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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임차인 약사 자녀에게 전대, 계약해지 요건 안돼”

점유회수청구 소송..."점포주 승인 없었어도 특별한 사정 인정" 판시

2019-10-23 12:00:33 한상인 기자 한상인 기자 hsicam@kpanews.co.kr


약국을 개설하기 위해 점포를 임차한 임차인이 약사인 자녀에게 전대하는 경우 계약해지 요건이 될까?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최근 점유회수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임대차계약에 따라 점포에서 약국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A임차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B점포주의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에서 양측은 다시 한 번 원심과 동일한 주장을 펼치며 맞섰지만 법원의 판단이 원심과 동일했던 것이다.

원심 판시에 따르면 임차인 A씨와 점포주 B씨는 2016년 9월 보증금 1억원, 월세 350만원, 임대차기간은 약국 허가를 위한 행정소송 최종 판결일 혹은 12월 1일 중 먼저인 날부터 시작하며 시작일로부터 2년으로 정했다. 이 때 보증금 1000만원은 먼저 계약금 형태로 지급했다.

이후 보건소에서 약국허가를 불허하자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하지만 예상보다 소송이 길어지자 A씨는 B씨에게 월세 2개월분을 지급하지 않기로 요청하고 둘은 합의한다.

이후 2017년 2월 행정소송에서 A씨가 승소해 약국개설이 가능해 지나 싶었으나 보건소측이 항소를 제기하며 문제가 복잡해진다.

A씨는 B씨에게 항소심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임대차기간을 연기하거나 월세를 면제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B씨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후 3월말, B씨는 A씨가 월세 등 지급의무를 불이행 했고 임대차계약 당사자인 A씨가 아닌 자녀가 약국을 운영하는 것은 무단 전대에 해당한다며 계약해지 내용증명을 발송한다.

B씨는 4월경 다시 한번 A씨에게 동일한 이유로 계약해지 내용증명을 발송한다.

하지만 A씨는 계약해지 사유가 없다며 계약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낸다. 이와 함께 보증금 잔액 9000만원을 송금하고 2월부터 소송을 제기하기 전까지의 월세를 모두 송금하며 점포를 내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B씨는 이를 거부하며 해당 금액을 모두 공탁했다.

이후 A씨는 소송에 들어간다. A씨는 임대차계약이 유효하다며 점포를 내어줄 것을 주장했다.

반면 B씨는 임대차계약이 A씨의 임대료 미지급, 부당한 임대료 면제 요구 등 신뢰관계 침해, 보증금 미지급, 위법한 전대차 등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해지통보로 적법하게 해지됐다고 맞섰다.

법원은 B씨의 계약해지 주장에 대해 하나씩 살폈다.

먼저 임대료 미지급과 관련해서 임대차계약은 월세를 3회 이상 연체할 경우 해지할 수 있다는 점을 먼저 설명했다.

사건을 보면 A씨의 요청에 따라 B씨가 2개월분의 월세를 받지 않기로 했는데 그렇다면 임대차계약 개시일은 2017년 2월로 새로 정해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B씨가 1차 계약해지 통지를 한 3월말에는 2월에 납부했어야 할 1개월분의 임대료만을 미납한 상태로, 2차 계약해지를 통보한 4월에는 2개월분의 임대료만이 미납된 상황으로 3회 이상 연체를 이유로 한 임대차계약 해지 통지는 적법하지 않다고 밝혔다.

부당한 임대료 면제 요구 등 신뢰관계 침해 주장과 관련해서는 A씨가 행정소송에서 승소했으나 보건소에서 항소하자 임대차기간을 연기하거나 월세를 면제해줄 것을 B씨와 관계자들에게 수차례 요청한 점은 인정했다. 

또한 1차 계약해지 통지 이후 A씨가 내용증명을 통해 ‘소송기간 중에는 월세를 감면해 주는 것으로 알고 지급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결정해 주면 월세를 낼 용의가 있다’고 밝힌 점, B씨의 계약해지 통지 이후에도 B씨의 병원에 직접 찾아가 임대차 계약을 유지하고 월세에 관해 배려해 줄 것을 요청한 사실은 인정했다.

법원은 하지만 이는 월세 감면을 기대하는 취지로 보일 뿐 소송이 확정될 때까지 월세를 내지 않겠다는 확정적인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A씨는 B씨가 결정해주면 월세를 내겠다는 뜻을 밝힌 이상 B씨의 신뢰가 무너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보증금 미지급과 관련해서는 임대차개시일이 2개월 연기해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점, 월세 추가감면-임대차개시기간 연기를 요청하고 있었던 점, 계약해지 의사를 통보한 후 단기간 내에 모두 지급한 점, A씨의 거듭된 요청에도 점포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임대차계약 해지의 정당한 이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A씨가 B점포주의 동의 없이 자녀에게 전대한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B점포주의 별도의 승인 없이 A씨가 자녀에게 점포물을 사용, 수익이 발생하도록 한 경우라도 A씨의 행위가 B씨에게 배신적 행위라고 할 수 없는 사정이 인정될 경우, 점포주는 동의 없이 전대차가 이뤄졌다는 것만을 이유로 해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A씨가 점포를 임차해 약사인 자녀에게 사용, 수익이 발생하도록 하거나 전대차를 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B씨에 대한 배신적 행위라고 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이를 근거로 한 임대차계약 해지 주장도 이유 없다고 보았다.

항소심 법정에서도 법원은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B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원고인 A씨의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명경 서울 김재윤 변호사는 “보통 임대인이 임차인을 내보내기 위해 제기하는 명도소송과는 다르게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이 해지되지 않았고 점포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점을 다투는 소송이었다”며 “임대인 측은 계약해지의 사유로 ‘무단전대’를 이유로 들었는데 가족관계는 별도로, A씨가 실질적으로 약국에 상주하며 약사 자녀를 돕는 등 운영을 함께 해왔으며 대리인의 성격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이기 때문에 무단으로 제3자에게 전대한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주장해 재판부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1심에서는 계약해지 관련 사실관계를 중점적으로 변론해 재판부를 설득해 승소판결을 이끌어 냈으며, B씨의 항소로 진행된 2심 재판에서는 법리적인 부분을 받아들여 A씨 측의 승소를 이끌었다”며 “임대인의 계약해지 통보는 적법하지 않으며 임차인 A씨가 상가건물을 인도받아 약국을 영업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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