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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밀처방 캠페인 2차 (설문)

'종손 며느리부터 요리하는 남자까지' 약사들의 명절나기

약국 경영하랴…가족 챙기랴…"힘들어도 행복해요"

2020-01-25 06:00:27 취재종합 기자 취재종합 기자 kam516@kpanews.co.kr

약사들은 바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약국을 경영하는 일은 기본이고, 한 가정의 아버지 어머니로서, 한 집안의 며느리로서 참 여러 가지 다양한 역할을 팔방미인처럼 수행해 가고 있다.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버겁지만 남들과 다름없이 평범하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약사들의 명절을 한 번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종손집 며느리의 명절, “힘들어도 고마운 날”
제주도 제주시 용담온누리약국 김경희 약사

제주 용담온누리약국의 김경희 약사는 종손집 둘째 며느리다. 그에게 명절은 가족들과 여유를 즐기며 단란하게 보내고 싶은 날이다. 하지만 바쁜 약국 업무와 차례상 준비로 시간을 할애할 수 없어 매번 가족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김경희 약사는 설날 당일과 다음 날을 제외하고는 약국 문을 열 계획이다. 연휴를 맞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증가하고, 명절 음식을 준비하다가 피로회복제나 일반의약품을 찾는 동네주민들이 많기 때문이다.

바쁜 일정이지만 다행히 이번 설은 명절 음식 준비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제주도는 형제가 여럿일 경우 설날과 추석을 나눠 지내는데 이번 명절은 김 약사의 형님 댁에서 준비한다. 매번 큰집에 모여 차례를 지내는 타 지역과 다르게 당번제로 진행되는 제주의 명절 문화다.

“추석은 저희 집에서 준비하지만 설날은 큰 형님댁에서 지내요. 그래서 이번 명절은 음식을 준비하는 부담이 덜 하죠. 또 큰집에서 배려를 해주기에 약국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어요. 그래도 약국이 한가한 시간에는 손을 보태러 가야죠.”

음식 준비도 힘들지만 뒷정리가 더 고되다는 김경희 약사.

매번 설거지를 담당하고 있다는 그는 일하는 여성들이 명절 때마다 가정의 모든 일들을 책임지고 준비하는 현실은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전했다.    

“남편이 설거지할 때 도와주면 좋은데 안 해주니까 많이 야속함을 느낄 때가 있어요. 일을  하고 있는 여성으로서 집안일과 약국일 모두를 책임지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점점 간소화되면서 부담이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여성에게만 치우쳐진 명절 준비 문화는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봐요.”     

김 약사는 명절마다 바쁜 약국 업무와 차례상 준비로 인해 쌓인 피로가 만만치 않다고 밝히면서도 가족들끼리 함께 모여 밥 한 끼 먹을 수 있는 명절이 때론 소중하다고 말했다.

“핵가족이고 바쁘게 돌아가는 시대라 이 좁은 제주도에서도 명절이 아니면 가족 간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요. 같이 모여 식사하는 게 정말 어렵죠. 명절마다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도 친척들과 만나 밥 한 끼 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장보기부터 음식까지 나의 몫…약국도 즐겁게 "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이문영 약사

"집안 장손인 남편과 보수적인 전통을 중요시하는 시댁 가풍으로 명절 준비는 대부분 며느리인 나의 몫이다. 젊은 세대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결혼 한지 30여년이 되고 보니 지금은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이문영 약사는 올해 설 명절에도 변함없는 일상을 보낸다. 

코엑스몰에 위치한 약국은 근무 약사와 격일로 쉬면서 연휴 내내 문을 열 예정으로 설 당일에는 이문영 약사가 약국을 지킨다. 

약국 문을 닫지 않는다는 핑계로 '며느리' 역할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장보기부터 명절 음식 만들기, 차례 차리기는 모두 맏며느리인 이 약사의 몫이다. 

'음식은 정성'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이 약사는 "명절에 다 만들어진 음식을 사다가 준비하는 것은 생각조차 할수 없는 분위기다. 다른 집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기본적인 명절 음식부터 가족들이 즐겨 먹는 음식을 준비한다. 예전에는 식혜와 두부도 만들었지만, 지금은 손가는 음식은 가끔 만들면서 양도 좀 줄이는 요량도 피울 수 있게 됐다"고 명절 일상을 전한다. 

이 약사는 명절은 며느리로서 힘들지만, 이제 그 과정을 어느 정도 즐기는 경지(?)에 올랐다. 결혼 후 10년동안 가정주부로 살다가 약국을 개설하면서 일에 대한 보람과 자부심도 느끼면서 주부이자 며느리 역할도 '나'라고 생각한다.

이문영 약사는 "약국 문도 안 열고, 어떤 의무도 없는 명절 연휴를 보내게 된다면, 여행이나 오락거리를 찾기보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오롯이 쉬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 든다. 하지만, 당분간은 오늘에 충실하면서 약국과 며느리 역할을 하면서 바쁘게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설날엔 제 요리로 가족과 함께 합니다"
서울 웰빙팜건강프라자약국 이해창 약사

"제가 요리가 좋아서요."

서울 삼전사거리 앞에서 약국을 운영하며 '약사삼촌'이라는 방송인으로, 유튜버로 활약하며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이해창 약사(웰빙팜 건강프라자약국)는 설 연휴를 맞이하기 전 바빠진다.

연휴 전 필요한 약을 처방받는 환자부터 귀성길을 떠나기 전 상비약을 구매하는 환자들이 연이어 약국 문을 두드린다. 여기에 부모님 혹은 조부모님을 위한 선물을 위해 의약품을 사는 이도 있었다.

인터뷰 중에도 이 약사가 운영하는 약국에는 이같은 환자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설 명절을 간소하게 쇠는 이 약사는 약국 이후에도 자못 바쁘다고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그 이유는 약국 운영 때문이 아니다. 요리를 좋아하는 그는 요리를 만들어 가족에게 대접한다.

하지만 이 약사는 가볍게 떡국부터, 주부들도 어려워 한다는 갈비찜도 만든다. 이를 위해 약국 문을 닫은 뒤에는 인근의 가락 시장에 들른다. 밤시간 시장을 찾아 고기부터 여러 재료를 하나하나 고르는 일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우스갯소리로 ‘다른 남성 약사들이 보면 (가족에게 잘해줘서) 비난받는 것 아니냐’며 요리를 만드는 이유에 그는 취미라고 대답한다.

그는 설 연휴동안 약국을 쉬며 가족과 함께 요리를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약국에서 필요한 환자에게 약료를 제공하는 것도 있지만 약국 밖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도 소중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약사는 “집에서 제사를 지내지 않다보니 본가와 처가에 들르는 것 외에는 쉬면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약국에서 필요한 약료를 하는 것도 좋지만 명절에는 가족과 재충전을 하는 시간 역시 약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족들에게 늘 미안하죠…약사와 엄마사이 고달픈 여약사들”
솔미약국 모연자약사, 인영약국 박은자 약사

부평에서 50년간 한결같이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모연자 약사(솔미약국)는 가족들에게 언제나 미안하다. 25살 약국을 개업한 이후 친정어머니에게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혹시나 가족들에게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엄마역할을 다하지는 못했는지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란 딸이 이제는 어느덧 든든한 동료약사로 자라났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좋은 친정어미니가 되지 못해 늘 안타까운 마음이다.  

모 약사는 “요즘에는 시대도 많이 달라지면서 젊은 여약사들이 엄마와 약사의 역할 사이에서 많이 힘들 것 같다”면서 “명절에 약국을 해도 안해도 여약사들은 가족들에게 많이 미안함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시간 업무와 잦은 품절 등 약사로서 힘든 일들이 많지만 아내로서 딸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소홀히 하지는 않고 있는지 걱정하는 그것이 사실 제일 힘들다”면서 “젊은 여약사들이 마음의 짐을 덜고 마음편히 일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반면 씩씩한 리더십으로 상황을 정면돌파하는 여약사도 있다. 

인천에서 세개뿐인 설날휴일약국을 운영할 예정인 미추홀분회 박은자 약사(인영약국)는 “예전에 남편들이 도와주기는 뭘 도와줬겠느냐. 오히려 도와줘봐야 방해만 됐다”면서 “오히려 명절날 사람이 안오는 시간에 천천히 조금씩 준비하다가 요리나 설거지를 한번에 직접하는게 속이 편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씩씩한 그도 명절날 약국에 혼자 있다보면 외롭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고 한다. 

박은자 약사는 “명절이 아니어도 공공심야약국을 하며 썰렁한 약국에 혼자 있다보면 외롭다고 느낄때가 있다”면서 “그럴때는 생각이 참 많아진다”고 토로했다.

이어 “또한 요즘에는 세상이 무서워서 젊은 여약사들이 늦은 시간에 혼자 약국을 운영하는 것은 사명감만으로 쉽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며 “젊은 여약사들도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이런 부분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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