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비대면진료를 거부하는 나는 시대에 뒤처지고 있는가
현행 비대면방식과 원격의료는 무엇이 다를까
2023-03-16 05:50:55
감성균 기자 sgkam@kpanews.co.kr
비대면진료 법제화를 위한 수레바퀴가 바쁘게 돌아가며 사회적 논란 또한 가열되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 6월 시행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일정상 이번 3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는 상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복지부가 우선 분주하다.
현재 의정협의체는 중단된 상황이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다행히(?) 지난 2월 의정합의를 통해 도출된 ‘재진 원칙, 1차 의료기관 원칙, 전담 의료기관 금지 등’의 합의를 기반으로 법제화에 돌입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강하게 반발하며, 16일 대통령실 면담까지 예고하고 나섰다.
원산협은 ‘재진 환자 중심의 비대면진료’는 관련 기업들을 모두 고사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 원산협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서비스 이용자의 99%가 초진환자이다. 이에 원산협은 상시적 비대면진료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마치 현행 비대면방식 진료를 거부하는 것이 원격의료와 디지털헬스케어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어리석은 행동인양 보건의료계를 폄하하고 있다. 국민 편의는 생각하지 않은채, 그리고 이미 커져버린 관련 산업은 고사가 되든 말든 상관없이, 의사와 약사들이 밥그릇만 지키려 하고 있다는 뉘앙스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간과되는 부분이 있다. 현행 비대면 방식 진료를 원격의료와 혼동하는 것이다. 비대면진료는 진정 국민의 편의와 건강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시대의 흐름’인 걸까.
비대면 방식 진료는 말 그대로 정부가 팬데믹 사태에 한시적으로 허용한 임시방편이다. 유무선 전화와 화상통신을 활용한 상담 및 처방만 가능하고 문자메시지와 메신저만을 이용한 진료는 허용되지 않는다.
원격의료란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매우 어렵다. 다만 환자-의사 사이에 의사의 전문성을 기초로, 진료 및 환자 모니터링, 판독, 자문, 수술, 재활 등 기존의 의료행위에 ICT 기술이 접목되면서 발전하게 된 의료의 진보된 한 부분으로, 원격진료도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이다.
이렇게 정의하면 쉽게 구분이 되지 않으니 항목별로 하나씩 짚어보자. 그러면 현행 비대면 방식진료가 얼마나 허술한 지 알 수 있다.
우선 △진료전 필수정보이다. 원격의료는 각종 센서에 의한 모니터링 데이터정보와 가족력, 영양상태, 유전자정보, 병력, 치료 및 검사 기록, 약력, 부작용 등을 포함한다. 반면 비대면 진료에는 사전 환자 정보가 없다. 결국 현행 비대면방식 진료는 처방전 자동발행기의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
두 번째는 원산협이 반대하고 있는 △대상이다. 원격의료는 일반적으로 재진을 기준으로 한다. 이번 의정합의에서도 재진으로 합의가 이뤄졌는데, 초진은 정보 수집상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초진을 통해 환자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것에 완벽히 자신할 수 있는 의사가 있을까. 결국 대면 진료시의 검사와 진찰을 대신할 기술적 발전 없이는 제한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그나마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세 번째, △제공자는 누가 되어야 할까. 현행 비대면진료는 아무 의사나 가능하다. 하지만 앞서 원격의료에서 요구되는 진료 전 필수정보를 감안하면 모니터링과 개인정보 관리상 주치의사에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진료의 방법이다. 현행 비대면진료는 민간 앱 중계에 의해 전화와 화상통화로 상담을 하는데 사실 상당수가 전화로 이뤄진다. 진료로서는 극히 불완전하다.
다섯째, △처방전의 무결성이라는 측면에서 짚어보자. 비대면진료는 검사자료가 없고 비대면 의 한계상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 명의도용 위조 오남용 등의 위험요소가 내재되어 있다. 다만 이 부분은 원격의료 역시 완전하지 않다. 따라서 차후 원격의료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약사의 중재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전 모니터링 데이터와 디지털 방식 검사의 완성도가 중요하다.
다음으로 조제약 투약 방법이다. 비대면진료는 약료 서비스를 위한 최소한의 정보가 부족하고 처방전의 신뢰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대면투약 원칙을 지켜야만 한다. 반면 정상적인 원격의료, 특히 지역중심 의료전달체계가 마련돼 주치의사와 가족약국 제도가 도입되어 있다면 주치의사와 가족약국간의 협력을 통해 약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고 주치약사의 판단과 책임하에 투약이 가능할 수 있다.
결국 현행 비대면 방식 진료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급하게 도입된 허점 투성이 제도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원격의료의 필수조건을 갖추지 못한 채 그 명분만 가지고 와 그럴듯하게 행세하는 '호가호위(狐假虎威)'일 뿐인 것이다.
실제 전화나 화상통화로 상담과 처방이 이뤄지기 때문에 의사의 진료가 필요한 환자보다는 난이도와 위험도가 낮은 비급여, 오남용 약 처방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다.
최근 약사회가 조사해 지역 보건소에 고발 조치한 내용이 이를 방증한다. 비대면 진료 앱업체들은 ▲전문의약품 약품명 및 가격 불법 광고 ▲의약품 해외 배달 광고 ▲환자의 약국 선택권 침해 및 약국 정보 미제공 ▲한의원에서 진료하는 한의사가 의사 명칭으로 광고 등의 위법 행위를 지속적으로 자행하고 있었다.
수익을 올려야 하는 기업의 특성 때문이겠지만 이들은 그동안 국민건강을 위해 굳이 폐쇄적으로 운영되어 온 보건의료제도를 대놓고 거부하며 상업적 이익을 위해 악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과연 이같은 현행 비대면 방식 진료를 그들의 주장대로 '상시 허용'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 것일까.
오히려 ‘시대의 흐름’을 핑계삼아 ‘밥그릇’을 지키려 하는 것은 어설픈 상황에서 우후죽순 규모가 커져버려 정부조차 쉽게 손대기 힘들어져 버린 ‘그들’이 아닐까.
만약 향후 이들 비대면 앱 업체들이 ‘공룡’이 됐을 때 과연 어떤 방법으로 수익을 올릴지 걱정이 되는 것은 필자 뿐일까.
이미 우리는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사업을 시작한 수많은 온라인 플랫폼 스타트업 기업들이 시장에서 독점적 주도권을 확보한 이후 얼마나 많은 폐해를 가져오고 있는지 뚜렷히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굳이 원격의료를 '질병치료'에 중심을 둘 필요가 있느냐는 한 전문가의 지적을 언급하며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올바른 원격의료 제도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최재윤 변호사는 그의 저서 ‘디지털 권리장전’에서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표적인 예방의료라 할 수 있는 건강검진서비스가 활성화된 만큼 국민 개개인의 건강 정보 데이터 축적에 매우 유리하다. 즉 원격의료와 디지털헬스케어가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원격의료의 경우 예방의료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면 질병치료 중심의 기존 의료체계와 상충하는 부분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원격의료를 무조건 반대하거나 전면 허용을 주장하는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