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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보'로 비화 보톡스 전쟁 국내외 확전...관전 포인트는?

국내 제조사 법적분쟁 시사, 앨러간 집단소송 이슈도 관심

2016-11-07 06:00:25 이우진 기자 이우진 기자 kiy8031@naver.com

'보톡스 족보 논쟁'으로 촉발된 메디톡스, 대웅제약, 휴젤의 보툴리눔톡신 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에는 사실상 상대방에게 법적 조치를 걸겠다고 나서는 등 사안이 심각해지고 있다.
 
한편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메디톡스와 계약을 맺은 '보톡스' 제조사 엘러간의 집단소송 사실까지 불거지며 상황은 일촉즉발 분위기마저 감돈다. 그동안 벌어졌던 논란을 정리하고 최근 불거진 엘러간 집단소송 사태 등을 짚어봤다.
 
◇국정감사부터 '법적 조치'까지…피튀기는 '복마전' 지속

이번 사건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현재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판매하고 있는 곳 중 휴젤과 대웅제약이 각각 부패한 통조림과 축사 토양에서 균주를 채취한 사실을 공개하며 정부의 허술한 원료 독소관리를 지적한 것이었다.
 
이후 메디톡스는 10월14일 보도자료를 내고 대웅제약과 휴젤에게 각 사 보툴리눔톡신 제제의 원료인 균주 기원을 규명하자는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메디톡스는 "휴젤의 보툴렉스, 대웅제약 나보타에서 생산에 사용하는 보툴리눔 균주를 어디서, 누가 어떤 방법으로 발견 획득했는지 명확히 하자"며 "균주의 기원을 명확히 밝혀 국내 보톡스 제품에 대한 불신이 더 이상 깊어지는 것을 막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 당시까지 경쟁사는 메디톡스 측이 근거 없는 비방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경쟁사 견제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채취 사실이 질병관리본부에 신고를 마쳤고 이후 상품을 개발한 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 승인까지 받아 판매중인 제품이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기관에서 균주에 대해 필요한 부분은 다 검증받고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메디톡스는 지난 2일 자사 제품의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을 4일 공개하고 대웅제약의 '나보타' 등의 제품이 메디톡스의 균주인 '홀A하이퍼'를 국내에서 추출하기 드물며 독성을 방출하는 시퀀스가 100% 동일하다는 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예고했다.
 
경쟁사들은 이때부터 반격에 나섰다. 휴젤은 국내외 유전자 진단기업에 의뢰해 자사 균주의 염기서열 분석을 의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예고한 설명회 하루 전인 3일 기자회견을 열어 메디톡스가 밝힌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가져왔다'는 균주는 장물이며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원천이 없다고 밝혔다.
 
또 대웅의 '나보타'와 휴젤의 '보툴렉스'가 현재 미국에서 시판을 위한 3상을 각각 완료, 진행중인 상황에서 의도가 불순한 균주 논란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메디톡스의 설명회 전 역공을 펼친 셈이다.
 
메디톡스도 이같은 상황에 다시 공세를 폈다. 4일 열린 설명회에서 제품의 전체 염기 서열을 공개했다. 위스콘신대의 균주를 기반으로 한 '보톡스'와 메디톡스 제품은 같은 균주여도 유전자염기서열이 99.998% 동일한 데 비해 국내에서 추출된 나보타가 어떻게 메디톡스의 제품과 시퀀스가 유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날 메디톡스는 관계자들을 통해 "전체 염기서열이 다르다면 안전성 문제가 벌어질 수도 있다"며 "(향후 제품 투여 후 벌어질 사고를) 막기 위해서도 염기서열 공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상호간의 법적 조치 계획까지 나왔다. 3일 대웅제약 이종욱 부회장은 "(메디톡스가 제안한 공개토론에 대해) 부당한 요구에 응할 이유도 없고 막을 이유도 없다"며 "단 근거없는 명예훼손이 계속될 경우 법적으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현재 어느 정도는 (까지 법적 조치를 진행할지 세부적인 계획은) 내부적으로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메디톡스도 법적 조치를 시사하는 발언을 남겼다. 메디톡스 정현호 대표는 4일 설명회에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경쟁사의 발언은) 공개토론과 같은 취지라고 본다. 얼마든지 환영한다"고 말했다.
 
◇일각선 앨러간 집단소송 따른 영향 분석도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문제가 현재 미국에서 앨러간과 구강외과의사들이 벌이고 있는 집단소송(Cross Action)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이는 앨러간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메디톡스와 반경쟁적 계약을 체결한 뒤 고의적으로 메디톡스의 진입을 늦춰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비싸게 팔려고 한다는 내용의 소송이 진행중이기 때문.
 
사건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구강외과의사인 아델 토필리스(Adel Tawfillis)가 2015년 2월 앨러간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토필리스는 앨러간이 자사제품보다 가격이 낮은 메디톡스의 액상형 제품 '이노톡스'의 판권을 사들여 미국 진입을 막는 동시에 시장내 독점적 지위로 환자의 경제적 곤란과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사건은 토필리스와 뜻을 함께하는 의사·환자들이 모여 집단소송 운동으로 번졌고, 법원은 그해 10월 이들의 집단소송을 인정했다. 이에 앨러간은 미국 내 집단소송법의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며 해당 소송을 각하헤달라고 요청했으나 4일만에 기각됐다. 토필리스 측에는 미국 내 대형 포럼 2곳이 참여를 선언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대신 법원은 올해 업무상 기밀이 누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싶다는 엘러간의 요청을 받아들여 해당 재판 과정을 판결전까지 비공개로 전환하고 양 측의 추가자료를 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까지 엘러간은 법원에 증거제출 요청을 받고 해당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가장 늦은 결정은 지난 5월31일 토필리스 측이 약식판결(Summary Judgement)을 신청했으나 기각(Denied)당했다는 것까지다. 미국은 사실관계가 명확하고 법적 문제만을 다루는 상황에 대해 약식판결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 사건은 토필리스 측이 엘러간과 메디톡스 사이의 경쟁관계에 대한 설명을 정확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문제가 결국 메디톡스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보톡스'의 3분기 매출액은 6억8970만달러(우리돈 약 7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가량 늘어났다. 3분기 전체 매출이 4.4%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큰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이 특정 기업의 비싼 제품을 막기 위해 엘러간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데, 가격면에서 우위를 점한 메디톡스를 굳이 앨러간이 키워줄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 연방 공정거래법 관련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민형사처벌이 함께 진행되는 사례가 많은데 이중 민사는 계약 관계의 해지 및 재계약 등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 앨러간이 힘을 실어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직 소송 초기이고 타 사건보다 절차 및 기간이 긴 미국의 반독점법 집단소송인만큼 결과를 함부로 예측하기 어렵지만, 엘러간이 패소할 경우 메디톡스는 자사 제품에 대한 임상 및 발매 파트너를 다시 찾거나 자체적으로 미국 시장에 도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 기간 동안 대웅이나 휴젤이 선진출하는 경우 가격면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일각의 추정이다.
 
의약품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 한 로펌의 변호사는 "이런 큰 사건에서 한 측이 약식판결을 제기했다는 것은 주장이 명확하다는 뜻으로 보일 수 있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엘러간의 법리 방어는 미국 법조계에서 잘 알려진 데다가 소송 초기인 이상 함부로 승부를 예단할 수 없다. 이긴 측의 입장에 따라 시장 구조가 재편될 수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집단소송 문제가 있지만 앨러간과의 파트너십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메디톡스는 지난 4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해당 소송은 증거게시절차(Discovery) 진행중으로 1심이 진행중에 있으며 판결이 아직 선고되지 않았다"며 "위 소송에서 법원의 결정은 원고의 소송이 요건을 충족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일뿐, 미연방 및 캘리포니아주 반독점법에 대한 저촉여부, 손해배상 책임에 대한 판결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메디톡스와 앨러간은 소송 원고의 주장과 달리 계약 취지에 따라 협조를 통해 개발 제품에 대한 임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홈페이지 게시전 메디톡스가 연 설명회에서도 "메디톡스와 앨러간은 지금 미국 CGMP 인증 공장 건립 건으로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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