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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쫓기는 방송의 메카, 환자 응대도 1분 1초가 급해"

[창간특집-사람사는 곳, 동네약국] ②상암동 약국가

2019-07-09 06:00:25 김용욱 기자 김용욱 기자 wooke0101@kpanews.co.kr

[창간특집=사람사는 곳, 동네약국]

전국 약국 2만여 곳. 약국은 전국에 골고루 퍼져 국민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한 곳에서 2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며 동네 주민들과 소통하는 사랑방 역할을 하기도 하고 지역사회에 살아있는 역사의 증인이 되기도 한다. 수유동 수유북부시장, 방송의 메카 ‘상암동’, 중국인 거리 구로동, 노량진 학원가까지 각 지역을 대표하는 동네 골목길을 찾아 약사들이 말하는 지역의 특색과 이를 위한 약국의 변화는 무엇이었는지 가감 없는 이야기를 담았다.

①수유동 수유북부시장, 6평 약국서 지킨 60년 세월
②방송의 메카 상암동, ‘1분 1초’가 바쁜 사람들
③구로동 중국인 거리, 중국어 POP통한 복약지도 필수
④노량진 학원가, 청년이 떠난다 ‘아프니까 청춘’ 우울함 투영


상암동에는 대략 10여개의 방송국이 모여있고, 그 주위로 8곳의 약국들이 자리 잡았다.


대한민국 방송산업의 중심지,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igital Media City).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것이 주 업무인 일터답게 참신한 디자인의 조형물과 빌딩들이 숲을 이룬다. 건물 외벽에 설치된 대형모니터에는 방송영상이 나오고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도 방청을 위해 뙤약볕 아래서 대기중인 인파도 보인다. 

공원 한 켠에 주차된 중계차에서는 방송 준비를 위해 이곳저곳 뛰어다니는 직원들의 분주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가끔 방송사 로고가 새겨진 차량을 보면 ‘무슨 촬영이 있나’ 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하지만 거리 곳곳에서 마주하는 방송국 차량의 모습은 상암DMC의 흔한 일상일 뿐이라는 것을 체감하게 한다.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는 과거 ‘방송의 메카’로 불리던 여의도를 제치고 오늘 날 대한민국 방송 산업의 중심지로 우뚝 솟았다. 현재 MBC본사를 주축으로 SBS프리즘 타워, KBS미디어센터 등 지상파 3사는 물론 CJ E&M 본사, 종편 매체들의 미디어센터가 대거 입주해 있다. 

대한민국 방송콘텐츠의 절반 이상이 상암DMC에서 생산과 유통을 책임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첨단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클러스터’로 불리는 DMC의 24시간은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스토리들을 방송콘텐츠로 승화한다.

유동인구가 많은 DMC상가 지하에는 3개의 약국들이 모여 있었다.


대략 10여개의 방송국이 모여 있는 상암DMC 중심부에는 약 8개의 약국이 위치해 있다. 
대다수가 층 약국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쇼핑몰 지하의 경우 3곳의 약국이 모여 있었다. 미로처럼 구불구불한 상가 지하에는 식당과 카페들이 즐비했고 그 사이에 위치한 약국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피로회복’과 ‘목’ 건강 챙겨... 마스크·파스도 잘 나가
“밤샘 업무로 떨어지는 체력 보강을 위해 피로회복제나 고함량비타민제를 구매하는 분들이 많아요. 게다가 방송편집이나 모니터링을 위해 장시간 영상을 시청하는 분들이라 인공눈물을 찾는 사람도 꽤 되죠.”

5년째 상암DMC에서 A약국을 하고 있는 약사는 층 약국의 특성상 일반약 보다는 처방전 위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처방약 외에 방송국 직원들이 꼭 찾는 품목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나운서 또는 기자들이 많이 방문하는데 호흡기 질환 제품을 많이 찾아요. 미세먼지도 원인이지만 상암동 방송국 건물에 적용된 공조시스템이 비효율적이라 목이 건조하다고 해요. 아무래도 목소리가 중요한 직업군이라 기관지 쪽에 더 신경 쓰는 것 같아요.”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약국을 방문한 남성이 목이 건조하다며 호흡기 질환 제품을 구입했다.


방송국 직원들이 많이 찾는 파스와 피로회복제가 전진배치 돼 있다.

상암DMC에서 10년 넘게 B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는 하루 내지 이틀 밤새 일하고 오는 방송국 직원들을 보는 게 일상이라고 말한다. 또한 만성피로 외에도 근육통을 호소하는 직원들도 많다고 전했다. 이 일대에서 가장 오래된 그의 약국은 상가 1층에 위치해 있어 지하층에 자리한 다른 약국 보다 다양한 품목이 진열돼 있었다.

“방송국 직원 중에 무거운 장비를 다루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장시간 책상에 앉아 컴퓨터로 작업하는 분들도 있고요. 그분들이 약국에 오면 피로회복제만 찾는 게 아니라 근육통 약과 어깨나 손목에 붙이기 위한 파스류도 많이 구매해 가세요.”

◇약국을 방문하는 다양한 고객들
상암DMC 약국의 주 고객층은 방송국 직원뿐만이 아니다. 
지하상가에 위치한 C약국의 약사는 아이돌 ‘팬’ 들의 남다른 마스크 사랑을 소개했다. 

“TV 화면에 노출되는 걸 꺼려하는 아이돌 팬들이 많아요. 그래서 얼굴을 가리기 위한 용도로 마스크를 구매하죠. 아마 이 근처 약국의 마스크 판매 상승에는 미세먼지 못지않게 그룹 팬들의 영향도 클 거라 생각해요.”

C약사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케이블 방송사 입구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팬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상암DMC의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B약국의 경우 단골 고객들이 많았다. DMC 중심부에서 살짝 떨어져 있지만 주변에 아파트가 위치해있어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손님들이 약국을 방문했다. 할아버지와 산책 중이던 어린 손자는 B약국에 들려 약사에게 큰 소리로 인사를 하고는 내부를 한 바퀴 둘러보고 나갔다.  

“방금 전에 인사한 꼬마는 방송국 PD 아들이에요. 자주 약국에 들려 인사하고 가죠. 근처에 아파트가 있어 어린애들부터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까지 방문하는데 방송국 직원의 가족들인 경우가 많아요.”

줄줄이 약국을 방문하는 환자들과 웃으며 담소를 나누는 약사의 모습을 보며 이제는 찾기 힘든 동네 사랑방 약국의 풍경을 상암동 방송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방송계 특성이 고스란히 녹은 약국
시간 엄수가 매우 중요한 직장가인 만큼 약국의 업무도 속전속결로 처리된다. 시간에 쫓기듯 약국을 방문하는 방송국 직원들이 많기에 빠르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 

시간과의 싸움이 일상인 방송가인 만큼 주변 약국도 그 특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방송국 직원들은 1분, 1초에 민감해 약국에서 시간 소모하는 걸 매우 싫어해요. 대기자가 조금이라도 있는 것 같으면 바로 나가더라고요. 그래서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해야 해요. 우리나라 특유의 ‘빨리 빨리’는 유독 방송가 일대가 심한 것 같아요.”

A약국 약사는 취재에 응하면서도 약국을 방문한 고객들의 순서에 따라 업무를 신속히 처리하는 노련함을 선보였다.


방송 시간에 쫓기는 직원들로 인해 빠르고 정확한 업무처리 능력이 동반된다.


B약국의 경우 야외 촬영을 떠나기 전, 상비약을 대량으로 사가는 일도 빈번하다고 전했다.

“방송국 직원들이 상비약을 대량 구매하는 경우도 많아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각 방송사에서 상비약을 한꺼번에 사갔는데 정말 정신없었어요. 지금도 야외 촬영을 떠나기 전에는 스텝들이 방문해 응급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약들을 많이 준비해 가요.” 

얼마 전 미세먼지가 심할 땐, 방청객들에게 지급하기 위해 방송국 직원이 마스크 200여개를 구매한 적도 있다며 로케이션 촬영이 잦은 방송국 특성 때문에 경험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약사 직능 선보일 ‘기회’ 얻지만 ‘돌발’ 촬영에 당황하기도
방송국이 밀집된 곳에 위치하다 보니 장소 섭외 문의도 많이 받는다. 마포분회 관계자는 “상암동 방송가 일대 약국들은 촬영협조를 구하는 전화를 받는 것도 비일비재 하다”고 말했다. 

B약국의 경우 상암DMC가 한산했던 초기에는 협조가 가능해 여러 편의 드라마와 CF를 촬영했다고 한다. 그러나 방송국과 IT기업들이 점차 증가하며 유동인구가 많아진 이후로는 현재 정중히 거절한다고 말했다. 약국 업무가 바빠져 촬영 장소로 제공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약사의 직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은 적극적으로 협조한다고 밝혔다.  

“의약품으로 인한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면 근처 방송국 기자들의 취재 요청을 많이 받아요. 약의 성분, 작용에 관한 자문을 얻기 위해 방송가 근처 약국을 방문하는 거죠. 약사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순간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공부도 소홀히 할 수가 없죠.”

간혹 예고 없이 돌발촬영이 진행되는 상황도 발생한다. A약국의 약사는 유명 예능프로그램의 연예인과 스텝들이 갑자기 약국으로 뛰어 들어와 촬영을 진행했던 당황스러운 경험을 털어놨다.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약국으로 우르르 들어와 촬영하는 일을 겪었어요. 좁은 공간에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도 많았는데 무척 당황스러웠죠. 프로그램 제작을 실제로 본다는 신기함 보다는 당혹감이 컸어요.” 

평일 이른 저녁시간에도 상암동 방송가는 시끌벅적하다.


이외에도 음악방송 사전 녹화가 있는 주말에는 팬들이 약국을 찾아와 방청권 티켓 출력을 부탁하는 일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중에는 중동, 중국, 동남아 각지에서 온 외국인 팬들도 다수 있어 의도치 않게 K-POP이 몰고 온 한류의 위엄을 체감하고 있다는 에피소드도 전했다.  

상암DMC 약국의 하루는 다이내믹한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A약국 약사는 웃으며 대답했다.

“방송가에서 약국을 하면 한 번씩은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야죠. 흥미진진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방송국 거리답게 주변 약국도 재밌고 다양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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