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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본 미래, 제약업계의 성공비결은?

[신년특집2-③] 치열했던 순위싸움, 승부가른 '한 끗'이 있었다…개념보다 '유연성' 필요

2021-01-13 05:50:59 이우진 기자 이우진 기자 wjlee@kpanews.co.kr

지난해 전 산업군은 ‘코로나19’에 살아남았느냐, 그렇지 못하냐로 나뉠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의약품 제조업은 '생존한 쪽'에 속한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업계 내에서 치료제와 백신에 뛰어든 회사가 늘어나며 매출은 물론 기업가치를 상승시킨 곳도 제법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외형적 성장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기존 업계에 고질적인 관행은 여전했고, 부푼 덩치에 비해 속은 허전하기만 하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패닉을 견딘 업계의 흐름을 모아봤다.

① 불확실의 시대, 제약의 '효과'는 확실했다?
② CSO·비의약품, 제약업계의 '바람' 그리고 바람?
③ 과거로 본 미래, 제약업계의 성공비결은?
④ '기 못펴는 둘째' 일반의약품, 2021년 전망은?

과거는 현재를 알고 있다?
부침엔 분명히 이유가 있었다


국내 제약사의 지난 10년은 말 그대로 격동의 시기였다. 이는 규모가 큰 회사에도 당연히 적용되는 말이다. 이른바 ‘상위사’라고 불리는 이들의 경쟁에도 순위싸움은 치열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주요 매출 상위사 10곳(조사대상총 13곳)의 개별 재무제표를 통해 본 순위싸움은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상위사의 고착된 구도 안에서 그 그룹이 나뉜다는 것이다. 가령 유한양행의 경우 2010년 업계 3위로 출발해 2013년 부터 1위를 매출 기준 1위를 지켜온 상향성(上向性)의 회사다.

종근당 역시 같은 기간 순위 6위로 출발해 지난 2016년부터는 개별 기준 3위를 지키고 있다.

반면 JW중외제약은 지난 2010년 5위를 기록했으나 2018년 8위를 기 록한 후 2019년에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한독은 2013년 이후 10위권 안에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중 상향성을 띄는 제약사는 각기 다른 전략으로 시장을 구축했다. 먼저 유한양행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연구비 증가와 오픈 이노베이션을 꺼내들었다. 실제 2000년대 제약업계에서 유한양행을 가벼이 보는 이는 없었지만 개발이라는 측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제약업계의 '큰 도매상'이라는 멸칭이 등장하기도 했던 것은 흑역사다.

하지만 2010년 중반 이후부터 다양한 곳의 신약물질 개발계약을 체결했고 벤처 및 스타트업 등 다양한 회사를 직접 인수하거나 지분투자하는 식으로 신제품 개발을 강조했다.

실제 유한양행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만 제약 등의 기업에 총 380억원의 투자를 감행했다.

그 결과는 업계 내에서도 큰 성과를 남겼다. 회사 내 개량신약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갖추는 것은 물론 기술수출 대박을 이끈 신약물질 '레이저티닙'도 그 투자의 산물이다.

GC녹십자의 경우는 말그대로 '가장 잘하는 것'에 더욱 집중했다. 2009년 국내 첫 독감백신 원액 생산시설인 화순공장을 준공하면서 백신 분야의 자국생산 기틀을 확보한 회사는 2010년 독감백신을 수출하며 '국위선양'을 시작했다.

여기에 2015년 증설과 2020년 통합완제관 등 인프라를 구축하며 매출을 유지했다. 여기에 주요제제의 특성을 살려 혈액 및 인태가수분해물제제 등을 내밀었고 꾸준히 매출을 키워왔다. 더욱이 그 효과가 2020년을 강타한 코로나19 사태에 더욱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

종근당은 '올 라운더' 역할을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영업 분야의 힘이 강하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한 셈이다. 여기에 바이오시밀러 등으로 틈새시장을 노리는 한편 공격적인 마케팅과 다각적 사업 활동을 영위하며 상위사 중에서도 상위에 자리를 잡았다.

2010~2019년 국내 상위제약사의 매출 순위 변동 추이. 동아제약의 경우 지주사 전환으로 2015년부터 등장하는 회사는 동아에스티다.


이같은 추이는 유지성을 강조하는 회사도 비슷하다. 기본적으로 '덩어리'급의 큰 매출은 코프로모션 등으로 채우면서 개량신약과 자체 개발신약으로 매출을 늘렸다.

또 제품개발과 신약 개발로 시장에서의 가치를 높이고 전문의약품부터 일반의약품,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과 의약외품 등 비의약품까지 제품의 라인업을 한껏 부풀린 전략은 지난 10년간의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성장을 위해 채택한 전략의 맹점은 외려 하향성을 보인 회사 사이에서 찾을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회사들의 차이는 결국 양날의 검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한독의 경우 최근 들어 매출 회복세를 통해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지난 2011년 일괄 약가인하의 타격을 가장 심하게 받은 곳 중 하나다.

당시 약가인하 품목은 오리지널 제품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오리지널이 매우 많았던 한독이 그 여파를 고스란히 받았다.

JW중외제약 역시 약가인하와 특허만료 등으로 고심했던 회사다. 수액을 비롯해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간판 제품의 입지가 줄어들며 매출 감소를 겪어야만 했다. 더욱이 회사의 미래가 될 신약개발이 난항을 겪기도 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과감하지 못한 움직임이 '어중간한' 상태를 만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그리고 JW중외제약은 전문성을 살린 연구와 수액제 수출 등을 통해 다시금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뉴노멀? 언택트?
수단보단 ‘유연성’


각자의 전문성 혹은 새 분야를 통해 시장 내 버티기에 성공한 국내 제약업계. 이들이 바라보는 10년 후는 어떤 모습일까.

관계자들은 외려 변화를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이미 상당수의 회사가 지금은 데칼코마니같은, 유사한 전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수단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의사구조가 만들어지고 회사가 다양한 요구와 수단을 꾸준히 밀고나갈 수 있느냐의 의지다.

국내 상위 제약사 고위 관계자는 "분명히 최근 10년간 많은 것이 변했고, 코로나19는 쐐기를 박는 용도가 된 것 뿐'이라면서도 "하지만 수단이 바뀌고 새로운 가치가 필요한 것뿐이지 본질은 코로나 이전에도, 10년 전에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언택트 영업이다 뭐다 해도 약을 소개하고 파는 것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좋은 약을 만드는 건 당연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찾는 것뿐이다. 기업이라면 당연히 매출을 늘리기 위해 더 많은 품목으로 수요를 공략해야 한다"고 전했다.

국내 신약개발 분야에서 저명한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살리는 것이다. 신약을 개발할 때 많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그것이 연구를 거쳐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그 필요성, 경제성 등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영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다국적 제약사의 경영진을 봐야 한다. 많은 곳에서 가족 경영, 족벌 경영이 아닌 전문 경영인을 도입하고 의사결정 구조에서 더 많은 이의 함의를 모으고 결정을 진행한다. 왜 그렇겠는가”라며 “내 기업이라는 가족주의가 아닌 진짜로 기업의 경제적 가치와 발전을 위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결정을 내리려고 하기 때문에(오너십보다 경영인을 쓰는것) 그렇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전에는 연구 아이디어 하나 가지고 회사들끼리 얼굴도 안마주치며 꽁꽁 싸맸던 시절이 있었다. 제약업계의 위기는 이를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해결책으로 끄집어냈다"며 "안일하고 급하지 않은, 위기감 부족이 진짜 위기를 만드는 법"이라고 밝혔다.

한 상위제약사의 고위 임원은 "지금 나오는 해외의 수많은 신약은 10년 전의 누군가가 만든 아이디어다. 제약사는 미래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유행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아이디어가 과연 국내에서 안나왔을까, 라는 궁금증"이라며 "지금의 그 아이디어는 과연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 뉴노멀이나 언택트같은 멋있는 단어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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