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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에 쫓긴 시민 창고에 숨겨줘..."약사도 민주주의 동참했다"

[5.18특별기획] 광주민주화운동 37년, 약손으로 어루만져

2017-05-18 06:00:19 박현봉 기자 박현봉 기자 nicebongs@naver.com


1980년 5월16일 전남도청 분수대 주변에 모인 시민들(왼쪽).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희생자 영정과 장례식.(오른쪽 위와 아래) <사진 출처 : 5·18기념재단>


1980년 5월 광주를 비롯한 전국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가 거세질 당시 신군부는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에 전남대생들의 거센 반발을 필두로 충돌이 생긴 광주는 시민군과 계엄군이 피를 흘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시민들이 쫓기고 부상을 당해 치료를 받게 된다. 당시 광주의 상당수 약사들은 약국으로 들어온 시민들을 창고에 숨겨주고 의약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기도 했다. 시위에 참가한 약사도 있었다. 
 
이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서 `헬기 총격' 등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추가 조사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여기에 당시 광주에서 약국을 했던 약사들을 비롯해 많은 약사들이 다시 그 때를 돌아보고 현재를 짚어보고 있다. 

계엄군에 쫓기던 시민, 약국에 숨겨줘 
 

광주지부 노영옥 자문위원

광주지부 노영옥 자문위원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약국에서 그 참상을 직접 목격했다. 계엄군에 쫓겨 약국으로 들어온 수십명의 시민들을 약국 지하의 의약품 창고에 숨겨두고 셔터를 내렸다. 
 
노 자문위원은 "계엄군이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자 시민들이 피해왔다. 시민들을 숨기고 난 뒤 계엄군이 들어와 폭행할까 두려워 셔터를 내렸다. 그 때 몽둥이를 들고 쫓아온 계엄군이 셔터를 들어올리려 했지만 같이 인근 주민 둘과 함께 셔터를 발로 눌러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몇 번 시도하던 계엄군은 포기하고 물러갔다"고 급박했던 당시를 설명했다.


"부상자 보호자에게 돈 안받고 의약품 제공"

한 숨을 돌린 노영옥 자문위원은 셔터 윗부분의 구멍을 통해 바깥을 내다봤다. 계엄군이 시민 한사람을 끌고 가 트럭에 올렸다. 트럭에서는 다른 두 명의 계엄군이 받아 올려 옷을 벗겼다. 신원을 확인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으로 짐작됐다. 
 
끌려온 시민이 꿈틀대자 트럭에 있던 계엄군이 몽둥이로 내리쳤다. 그 트럭에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그렇게 실려 있었다. 시민군이 계엄군을 몰아낸 다음 노 자문위원은 도청 분수대 앞에서 열린 자유발언대에 참가하고 시가행진에 동참하기도 했다. 
 
당시 시위대는 "비상 계엄 해제하라", "전두환 물러나라", "김대중 석방하라"를 구호로 외치고 있었다. 
 
노 자문위원은 "계엄군과 시민군의 전투가 치열해지면서 군인들에 비해 훈련되지 않은 많은 시민들이 부상을 입었다. 약국 인근 광주공원에 시민군 기동타격대가 있었고 총상을 입은 시민군들은 기독병원에 주로 실려 갔다"고 설명했다. 
 
또 "병원에서는 의약품이 부족했고 당시 의약분업 이전이었던 약국에는 수액이나 치료제들이 있어 약을 구하러 오는 보호자들이 많았다. 모두 돈을 받지 않고 건넸다. 그 때 많은 약국들이 그랬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 자문위원은 상황이 종료되고 난 뒤 광주시청에서 피해를 조사할 때 의약품 비용을 청구하지 않았다. 자신이 해야 할 당연한 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대부분 약사들은 약국을 지키고 있어 부상이나 희생을 당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 자문위원은 "광주 시민들은 공권력이 없었지만 치안과 질서를 유지했으며 왜곡보도를 일삼은 방송국에 항의하기 위해 불을 지르고 살아남기 위해 계엄군과 싸웠다. 지인 중에도 사망하거나 고문을 당해 후유증을 겪고 있지만 보상을 못 받고 있는 이들이 있다. 새 정부에서는 진실이 더 잘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약사회 교류로 진실 알리는 노력 계속


광주지부 정현철 지부장

광주지부 정현철 지부장은 진실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고등학생으로 현장을 생생히 목격했다. 군부정권이 민주화 요구를 탄압하고 폭도와 용공으로 매도한 언론조작으로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진실을 알리는 노력은 약사회 차원에서도 시도됐다. 광주 북구분회장을 9년 동안 맡았던 정 지부장은 대구 달서구분회와의 28년 교류에 대해 강조했다.
 
광주와 대구를 연결하는 광대고속도로(옛 88고속도로)를 통해 교류를 시작하게 된 두 분회는 왜곡된 정보와 언론에서 벗어나 진실을 제대로 알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보수성이 강한 대구지역의 약사들이 광주에 와서 5·18묘역을 참배하고 가슴아파한 것은 약사사회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진 일이었다. 이는 지부단위에서 광주와 대구, 대전이 친교 행사를 가지게 되는 계기가 돼 9년째에 이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 지부장은 "선배들은 정부와 언론이 왜곡된 정보를 흘리는 상황에서 직접 소통해서 바로잡아야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군부의 탄압이 지역 직접소통에 대한 의지를 불러일으켰다. 교류에 참가한 달서구분회 회원들은 오해에서 많이 벗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약분업이 처방전을 통해 환자정보를 공유해 서로의 역할에 충실하듯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진실 규명은 시대정신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영남 출신인데도 호남에서 60%의 지지를 받고 홍준표 후보는 같은 영남 출신에도 지지를 별로 받지 못한 것은 지역감정이 아니라 진실 규명에 대한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진실 규명이 후퇴하고 왜곡되고 폄훼돼 황당했다. 이제 혼란을 없애고 국가차원에서 마무리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교류사업 발전시켜 널리 알려야

광주지부 북구분회 강형철 분회장은 "교류 사업에 참여하는 젊은 약사들이 늘어나고 있어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다양한 세대가 교류에 참여하고 있으며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광주를 방문하는 약사들은 5·18 묘역 참배에 거부감이 없는 사람들로 일정이 맞으면 진행하는 정도"라며 "다양한 내용으로 교류사업을 발전시킬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대구지부 달서구분회 이창희 분회장은 "오랜 교류로 정치적 감정, 지역감정, 왜곡된 인식이 모두 없어진 지 오래다. 이제 형제처럼 지내고 있다. 덕분에 대구의 다른 분회 회원들과는 다소 다른 관계임에는 틀림없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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