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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타이레놀 '제국', '약(국)·제(약)·국(민)' 모두 지쳤다

약국은 답답, 제약은 서운, 환자는 불안…특정 제품 고착화 책임 지적까지

2021-06-11 05:50:59 이우진·김이슬 기자 이우진·김이슬 기자 wjlee@kpanews.co.kr

소위 '타이레놀 대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연일 관련 보도가 수도없이 쏟아진다. 약국현장은 공적마스크에 이어 또 다시 혼돈이다. 문제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백신 접종과 함께 이 문제 역시 고착화 될 우려가 상존한다는 점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고, 이 잘못된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하는 걸까. 약사공론이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상. 타이레놀 파동...정부는 무엇을 잘못했나
중. 국민도 약국도 제약도 지쳐간다
하. 자칫 고착될 대란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차라리 처방전을 내달라"
수십 번씩 벌어지는 약국 안 신경전


"타이레놀이 품절입니다. 동일 성분으로 다른 제품 드릴까요?"
"아니요. 다른 곳으로 갈게요."

여전히 약국에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타이레놀' 특정 제품만 고집하는 백신 접종자와 약사의 입씨름이 이어진다.

경기도 지역 약사는 "마스크 대란과 유사한 기분"이라며 "타이레놀 대란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게 아니다. 현장에서 열이면 열 타이레놀만 찾는데 약국은 재고를 확보하지 못해 환자와 크고 작은 마찰이 발생한다"고 토로한다.

그나마 '타이레놀'이 품절되면서 대웅제약의 '이지엔6 에이스', 한미약품의 '써스펜' 등 대체 의약품의 판매량이 늘어나긴 했지만 이들마저도 소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한 약사는 '어디든 좋으니 처방전을 내달라'는 상황. 6월 10일 기준 이 약사의 약국에는 특정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의약품도 씨가 마르고 있다.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이 남았지만 소분도 불가능하다.

이 약사는 "진작에 특정 제품이 아닌 '아세트아미노펜' 자체에 대한 홍보가 진작에 이뤄졌어야 했다"며 "다소 조심스럽긴 하지만 아세트아미노펜 복합제 등 환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제제에 대한 정부의 설득과 소개도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고 아쉬워했다.

이 약사는 "특정 제품에 대한 권고보다는 약국에서의 상담을 받으라고 권유하는 과정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차라리 처방전이 있었으면 어땠을까"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정부는 조제용까지 수를 세서 (아세트아미노펜 제제가) 넉넉하다고는 하는데 약국에서 판매할 수 있는 비조제 판매용 재고는 없다"며 "그야말로 씨가 마른 상황인데 처방을 못하게하니 4000정 가까이 약이 있지만 판매도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답했다.

앞선 경기도의 약사는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만 고집한 정부가 문제다. 상황 파악을 하지도 않았으면서 대처도 잘못했다. 아스피린이나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도 상관없는데 질병청이 초기 대응을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미국CDC 권고대로 다른 해열진통제도 괜찮다고 발표를 하든지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구 지역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는 "백신 접종 시 약사 약국의 역할은 타이레놀 품절을 알리는 일뿐이었다. 정부의 안내는 백신 접종 후 해열진통제를 약국에 가서 상담받으라 했어야 했다"며 "약사에 대한 전문가에 대한 인정의 문제인데 제품의 이름뿐만 아니라 성분의 이름을 꼭 홍보할 필요가 있나 싶다"고 전했다.

이어 "약국에 가서 백신 접종하고 필요한 해열진통제를 약사에게 상담받으라는 메시지가 있어야 하는데 증상이 있으면 의사랑 상담하라고 하지 않나. 약에 대한 부분인데 왜 약사가 상담 대상이 아닌지 모르겠다. 제품을 말하는 것은 일반 대중은 그렇게 하더라도 정부의 메시지는 위험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약국가의 이같은 반응은 결국 소비자의 불만은 불만대로 받으면서 약국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데의 아쉬움이다. 이런 과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처방전이라도 받으면 내줄 수 있다'는 불평이 단순한 불만은 아닌 셈이다.

"마음은 알겠는데…"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 제약업계


"(발표를 한 정부의) 마음은 알겠어요. 국내(진통제 중)에서 가장 인지도도 높고 CDC가 권고하고 있기도 하니까 당연히 '그것'을 이야기하면 알지 않겠습니까? 근데 생각해보면 그렇거든요. 너무 한정적인 제품이었고, 이후 발표도 현장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어요."

지난 3월 8일 질병관리청 정은경 청장의 발표 이후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혹시'를 떠올렸고 '역시'라고 말했다. 접종이 본격화될수록 특정 제품의 품절이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는 이같은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뜻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실제 정부에서 참고하는 기준이 있고 인지도를 생각했던 만큼 특정 제품을 언급하는 것이 일리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코로나19라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작용 문제에서 자유로운 제품을 추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성분이나 제네릭의 개념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데다가 '원조'라는 부분에 집착하고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결국 특정 제품을 국민적으로 간접 광고한 것이 아니겠냐는 뜻이다.

게다가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기 전에도 해당 제품은 코로나19 증상에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로 물량이 쉬이 떨어지는 사례가 많았다. 구하기 힘든 제품에 부채질을 해 정부가 지금의 대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웠다.

상황이 악화됐고 약업계에서 앞선 반응이 이어지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식약처에서 조사한 '아세트아미노펜 제재 수급 관리 계획'을 통해 해당 제품의 재고가 2억 정가량으로 약국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이 70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본지가 파악한 제품, 특히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제품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비급여 품목을 모두 합쳐도 14개 품목에 불과한 상황.

그나마 일부 제제의 경우 타이레놀의 재고 부족에 따른 반사 효과로 주문량이 늘었다고 밝히지만 약국이 '비상시'를 감안한 이른바 가수요일 뿐, 실수요를 장담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다.

전년 대비 PTP 제품의 매출이 늘어난 한 제약사 관계자는 "지금의 제품 주문량이 늘었다고 하지만 이들 제품이 그만큼 전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며 "약국에서 대체제를 권할 수 있을 때 팔리는 것일 뿐 실제 전체가 다 나간다고 할 수 없다. 반품이 들어오면 소용없지 않느냐"고 전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문이 만든 환상이 과하게 크다. 특정 제품이 모자라서 어쩔 수 없이 타 제제를 활용하고는 있지만 정작 그 제품이 다시 들어오면 곧 매출이 떨어질 것이라는 불만이 많다"며 "이 약만 먹으면 백신을 맞아도 괜찮을거라고 말하는 맹신이 너무 강하다"고 꼬집었다.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 아세트아미노펜의 용량 역시 과연 '특정 용량'의 선호도 역시 다소 옳은 것이냐는 질문도 나온다.

현재 나오는 현재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기준 용량은 160mg부터 325mg, 400mg, 500mg, 650mg 등 다양하지만 소비자의 이미지에는 500mg, 650mg(서방정) 등 2개 용량 만이 처방 및 판매되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아세트아미노펜 1회 복용 시 안전을 평가받는 용량은 325~1000mg 수준이다. 즉 1회 복용이 최소 기준 이상만 되면 어느 정도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단순 용량보다는 체내에 흡수되는 지표를 보고 결정해야 하는 문제이지만 특정 제품의 이미지가 워낙 강하다 보니 이를 추천하게 되고 효과를 볼 수 있는 제품을 소비자가 거부하는 상황도 있다는 것이 업계와 약국가의 말이다.

업계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약국입장에서는 접종 이후 발열 등이 발생한 이에게 현재까지 나온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제를 추천하는 것만이 능사이겠냐는 이야기다.

아세트아미노펜의 경우 다양한 감기약과 진통제 등에 사용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복합제인 경우가 많다.

이중 감기약에 들어가는 항히스타민제 혹은 복용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진경제 등의 치료성분이 아닌, 면역력과 해열 등의 증상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비타민 등을 첨가한 의약품도 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 2019년 이후 판매실적이 있는 제품인 삼진제약의 '게보린쿨다운정'과 넥스팜코리아의 '넥스펜정' 등 역시 약국에서는 충분한 활용이 가능한 제품이다.

경기도 약사는 "코로나19 등의 발열 증상이 있을 때 복약지도를 해보면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제를 추천한 이보다 비타민 등의 비치료성분을 함류한 복합제에 대한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경기도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또 다른 약사는 "접종 후 나타나는 증상에 따라 (집에 있다면) 필요한 영양소를 복용토록 지도하기도 한다"며 "복약지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증상도 완화하고 복약지도를 도울 수도 있다. 소비자도 약국도 지금은 특정 제품, 단일제, 특정 용량 등만을 강조하는 상황은 반드시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처방이나 약국에서의 판매 과정에서도 '성분'에 주목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특정한 개념에 좀 갇혀 있다. 소비자를 안심시키면서도 다양한 복약지도를 통해 소비자의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약사도, 제약사도, 소비자도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식약당국이 복합제의 경우 어느 선까지 정해 문제가 없을지를 정해달라는 의문까지 이어지는 것이 제약업계의 현 상황이다.

한편 후속편에서는 이번 '타이레놀' 대란이 낳은, 그래서 더욱 중요한 대안은 무엇인지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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