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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성장 이끈 OTC마케팅 뒤엔 '무엇'이 있었나...

[기획] OTC 판매전략 마케터 세치 혀에 달렸다 <1>

2019-06-13 12:00:30 이우진 기자 이우진 기자 wjlee@kpanews.co.kr

◇ 시장 성장 뒷편엔…'먼저 풀고 원가는 나중에'(?) 쳇바퀴

"회사 입장에서는 생산에 필요한 고정비용이 계속 늘잖아요. 그래서 가격을 올리면 약국 입장에서는 마진이 안남는다고 취급량을 줄여요. (중략) 그러면 시장에서 다른 품목이 '역매'라면서 사입가를 낮춘 제품을 밀거든요? 비슷한 제품에 비슷한 규모(의 제약사)면 한 번 저것도 들일까하면서 우리 쪽 제품 입고를 줄여요. 그냥 가격경쟁으로 전락하는겁니다.(중략)"

최근 일반의약품 마케팅 혹은 영업을 맡는 이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그만큼 단순히 제품의 매출을 영업력으로 성장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한탄섞인 말이다.

최근 제약업계에 따르면 OTC 분야에서는 '역매로 풀고 인지도로 버틴다'는 말이 쉽게 나온다. 그 시작은 제약사가 새로운 일반의약품을 내놓으면서 사입가를 낮추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이중 대표적인 사례가 비타민제 시장. 몇년전 국내 A제약사는 비타민제를 새로 출시했다. A사는 상당수의 수험생이 비타민 부족을 호소한다는 점을 떠올렸다. 마침 학부모가 다수 가입돼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 제품을 먹고 효과를 봤다는 글이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해당 제품은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A사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집중적인 홍보와 함께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가를 고정하기 위한 방안을 구상했다. 그러나 시장 상황상 생산에 필요한 고정비용은 계속 올랐다. 판매가를 올리다보니 조금씩 약국의 마진율도 떨어졌다.

이 상황에서 새로운 경쟁자 B가 나타났다. 성분도 최근 소비자의 추이에 맞췄고 약국의 마진도 제법 높았다. 자연스럽게 약국 매대에 경쟁 제품을 들여놓는 일이 늘었다.

이어 이와 유사한 품목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각 제품마다 장점은 있었으나 비슷한 제품군이 이어졌고 어느 순간 성분을 보는 약국보다 마진을 보는 곳이 늘어났다. 제약사 역시 마진을 위시하는 경쟁구도가 만들어졌다.

이같은 흐름에 일부 약국에서 난매 의혹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제약사의 모 제품의 경우 판매가격이 끊임없이 떨어지면서 약국 판매가가 5분의 1이상 차이나는 사례까지 벌어졌다. 이 때문에 약사사회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진 바 있다.

이같은 흐름에 약국가에서는 오른 품목은 그대로 놔두거나 각종 광고를 통해 이미지를 유지해 고객이 이를 찾게 하고 아직 마진율이 높은 새 제품을 내놓으면서 약사달래기에 나섰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의약품의 원가는 오르면 올랐지 내릴 수 없는 구조다. 원료와 부자재 가격이 내려가도 이미 제품생산 및 운영 등에서 절대적인 비용이 나온다. 여기에 공장내 임금인상률 등 부가적으로 오르는 부분도 감안해야 한다"며 "그렇다고 (생산원가를 아예 높인) 프리미엄 라인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며 "A사의 비타민제도 이미 생산과정에서 과거 가격을 유지할 경우 원가를 맞출 수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약사들에게) 마진 높은 제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생산원가 한계 등 있지만…"유통질서 건드리는 판매 안돼" 비판도

제약사 역시 할말은 있다. 보험약가가 정해져 있지 않아 판매를 위해서는 생산원가를 어떻게든 낮추면서도 가격경쟁은 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것.

실제 원가 인상에도 매출규모를 늘리기 위한 제약사, 마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약국 모두 문제가 있다고 보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만 일반의약품 특히 영양제를 비롯한 일부 시장의 일변도적인 판매상황이 실제 제품력으로 승부를 봐야하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마케팅의 난점으로 다가온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이미 비타민제를 비롯해 일부 시장은 먼저 생산단가를 낮춘 뒤 향후 광고나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하면 원가를 높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후 다른 회사가 비슷한 식으로 진입을 하고 같은 전략을 채택하는 식으로 제품을 연착륙시키는 경우가 많다. 소위 역매라 부르는 방법"이라면서도 단순 학술행사나 제품력보다는 유통질서를 건드리는 식으로 마케팅을 하면 결국에는 유통질서까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분명히 OTC 시장이 최근 성장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이 성장이 일반약 시장 자체의 파이가 커지는 것인지, 특정 군의 유통구조에 기인하는 부분이 큰 것인지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격형 경쟁이 부르는 폐단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유통질서 붕괴. 지난 2017년 약국가에는 국내 C제약사의 비타민제가 도매로 풀렸다. 이로 인해 해당 제품은 약국가의 입방아에 올랐다.

C사의 품목은 당시 대중광고를 진행하고 있었으나 약국과 직거래하는 품목이었다. 직거래 품목의 경우 유통경로가 '제약사-약국'으로 한정돼 있는 탓에 급격한 가격 인하 혹은 약국외 판매 등과 같은 폐해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유통업체로 들어갈 경우 각 유통업체별 경쟁으로 가격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고 최악의 경우 약국외 판매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약사들 역시 상담과 복약지도가 아닌 덤핑형 경쟁이 되기 쉽다.

이후 해당 품목 외 타 라인업의 경우 유통업체로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이미 도매전환된 품목의 경우 실제 서울 일부 지역에서 일선 약국 대비 낮은 가격에 난매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해당 의약품에 좋은 이미지를 가진 약사도 효능효과와 관계없이 유통구조 문제로 매대를 비우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가격형 경쟁에서 나타날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능성은 약사가 해당 품목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지 못한 채로 '달라니까 주는' 품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의약품의 특성상 약사의 상담을 거치지 않은 제품으로의 판매가 이어지는 경우를 당연하게 볼 수 있냐는 지적이다.

여기에는 의약품 전문가로서의 약사의 기능이 아닌 '약을 파는 사람'으로서의 가치만을 남기는 것이라는 비판도 따라온다.

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자리를 잡은 제품의 대중마케팅은 정당하고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이 약사들과 같이 호흡하는 것이 아닌 그냥 내주는 약으로 자리매김하는 방향이라면 다소 위험한 측면이 있다"며 "마케팅이란 것이 단순히 약을 파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시장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 안에는 제약사와 약사, 소비자와의 기반을 만드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마케팅이 역으로 움직임을 제한하는 것으로 작용할 경우 (실제 제품 관련) 문제가 생겼을 경우 시장에서 쉽게 사라지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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