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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의약분업 20년, 약사들은 그렇게 살고 있었다

손놓고 있던 보건당국…적극적 제도 개선 절실

2021-04-14 05:50:01 감성균 기자 감성균 기자 sgkam@kpanews.co.kr

모르는 일이 아니다. 처음 듣는 이야기도 아니다.

약국과 관계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더구나 약업계 기자라면 오히려 그 내용을 기사화 하고 후속 취재를 하는게 오히려 창피한 일로 여겨지는 ‘관행(?)’이다.

최근 MBC가 보도한 ‘약국에 돈 뜬는 의사들’은 바로 그런 내용이다.

그런데 다 알고 있던 그 이야기를 새삼 뉴스로 접하고 나니 약사사회는 새삼 분노가 치민다. 

사실 약사 입장에서 마냥 분노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돈을 요구하고 받은 의사가 있다면 그만큼을 준 약사가 있을테니, 그들은 둘 다 똑같이 잘못했고 똑같이 처벌받기 때문이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지역 약사회의 성명과 댓글이 넘쳐난다. ‘울고 싶은데 뺨 맞은 아이’같다.

지난 의약분업 20년 동안 너무 억울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 못지 않게 열심히 공부했고, 인정받는 엘리트였는데 정작 약대를 졸업하고 나니 현실은 진흙탕이지 않은가.

더구나 의약분업이 되면 독립적 약사직능이 완성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처방전에 종속되는 바람에 ‘먹고 살기 위해’ 의사가 달라는 대로 ‘지원비’를 줘야 하는 사실이 너무 참담하다. 

물론 의약분업 성과 자체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분업은 의-약사의 영역별 역할을 나눔으로서 약사는 의사 처방의 견제 기능과 조제 및 복약지도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기여를 가능하게 했다.

문제는 이같은 취지와 성과를 무색하게 만든 정부와 국회의 무책임이다. 그 탓에 20년 넘게 비참한 종속관계가 이어진 것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성분명처방’을 하자고 했나. 그게 안되면 ‘대체조제 활성화’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수없는 요구를 하지 않았나. 그거라도 안되면 ‘담합 근절’이라도 될 수 있게 해달라고 했고, ‘불법 편법약국 개설’이라도 막아달라고 하지 않았나.

도대체 행정부와 입법부는 그동안 무엇을 했나.

그들이 손을 놓은 사이 상품명처방의 폐해로 제네릭이 넘쳐나고, 불량 의약품 사태는 잊을만 하면 터져 국내 제약산업의 노력과 신뢰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기 일쑤였다.  

처방을 내리는 대형병원과 그 약을 유통하는 역할을 해야 할 일부 의약품유통업체는 두 눈에 불을 키고 요지를 선점해 처방전을 독점했다. 곳곳에서 담합이 넘쳐났다. 담합의 과정이 워낙 교묘해 사례마다 대법원까지 가야하는 법적 분쟁이 비일비재하다.

그 뿐이랴. 얼마 남지 않은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약사들은 의사들에게 지원금을 주고 인테리어를 해주고 임대료까지 대신 내주는 신세가 됐다. 그 뿐이랴. 그 과정에서 약사들은 서로를 감시하고 서로를 힐난하며 ‘서로의 적’이 되어야 했다.

결국 이같은 악순환은 국민 건강과 건보재정의 부담으로 이어졌음이 자명하다.

이제라도 국회와 정부는 그간의 무책임을 반성하고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 의사들이 종속적 관계를 빌미삼아 갑질을 하지 못하도록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다만 할 수 없이 돈을 건네준 사실상 피해자에 대해서는 처벌수위 조절 및 보호를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그래야 현재 유명무실화된 신고센터가 활성화 될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이와 함께 무엇보다 근본적인 종속관계 탈피를 위한 성분명처방 또는 일반명처방(INN), 국회에 계류돼 있는 서영석 의원등의 발의한 대체조제 활성화 법안 등 구조적 변화 노력도 조속히 현실화 되어야 한다.

아울러 단순히 법을 개정하고 사전·사후관리를 강화하는 차원이 아닌 약사직능에 대한 근본적인 역할 확대도 정부가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우선 약국 서비스의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수가항목을 현실에 맞게 세분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 5개 항목으로 구성된 약국 조제수가를 처방전의 수와 투약일이라는 단지 두 가지 변수에만 의존해 구분하지 말고, 품목 수가 많은 경우나 가루약·분할 조제, 다상병 조제, 향정·마약 조제 등 세분화 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약사 서비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약사회가 꾸준히 수가신설을 주장하고 있는 DUR을 비롯해 약물치료관리, 환자 약력관리, 만성질환이나 특수질환 대상 교육상담행위, 정맥영양요법 자문, 항암제 조제 등에 대한 별도 수가를 통해 약국의 서비스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조제 이외의 서비스에 대해서도 약사를 활용하는 세계적 추세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건강증진서비스나 예방사업, 만성질환관리 등이 대표적인데 실제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약사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금연과 자살예방, 백신접종, 방문약료, 의약품안전사용교육, 부작용 모니터링 등이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제도적 지원을 통해서만이 궁극적으로 약사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고, 병의원에 대한 약국의 종속성이 심화될 수 밖에 없는, 즉 처방전에 목매달 수 밖에 없는 현재의 구조를 바꿔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당초 의약분업의 목적인 의사 처방에 대한 약사의 견제 기능도 회복할 수 있게 돼 안정적인 제도적 완성이 이뤄짐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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