내 두 지역을 선정하고 지역별로 각각 한 개 병원 씩 목표를 지정한다. 


약사공론이 입수한 자료 중 일부


이중 수술전문병원으로 학구적인 성향의 A병원. 회사는 이곳 ㅇ원장에 주목했다. ㅇ원장은 당시 세레브렉스를 월 150만원 정도 처방을 진행중이었으며 65세 이상 소화기질환 위험성이 있는 환자에게 세레브렉스 처방을 선호하고 있었다.

이에 한국화이자는 무릎환자를 많이 진료하는 ㅇ원장을 키닥터로 성장을 목표로 한다.

300병상 규모로 신경외과 수술이 많아  타 지역에서 환자 유입으로 환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B병원에도 화이자는 관심을 가졌다.

B병원에서는 정형외과 ㅇ과장, 재활의학과 ㅂ과장, 신경외과 ㅇ과장 등 총 3명이 후보로 거론됐으며 그 중 수술이 많은 신경외과 ㅇ과장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했다.

이후 화이자는 두 교수에 대해 정형학과 수술 심포지엄은 물론 신경학회 서밋을 집중한다. 

여기에 수도권 지역의 ㅈ교수와 ㅂ교수를 통해 대학병원에서 세레브렉스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수술 후 관리사례에 대한 정보공유도 진행했다.


눈에 띄는 점은 키닥터로 성장시키기 위한 타겟이었던 A병원의 ㅇ원장이 심포지엄에 참석하면 ㅈ교수가 구체적인 프로토콜 세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줬다는 점이다. 

이때 공유되는 내용은 수술후 통증 관리에 있어서 세레브렉스와 리리카의 병용요법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ㅂ교수의 케이스도 A병원에 소개됐다. ㅂ교수가 작성한 '세레브렉스와 ns-NSAID의 차별화'에 대한 자료를 A병원에서 지역 심포지엄에 사용한 것.

다만 이 과정에서 A,B 병원 모두에서 '처방을 위한 세팅'을 한 후에 세레브렉스가 수술후 통증에 보험급여가 가능하다고 오인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입수된 자료에서는 프로토콜 세팅 후 의료진과의 협의하고 원내 심사과와 소통해 비급여로 전환했다고 밝히고 있다.

거점 지역권의 키닥터를 육성하기 위한 길은 험난했지만 효과는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약사공론이 입수한 자료 중 일부


A병원의 ㅇ원장은 이후 호남지역 C의대 출신 교수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학술 모임과 강의를 진행했다. 지역 의료진으로부터 세레브렉스의 긍정적인 인식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이다. 자료에서는 이로 인해 몇몇 의원급 정형외과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 결과 2012년 A,B 병원 모두에서 처방이 꾸준히 상승, 경쟁약물을 누르며 1위에 오르면서 자료 작성자는 "부동의 1위 상품으로 우뚝 섰다"고 자평했다.

이어 키닥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아무리 강조해도 올바른 타깃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도매상이 매칭된 병원 과장들의 오리지널 선호도를 재고하고 학구적 성향의 선생님들의 수요를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약사공론이 입수한 자료 중 일부


한 약업계 관계자에게 해당 문건에 대해 견해를 묻자 겉으로는 크게 문제점이 크게 드러나 보이지 않는 보고서이지만 키닥터의 선정 과정 중 첫 번째가 처방량이라는 점이 다소 눈에 걸린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키닥터는 꾸준한 사용을 통해 지견을 얻는다는 점에서 사용량이 높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키닥터의 선정과정이 '1개월에 150만원가량을 처방한다는' 이유가 메인이라는 점에서 민감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

실제 약업계 내에서 2009~2013년은 유난히 키닥터 마케팅이 세간에 이름을 올렸을 때다. 현재 검찰과 기나긴 소송을 진행중인 한 다국적사의 경우 검찰 측이 '좌담회 등에 나선 키닥터의 처방량과 관련성'을 문제삼은 바 있다. 여기에 국내 제약사 역시 키닥터를 이용해 금품 등을 제공한 혐의로 언론 등의 입방아에 오른 전례도 있다.

키닥터의 경우 업체에서는 일반적으로 영업 혹은 마케팅 담당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준이 완벽히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해도 단순히 처방량을 주요근거로 삼는다는 것은 다소 의문스럽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화이자측에 해당 문건의 진위 및 실제 시행, 대륙별 클러스터 및 본사 등으로의 전달여부에 대해 문의했지만 정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한편 <약사공론>의 추가취재 결과 A,B 병원의 두 교수는 현재 호남지역에서 각각 다른 병원을 개원해 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도움을 제공한 수도권지역의 ㅂ교수와 ㅈ교수 역시 관련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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