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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도입 무르익었다...'약제비 절감' 세계적 성과 '뚜렷'

[기획 下] 의약사에 인센티브 강화 및 인식 개선 노력 병행돼야

2019-06-07 06:00:30 감성균 이우진 기자 감성균 이우진 기자 kam516@kpanews.co.kr

[기획] 국제일반명(INN)을 맞이하라

이미 선진국에서는 활성화 되고 있는 '국제일반명(INN)'이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도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식약처가 INN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공식 확인된 것. 특히 발사르탄 사태로 야기된 국내 제네릭 의약품 품질향상 및 신뢰성 제고를 위한 관리방안 마련에 대한 기대가 높다. 여기에 INN은 약사사회의 오랜 숙원인 성분명 처방의 디딤돌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에 본지는 INN도입추진의 배경과 주요 해외 사례 및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봤다.

上. ‘INN’연구 왜?…‘제네릭 정책’ 완성할까
下. 선진국서 긍정적 효과 뚜렷…국내 도입 걸림돌은 없나


어찌 보면 ‘INN’ 도입을 위한 가장 적절한 시기다. 

발사르탄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 제네릭 의약품 제도의 한계점이 여실히 드러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제네릭 의약품 품질향상 및 신뢰성 제고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제네릭 의약품 허가 및 약가제도 개편방안’과 맞물려 이에 대한 방점이 될 수 있는 것이 '국제일반명(International Nonproprietary Name, INN)'제도로 평가되고 있는 것.

여기에 더해 전 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약제비 절감을 위한 다양한 정책 중 'INN'은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가시화 된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보건당국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 추세…스페인 등 약제비 억제효과도 뚜렷

국제일반명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이다. 의약품의 개발, 생산, 허가 쪽으로는  이미 일반적인 상황이며, 처방과 조제의 경우는 30% 이상의 국가가 의무화 하고 있다.

세계약사연맹(FIP)이 10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설문에 응한 72개국 가운데 27개국(37.5%)이 의무로 국제일반명 처방을 한다. 5개국(7%)은 비용지불자에 따라 다르다. 40개국(55.5%)은 의무가 아니다. 

여기서 INN이 의무화가 되지 않은 45개국 중, 제네릭 대체조제가 의무화된 국가 12곳(17%), 자발적인 대체조제가 가능한 국가 16곳(22%), 대체조제 여부를 비용지불자가 결정하는 국가 12곳(17%), 대체조제가 허용되지 않은 국가는 4곳(5.5%) 등이었다. 

즉 설문에 답한 72개국 중 77%에 달하는 55개국에서 제네릭 대체조제의 활성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

스페인은 INN으로 인한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로 꼽힌다.

특히 스페인은 2001년 말 INN을 도입하기 직전 상황이 현재 한국의 상황과 무척 유사하다는데서 더욱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국가이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약사협의회 소속 후안 프라다 약사가 지난 INN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스페인은 INN 도입 전 제네릭이 난립해 있는 상황이었다. 일례로 오메프라졸의 경우 제네릭이 74개에 달했다. 

의사와 환자는 오리지널을 선호했고, 약사는 이에 따라 조제만 했다. 대체조제 비율도 매우 낮았다. 약국의 효율적 재고관리가 이뤄지지 않았고, 정부도 약국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당연히 약제비가 매년 10% 이상 규모로 폭등했다. 정부는 약가인하 등의 정책을 강화했지만 개선 효과는 미미했다.

이 때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와 달리 2001년 9월 국제일반명제도를 시행했다. 

INN 처방‧조제의 가격상한선을 설정했다. 두 번째로 가장 저렴한 약가를 기준으로 그 차이를 의사·약사들에게 환급해줬다. 지속적 공급이 어려운 약은 대체약에서 제외했고, 매 6개월 마다 정보를 업데이트했다. 

의사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으나 강력한 인센티브와 함께 정보교육 책자, 일차 의료기관 및 병의원 대상 연수교육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전자처방전’ 프로그램도 INN활성화를 위한 방향으로 일부 정비했다.

그러자 INN이용률이 2001년 0.35%에서 2002년 25.65%, 2004년 50%로 높아졌다. 

안달루시아 지방정부의 성공은 결국 2011년 8월 스페인 전 지역으로 국제일반명 처방 의무화가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2018년을 기준으로 스페인의 INN사용률은 약 94%에 달한다. INN이용이 늘면서 대체조제도 늘어나 2003년 9%에서 2017년 53%로 늘었다. 스페인은 대체조제로 매년 2억 유로를 절감하고 있다.

INN을 통한 약제비 절감의 성과는 스페인 뿐만이 아니다.

프랑스는 2009년에 국제일반명 허가제도를 시행했는데 2015년 대체조제율은 무려 83%로 올라왔다. 그리고 국제일반명 허가제도를 시행한지 6년 후인 2015년에 이르러서 국제일반명처방을 의무화했다.

이웃나라인 일본의 경우 2004년 기준 제네릭 처방이 7%에 불과했다. 급격한 인구고령화로 인해 의료비·약제비 절감이 절실해지면서 2006년부터 대체조제를 활성화하기 시작한다.

2012년 제네릭 활성화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안정적 의약품 공급과 품질 보증, 정보 제공과 환경 개선, 의료보험 제도 개선 등의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의사가 국제일반명으로 처방할 것을 정식 권고했다. 의무화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지난 2017년 기준으로 일본의 제네릭 점유율은 70%를 넘어선 상태이다.

◇INN 도입위한 인센티브 강화‧인식개선 노력 필요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INN도입을 통한 가시적인 효과는 뚜렷한 상황이다.

다만 우리나라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 설정과 함께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

일단 INN제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설정되어야 하다.

약사사회에서도 INN과 성분명처방을 혼돈해 사용한다. 의사단체 역시 INN이 마치 성분명처방을 위한 것인냥 반대부터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식약처에서 2010년도에 이미 제네릭 의약품을 명명할 때 INN규칙을 따르라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권고수준인 상태로 원료의약품의 경우만 INN으로 작성하게끔 규정돼 있을 뿐 완제품이나 처방, 조제 쪽으로는 확산되지 못한 상태다.

INN은 의약품 개발, 허가 과정 등 전 과정을 포함하는 용어로 성분명과 INN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국제일반명처방과 성분명처방은 매우 비슷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으며 국제일반명처방은 국제일반명 제도의 한 부분이다.

국제일반명 제도는 크게 제네릭의약품의 허가에 관련된 부분인 국제일반명 허가제도와 제네릭의약품 처방에 관련된 부분인 국제일반명 처방제도가 있다.

국제일반명 허가제도는 제네릭의약품 허가에 있어서 모든 제네릭의약품에 대해 국제일반명+회사명 형식으로 통일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제네릭의약품 명칭의 통일은 소비자의 알권리를 획기적으로 신장시키고 메디케이션 에러의 방지에 크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의약품시장이 글로벌화 되는 추세에서 국가간의 교역에도 의사소통이 원활해진다.

아울러 이러한 제네릭의약품의 명칭 통일은 국제일반명처방으로 가는 최선의 도구가 된다.

국제일반명 처방제도가 성공적으로 도입되려면 먼저 국제일반명 허가제도를 도입해 사회적 환경을 정비하는 것이 필수적인 것이다.

김대원 전 의약품정책연구소장은 “국제일반명 처방제도는 세계적인 추세이고 글로벌환경에 적합한 명칭이며 어느 한 직역이 독점할 수 없는 명칭일 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전문가, 그리고 정부 모두에게 이로운 명칭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강력한 인센티브 정책도 주요 고려사항이다.

국제 일반명 도입을 위한 첫 번째 목표는 처방·조제 오류를 줄이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제네릭 대체조제를 통해 갈수록 증가하는 약제비를 절감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대약대 서동철 교수는 “한국의 제네릭 대체조제율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반면, 미국의 경우 80~90%가 제네릭이고 오리지널 의약품 처방 비율은 10% 내외에 그친다. 이 배경에는 환자에게 제공하는 강력한 인센티브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는 대체조제로 유인 동기가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국제일반명을 도입하고 대체조제를 활성화하려면 의사·약사 모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도 분위기 무르익어…제약, 손익 분주해질 것

앞서 한국과 유사한 스페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INN을 통한 긍정적인 효과가 뚜렷한 만큼 식약처의 연구용역 추진을 차치하고라도 이미 우리나라도 INN도입을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약사회는 지난해부터 이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2월 약사회 차원에서 INN제도 추진을 본격화 한 이후 의약품정책연구소가 같은해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명수 위원장과 공동으로 '국제일반명(INN) 정책의 세계적인 추세와 한국에의 시사점'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했다.

의약품유통협회 역시 지난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INN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재고약 반품문제 등 각종 현안이 무분별한 제네릭 양산과 관련돼 있는 만큼 제네릭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

유통협회는 당시 "제네릭 대책이 공동생동으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 이를 넘어 제네릭의약품도 제품명 없이 성분명으로 표기하는 부분까지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INN제도화를 위한 정책 공조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다만 제약업계는 제네릭 활성화에 대한 대전제에는 공감하면서도 공통된 입장 정리에는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의약품 시장이 국제일반명 위주로 재편될 경우에 대해 상대적으로 상품명 등에서 강세를 보여왔던 상위사 등은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 나오는 반면 중소제약사 쪽은 이에 긍정적인 목소리를 보내는 곳이 엇갈린다.

특히 매출 비중 내 제네릭이 높은 곳일 수록 이같은 경향은 다소 강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국내 의약품 시장, 특히 전문약에서의 입지는 상품의 가치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회사와 상품명은 분리하기가 어렵다. 오리지널 처방의 비율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즉 오리지널이 아닌 이상 그동안 영업력으로 구축해 온 체계가 INN으로 인해 무너지고 결국 회사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이같은 시각에서 나온다.

한 상위제약사 관계자는 "INN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 부인할 사람은 많지 않다"면서도 "다만 회사의 입장에서는 기존에 구축해온 상품명의 입지를 깨기에는 위험도가 너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제네릭이 (전체 매출의) 70~80%가량을 차지하는 곳은 이같은 움직임에 공감하겠지만 시장내 확고한 입지를 가진 품목이 많은 곳은 이같은 추이를 경계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반대로 한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제약업계의 경우 개량신약 등 개발과 함께 품질관리로 의약품의 안전성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오리지널 (의약품) 처방에 의존하는 곳이 많다. 신뢰의 정도가 지나치다"며 "제네릭 정책으로 약가마저 내려가려고 하는데 같은 수준의 제네릭이 INN으로 처방 패턴이 바뀔 경우 국민의 의료비 감소는 물론이고 제네릭을 생산하는 회사에게도 이득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의사협회는 최근 공식입장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분명 처방의 위험성에 대해 강력히 경고해 왔다”며 “국민의 건강은 외면한 채 의약품 관리 편의만을 우선시해 INN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성분명 처방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정부의 꼼수이며, 국민의 건강과 의약품 안전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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