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을 찾으시는 분들의 절대다수는 황혼을 맞은 장년층입니다.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약사로서 뭔가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하기는 했는데..."
부산 금송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강명순 약사는 올해 7월부터 13명의 요양병원 환자들에게 일주일에 한번씩 미술심리치료를 하고 있다.
그들에게 주제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이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표현하게도 한다.
팔레트와 붓을 손에 들고 주저하던 환자들은 이제는 과감하게 터치해보기도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펴보기도 한다.
"침대 옆에 스케치북을 두고 잠들기 전까지 그림을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다시 그림을 그리시는 분들도 있고, 또 약제부까지 내려와서 이것저것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세요."
이들에게 미술심리치료를 가르치다보니 강명순 약사가 그리는 그림도 바뀌기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그림을 그려왔어요. 하지만 이번 전시회에서는 새로운 강명순을 만나볼 수 있을 거예요."
강명순 약사는 오늘(4일)부터 13일까지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신관 지하1층 갤러리 마레에서 개인전을 연다.
이번 개인전의 큰 주제는 '관점-날다'이며 선보이는 20점마다 조롱박이 등장한다.

조롱박을 다양하게 표한한 그림들.
"관점은 원래 제가 늘 개인전을 열때마다 주제로 삼았던 거예요. 이번에는 '날다'라는 능동적인 느낌과 더불어 결실의 상징인 '조롱박'을 작품마다 넣었어요."
이전까지의 작품들은 강명순 약사가 그리고 싶은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 작품들은 보는 이들을 위로하고 기쁘게 하는 밝은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절제된 색채가 아닌 한눈에 봐도 생기넘치는 색들로 구성돼 있어요. 제 기억 속에 담겨있던 고향집의 조롱박들을 다양하게 표현해 봤어요. 제 작품이 밝고 아름다운 색일수록 저희 환자분들의 기분도 경쾌해 지시더라고요. 실은 그 영향이 크죠."
3년간 개인전을 준비해온 강 약사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새로운 모습과 편안함, 위로를 선물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는 6이라는 숫자도 등장해요. 10중에 6은 5를 넘어선 또 다른 시작이기도 하잖아요. 저희 요양병원에 계신 분들도 또 다른 시작이실테고 저에게도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도 하고요. 이번 전시회는 보는 이들에게 편안함과 위로라는 선물이 되고 싶어요."
그는 또 그의 작품이 담긴 우산을 답례품으로 준비했다. "제 전시회에 꼭 와 주실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