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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관계없이 약국 찾는 모두가 내 환자”

[창간특집=사람사는 곳, 동네약국] ③구로동 중국인 거리

2019-07-09 12:00:25 이승연 기자 이승연 기자 bigyean@kpanews.co.kr

[창간특집=사람사는 곳, 동네약국]

전국 약국 2만여 곳. 약국은 전국에 골고루 퍼져 국민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한 곳에서 2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며 동네 주민들과 소통하는 사랑방 역할을 하기도 하고 지역사회에 살아있는 역사의 증인이 되기도 한다. 수유동 수유북부시장, 방송의 메카 ‘상암동’, 중국인 거리 구로동, 노량진 학원가까지 각 지역을 대표하는 동네 골목길을 찾아 약사들이 말하는 지역의 특색과 이를 위한 약국의 변화는 무엇이었는지 가감 없는 이야기를 담았다.

①수유동 수유북부시장, 6평 약국서 지킨 60년 세월
②방송의 메카 상암동, ‘1분 1초’가 바쁜 사람들
③구로동 중국인 거리, 중국어 POP통한 복약지도 필수
④노량진 학원가, 청년이 떠난다 ‘아프니까 청춘’ 우울함 투영


‘온누리사랑의 약국’ 박세현 약사는 약국내 POS기가 거의 없던 때부터 POS기를 사용했다. 환자들의 병력과 구매이유가 기록돼 환자관리에 유용하다. 뿐만 아니라 자동조제기, 광고영상기 등이 비치돼 있다. 박 약사 혼자 약국을 운영하지만 틈틈히 자기계발에도 열중한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 한 큰 길가에는 한자로 가득한 간판이 즐비하다. 작은 골목을 따라 동네 안쪽으로 들어가면 주택가에 자리한 약국 하나가 있다. 이곳은 박세현 약사(사진)의 온누리사랑의약국이다.

◇ 동네약국이라 가능한 깊이있는 복약상담

박세현 약사는 의약분업이 시작한 그 해 8월, 동네 약국들이 모두 문전약국으로 가서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에 오게 됐다. 

너도나도 문전약국으로 가려던 그때 박 약사는 왜 병원도 없는 주택가로 들어온 것일까.

박 약사는 "그때 병원자리 반을 내주겠으니 약국을 하라는 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그건 의약분업 취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 거절했다. 환자들이 어느 병원을 가도 한 약국에서 관리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곳에 왔고 어느덧 20년이 흘렀다"며 동네약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병원이 이전하면 약국도 같이 옮기는 상황이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약국에 세를 지나치게 많이 요구한다. 문전약국이 아니면 처방이 확연히 줄어 약국운영이 쉽지는 않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환자와 충분히 소통하고 복약지도하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박 약사는 주민들의 병력과 건강관리 생활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그는 "오래 있다보니 약국을 찾는 주민들 몸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볼 수 있다. 그중에는 혈압약은 먹지만 수영을 열심히 하던 환자가 갑자기 수영장에서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기도 하고 혈압약을 먹던 다방 사장이 심장이 안좋아 병원에 갔다가 얼마 안돼 돌아가신 경우도 있다"며 "이런 것들을 많이 겪다보니 지금은 약을 판다는 외부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영양제 같은 약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적극적으로 권하게 됐다"고 한다.     

박 약사의 약국에는 처방전조제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처방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경우가 점차 더 줄고 있다. 이에 그는 '문전과 역할이 구분되는 것 같다'며 전문약에 대한 정보를 추가적으로 접하기 위해 부작용보고방을 활용하고 외부강의를 찾아 듣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한다.    

◇ '약사님, 힘나는 약 주세요!"

구로동 문전약국 중에 특히 싼 값에 약을 주는 곳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박세현 약사의 약국을 20년간 찾는 이유는 그의 세심한 복약상담과 철저한 환자관리에 있다.

약국 환자 연령대는 대부분 중장년층 이상이고 그중 중국인이 절반이다. 이들에게 병원진찰은 처방전을 타오는 행위일 뿐인 경우가 다수이고 특히 병원 진료를 어렵게 생각하는 중국인들은 일반약을 사야하기 때문에 약국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곳이다.

박 약사는 주민들이 어느 병원을 가더라도 대부분 본인의 약국에서 약을 짓기 때문에 주변 병원에 대해 잘 안다. 그는 병원을 이곳저곳 다니는 환자들에게 '장사하지 않는' 병원에서 꾸준히 진료 받을 것을 권한다. 
이어 박 약사는 병원의 치료위주 운영을 지적했다. 병원과 문전약국은 워낙 환자수가 많아 시간적·체력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의료기관으로서 치료뿐만 아니라 질병예방과 건강유지의 역할에도 충실해야 한다는 것. 

그는 "환자 중 한 명은 귀가 계속 아파  서울 유명 이비인후과를 오래 다녔는데도 효과가 없었다. 이후 사람없는 병원을 갔더니 왜 이제왔냐며 귀에 있는 고름을 빼고 나아졌다고 했다. 또 다른 환자는 병원에서 목디스크 판정을 받고 나와 상담을 하는중 손으로 하는 마사지와 금주 그리고 비타민B와 마그네슘 복용을 권했더니 그 후 3년동안 수술없이 잘 지냈다. 그 정도로 의사가 바쁘다보니 놓치는 부분이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박세현 약사의 약국이 있는 골목에만 6개 넘는 술집이 있고 심지어 어린이집 옆에 자리한 것도 있다. (오른쪽 사진)술집 바로 옆에 새로운 술집이 들어선다. 간판작업 모습.


◇ 중국인 고객응대 기술연마에도 힘써야해

"중국사람 굉장히 많죠?" 박세현 약사가 건넨 첫 인사말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최근 2~3년 중국 상점이 급격히 많아지고 있고 조선족·한족의 구분없이 중국인 유입이 늘었다. 실제 중국상점, 특히 찻집으로 허가받고 들어온 다방·술집이 약국이 있는 골목에만 해도 6개나 된다.

박 약사는 "조선족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기존 한국인들은 주거·교육환경 등을 이유로 이사를 갔다. 한국에 오래 거주한 몇몇 조선족 가정은 중국인이란 걸 나중에 알 정도로 소통에 문제가 없지만 지금은 잠시 머무는 중국인들이 늘어나 복약상담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얼마전 그는 약국에 찾아와 동네개선에 대해 묻는 마을환경개선사업 단체에게 '우리나라에 정착해 살고 있는 중국인들을 다문화로 분리하지 않고 공동체를 이룰 수 있도록 본질적인 접근을 해야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늘어나는 중국인 고객의 수요로 박 약사의 약국이 처방전 없이도 그나마 운영될 수 있다.

◇ 중국인 고용하고 중국어 스터디도


박세현 약사의 약국에 있는 중국어 POP와 중국어판 약 복용 지시사항.

이에 박 약사는 과거 약 1년반 정도 중국인 직원을 고용하고 분회를 통해 중국어반을 개설하기도 했다.

회원들과 중국어스터디 단톡방을 만들어 정보를 교류하고 회원들이 질문하면 박 약사는 조선족 직원에게 물어봐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화가 다른 외국인 직원을 장기 고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약국운영과 분회업무 등 바쁜 와중에 외국어를 배우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박 약사는 되도록 제약회사 담당자들에게 중국어 POP를 요청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중국어로 된 정보지를 붙이면 확실히 약국으로 유입되는 중국인 고객이 꽤 많다는 것. 

이외에도 20년 전부터 약국 내 POS기를 비치한 것이 고객관리에 한 몫했다. 환자별 약구매 시기와 이유가 모두 기록돼 검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 약사는 "중국인 손님 중에는 중국 들어갔다가 5년만에 나와 예전에 먹었던 약을 달라고 할 때가 종종 있다. 이럴 경우 이전 기록을 확인해서 드린다"고 설명했다.

◇ 9 to 9 운영에 고객들 감사표시해

대부분의 약국이 병원 영업시간에 맞춰 문을 열고 닫지만 박세현 약사의 약국은 오전 9시에 문을 열고 저녁 9시30분이 돼서야 문을 닫는다. 토요일도 예외는 아니다.

박 약사는 "이전에는 인식하지 못했는데 사람들이 '모든 약국들이 일찍 문을 닫는다'고 생각하더라. 약을 사려고 퇴근 후 약국으로 뛰어오는 손님도 있다. 그들은 내게 늦게까지 문을 열어줘 고맙다고 한다. 특히 토요일에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약사는 약국을 지켜야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박 약사는 약국을 혼자 운영하지만 약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약국운영 중에는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 약국 내에서 할 수 있는 업무를 한다. 회원들에게 카톡방을 통해 배포되는 '알쓸약잡' 정보지가 대표적인 예다.

약사는 '사람에게 적용되는 모든 물질에 대한 전문가'라고 정의하는 박 약사는 약뿐만 아니라 건강식품 등 다방면으로 지식을 쌓아야 환자를 케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문전약국 약사들은 바빠서 개인 공부도 버거울 것이다. 나는 그들보다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기 때문에 모르는 것은 찾아봐서라도 알려준다"며 "아는 지식이라도 보고 또 보는 것이 중요하다. 볼때마다 다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고 약사들과 양질의 대화도 가능하다"며 지속적인 자기계발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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