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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힘의 논리'에 밀린 '논리의 힘'

2023-01-20 12:00:55 감성균 기자 감성균 기자 sgkam@kpanews.co.kr

‘힘의 논리’가 앞서면 ‘논리의 힘’은 사라진다. 
‘강자의 논리’가 우선되면 ‘약자에 대한 양보와 배려’는 뒷전이 된다.


오늘(20일) 복지부가 발표한 ‘전문약사제도 입법예고’를 보고 있자니, 대학시절 청강했던 정치학 강의의 내용이 이렇게 문득 떠올랐다.

결국 의료계의 주장대로 ‘약료’라는 용어가 빠지고, 지역약사와 산업약사에 대한 기회도 박탈된 때문이다.

지난 2020년 4월 7일 약사사회의 오랜 숙원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이 공포됐다. ‘약사로서 전문약사가 되려는 사람은 일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자격 인정을 받도록 하는 것’, 즉 전문약사제도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그간 약사사회의 노력과 수고, 그리고 약사 전문성을 인정받게 된 계기로 평가되며 앞으로 약사직능의 진일보를 가져올 것이라 환호를 받았다.

그 과정도 순조로웠다. 약사회는 3차례에 걸쳐 연구 용역을 진행했고, 정부와 국회도 전문약사제도에 대한 순기능을 수차례 언급하며 그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6월부터는 ‘전문약사제도협의회’도 발족이 되어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됐고, 큰 이견이 없는 가운데 예정대로 2023년 4월 시행될 것이 유력했다. 

그런데 지난해 여름부터 묘한 기류가 형성됐다. 

갑자기 의사협회가 강하게 반대 입장을 표출하고 나섰다. 약사법 개정이 2020년 4월에 이뤄졌는데 2년 넘게 아무런 말도 없더니 제도시행을 불과 8개월여 남기고서야 ‘안된다’는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는 복지부 실국장급 인사가 이뤄지던 시기와도 맞물린다.

시작은 ‘약료’였다. ‘약료’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약사사회에서 통용된 단어였고, 다양한 형태의 ‘방문약료’ 사업이 전개되어 왔지만, 명확한 법적 정의가 없다는 점이 트집잡혔다.

약사회는 ‘약료는 의약품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도록 약사가 행하는 모든 활동’이라며 “의료계가 지적하는 '진료'와는 전혀 상관 없는 행위다. 전문약사 행위에도 상위법이 존재하므로 진료권을 침범할 어떤 소지도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문약사를 통한 국민건강권 확보와 제약산업 발전이라는 대명제는 안중에도 없었다.

전문약사의 범위도 문제삼았다. 10년간 데이터가 쌓인 병원약사와 달리 지역약사와 산업약사는 검증된 육성체계도 마땅치 않고 선례도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결국에는 이같은 의료계의 주장이 고스란히 이번 입법예고에 반영된 것이다. ‘약료’라는 용어는 규정과 규칙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으며, 지역약국 약사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약료와 산업약사 부문(임상개발기획, 무균제제, 약물안전산업)은 제외됐다.

심지어 규칙 2조와 3조에서는 ‘실무경력 인정기관’과 ‘전문약사 수련 교육기관’의 범위를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한정했다. 

아예 지역약사와 산업약사의 진입 자체를 막아버린 것이다. 이건 명백한 역차별이다. 

앞서 논의되어 왔던 전문약사제도의 방향이 바뀐 것에 대해서 복지부의 명확한 설명을 들어봐야겠지만, 의료계의 주장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점에서 ‘힘의 논리’에 밀렸다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전문약사제도의 순기능에 대한 일방적 공감으로 3년전에 약사법이 만들어졌고, 그 기대와 함께 준비한 3년이 ‘절반의 성공’으로 그쳐버렸으니 말이다. .

의료계의 ‘힘’과 의사 직능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인정한다. 복지부 업무의 8할이 의사들을 위한 것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러나 보건의료 타 직능에 대한 인정과 이해를 ‘나 몰라라’ 한 채 무조건 본인들의 직능만 지키겠다고 하는 것은 ‘논리의 힘’을 무시한 처사다.

결국 약사사회는 이번 입법예고를 "의사들이 툭하면 '조자룡의 헌 칼'처럼 휘두르는 진료권을 명분삼아 약사 역할의 정당한 확대를 막은 것이며 이는 약사 역할의 확대로 인해 혹 시행될 성분명처방의 빌미를 저지하기 위한 몽니에 복지부가 굴복한 것"으로 해석할 것이다.

그리고 의료계의 힘에 굴복한 또 하나의 대표적 사례로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아직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조회가 이뤄지는 만큼 남은 기간 약사회의 입장을 적극 어필할 시간이 있다.

또 최악의 경우, 이번 입법예고안이 그대로 확정된다 하더라도 다행히 시행규칙 15조를 활용한 ‘희망’은 남아있다. 이는 ‘3년마다 제도의 타당성을 검토해 개선한다’는 내용이다. 즉 3년 후 전문약사제도의 보완이 가능한  여지가 마련된 것이다.

‘힘의 논리’에 밀린다고 포기하지 말아야 하며, ‘논리의 힘’을 믿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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