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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학회 참석 12명 중 8명은 '프로모션 대상' 왜?

[탐사기획] 제약영업의 속살을 캐다<5> 한국룬드벡…'제약사들도 종합병원 쏠림현상 뚜렷'

2020-01-20 06:00:30 이종태·이우진 기자 이종태·이우진 기자 leejt@kpanews.co.kr


지금까지 약사공론은 수차례의 기획기사를 통해 팬닥터와 키닥터를 이용해 판촉을 진행하는 제약사들의 관행에 대해 알아봤다. 하지만 의료진을 통한 처방도 병원의 크기나 특성에 따라서 수량의 한계는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제약사들은 매출을 늘리기 위해 의사뿐 아니라 병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약사공론은 다국적제약사 룬드벡에서 지난 2014년 연말에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파킨슨병치료제 아질렉트(라사길린)의 처방량 증대’ 문건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2014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아질렉트는 테바가 개발하고 룬드벡이 판매하는 제품으로 10년만에 파킨슨병 신약이다. 출시된 그 해에 급여목록에 바로 등재되며 1년만인 2015년에는 빅5병원에 모두 입성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당시 시장상황으로는 레보도파 제제인 셀레길린이 표준요법으로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약사공론이 이번에 공개하는 자료는 셀레길린이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아질렉트가 출시된 그 해 연말에 작성된 문건으로 보인다.

우선 희귀유전질환인 파킨슨병은 초기 진단에서 치료까지 흔하지 않은 질병이기 때문에 이번 문건의 작성자는 수도권 일대 종병급 대학병원을 주로 담당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룬드벡은 자료를 통해 각 병원의 규모를 중심으로 현재 실적과 잠재적인 처방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A와 B등급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었다. 

자료에 따르면 같은 종합병원에서도 상대적으로 규모가 커 A등급으로 분류된 병원의 의료진들은 해외학회 지원이나 RTM, 심포지엄 초대 등 전폭적인 지원이 이어지는 반면, B등급을 받은 상대적으로 작은 병원의 의료진에는 한 두건의 RTM과 심포지엄 초대 외에는 적극적인 방문과 소개가 전부였다.

특히 9월부터 11월까지 DDD기준 817박스를 처방한 ㅅ대학병원에 대해 룬드벡은 A등급으로 평가하고 “기존에 셀리길린을 처방하던 병원이지만 아질렉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면서 “신경과에 PD SPECIALIST(파킨슨병 전문가)가 두명 있는데 A교수는 80%이상 처방하고 있지만 B교수는 아직 적극적으로 쓰고 있지 않으면서 향후 처방량은 두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B등급으로 분류된 ㅇ대학병원에 대해서는 '셀레길린 처방량이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든다. 다른병원들과는 달리 (아질렉트가)셀레길린의 대체약으로 접수됐다'며 '파킨슨 뿐 아니라 신경과 전체에서 처방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아질렉트 처방의 활성화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행정적인 이유로 실적은 다소 부족하지만 규모가 큰 ㅅ병원에 대해서는 '낱알포장 이슈로 코드오픈이 지연되고 있다. 새로운 패키지는 3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병원 측에서는 스티커작업을 통해 원외코드를 먼저 열어달라고 하지만 원내와 원외를 따로 분리해 코드오픈하기는 불가능'이라고 했다.

해당 ㅅ병원은 A등급을 받았으며 전폭적인 지원이 이어졌다. 문건 작성자는 '신경과 ㄱ교수가 한국룬드벡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며 '담당과 교수에게 잦은 방문과 식사자리를 제안하고 신경과 교수들의 모임까지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B등급으로 분류된 ㅇ병원에서는 '잦은 방문과 제품디테일을 시행할 것'이 전부였으며 다른 B등급 병원에도 격주방문, 아질렉트 디테일, 새로운 임상소개 등이 대다수다.

룬드벡측의 처방증대를 위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미접수된 사례도 공개됐다. 자료에 따르면 병원 규정에 따라 DC(약물평가위원회)가 신약출시 6개월 이후에 가능하기 때문에 K병원과 S병원에는 처방이 이어지지 못했다. 

또한 S대병원은 환자들이 아질렉트를 처방받고 싶어하지만 약효에 대해 의구심이 많다면서 'DOUBTER'(의혹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라고 표현했다. 

자료에 따르면 아질렉트는 문건 작성자가 담당하고 있는 병원을 기준으로 2014년 9월부터 11월까지 약 1억2472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로는 판매가 시작된 9월 2211만원, 10월 4662만원, 11월 5599만원이다. 

자료의 마무리에서 작성자는 자신의 담당병원에서 2015년 1만5580박스를 기준으로 약 17억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눈여겨볼점은 작성자가 A등급을 받은 ㅅ대학병원에서 절반에 가까운 6800박스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ㅅ대학병원은 2명의 스페셜리스트중 1명의 처방이 시작되지 않았다고 언급된 곳으로 2015년 계획에서도 작성자는 '아직 본격적으로 처방하지 않으셨고 처방을 늘리실 계획'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미루어 볼때 향후 처방에 대한 약속을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

해당 문건의 관련정보를 지우고 약업계 관계자들에게 문건 내용에 대해 물은 결과, 관계자들은 '해외학회 지원' 부분에서 실제 회사의 영업대상이 다수 들어있다는 것이 조금 의문스럽다는 반응이다.

자료 중 해외학회 지원에는 총 12명의 의사가 있는데 이중 8명은 실제 '프로모션 계획' 내 들어있는 의사다. 다른 1명은 프로모션 계획 내 들어가있지는 않지만 병원 판촉 등급이 A클라스에 들어있다.

해외학회 참가를 위해서는 학회 참가신청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12명 중 9명이 판촉 등급이 높은 병원 혹은 의사라는 점은 회사 측의 도움이 있지 않았겠냐는 추측이다.

여기에 일부 의사를 설명회 연자로 추천하거나 특정 의사를 대상으로 라운드 테이블 미팅(RTM), 식사 등 역시 당시의 영업 관행상 미심쩍은 구석으로 보인다는 반응도 나온다.

과거 영업 분야에서 일했던 한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그레이드 영업(등급을 나눠 영업을 진행하는 형태) 등은 일반적인 형태라 섣불리 말하기 어렵지만 특정 약물의 판촉 대상 의사가 상대적으로 해외학회에 나가고 있다는 점, 판촉 대상 의사를 중심으로 하는 라운드 테이블 미팅을 여는 점 등은 순수한 영업활동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여지가 있다"고 조심스레 전했다.

한편 한국룬드벡 측에 자료를 전달한 결과 "해당 자료는 회사의 공식적인 자료가 아니며 한 영업사원이 연초에 본인의 목표 설정을 위해 개인적으로 작성한 자료로 유추된다"고 밝혔다.

룬드벡 측은 "회사의 해외학회 지원은 공정경쟁규약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KRPIA를 통해 지원된다"며 "해외학회 참석 여부에 대한 선택 권한은 학회에 있고 회사에서는 이에 대해 전혀 관여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 프로모션 플랜'에 해외학회 지원이라고 적혀있는 부분의 경우 회사의 예산이 해외학회 지원으로 잡혀 있기 때문에 '아마 이 의사들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가게 되지 않을까' 하고 추측해 연초 계획으로 추정된다.
 
룬드벡 측은 "약의 특성상 룬드벡의 약을 사용하는 의사의 범위가 매우 한정적이어서 명시된 의사가 거의 전부이며 해당 의사 대부분이 정보 습득과 연구를 위해 해외학회에 참석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신과 약물 판매사들은 해당 의사 중 중 공정경쟁규약에 따른 지원조건을 만족하는 의사에게 각 협회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해당 의사가 룬드벡의 지원으로 갈 것이라는 보장도 없고 이를 알기도 어렵기 때문에 해당 부분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주기가 다소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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