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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이 쏘아올린 작은 공…가장 뜨거운 약으로 돌아왔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낳은 혁신신약, 가능성과 허들은 함께 있었다

2021-01-19 12:00:59 이우진 기자 이우진 기자 wjlee@kpanews.co.kr

 세계에서 개발 열기가 가장 뜨거운 항암제 분야에 국내 제약사의 품목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성분명인 레이저티닙으로도 잘 알려진 유한양행의 '렉라자'다.

국내에 붐을 일으킨 '오픈 이노베이션'의 사실상 첫 타자라는 점, 상대적으로 신약개발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회사의 성공적 제품 데뷔라는 데서 관심이 모아진다.

 뜻있는 곳에 길이 있다
 10억원이 회사를 바꿨다


폐암은 국내 전체 암종 중 사망률 1위를 기록하는 가장 치명적인 암이다. 폐암의 경우 조직의 모양에 따라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나뉜다. 이중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약 8%%에 달한다. 

이중 30~40%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인 T790M 돌연변이가 생긴다. 변이는 치료를 더욱 어렵게 할 수 밖에 없다. 세계적으로도 상황은 유사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에 대한 수요는 꾸준했다.

하지만 국내 제약업계에서 항암제, 특히 폐암 치료 분야에서는 의약품 자체를 쉬이 도전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막대한 수준의 개발비와 시간에서 글로벌 빅파마를 이기기는 어렵다는 비판도 나왔다.

유한양행이 지난 18일 국내에서 허가받은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는 이같은 국내 제약이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찾은 첫 답이라는데서 주목을 받는다.

렉라자는 EGFR T790M 저항성 변이에 높은 선택성을 갖는 경구형 3세대 티로신 인산화효소 억제제(Tyrosine kinase inhibitor, TKI)로 뇌혈관장벽(Blood-Brain-Barrier,BBB)을 통과할 수 있어 뇌전이가 발생한 폐암환자에도 효능을 보인다.

레이저티닙을 내놓기까지의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그 과정에는 여러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 먼저 물질을 개발한 이는 오스코텍의 자회사인 제노스코의 고종성 대표. 그는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암학회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1년만에 후보물질인 'GNS-1480'을 1년만에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렉라자의 기술이전부터 개발까지의 타임라인(출처=유한양행)

혁신신약이 될 물질을 만든 이의 눈에 길이 보였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주창하던 유한양행의 이정희 사장이 손을 내민 것이다.

2015년 취임한 이정희 사장은 기업의 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업계에서 항상 수위를 달리는 자리에 있었지만 정작 개발에서는 큰 빛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마나 세계 최초의 P-CAB 제제인 '레바넥스'(레바프라잔)가 있었지만 이후에는 마땅한 신약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더욱이 도입품목의 비중이 커지면서 업계 내부에서는 '큰 도매상'이라는 비판까지 있었다.

이정희 사장은 취임 이후 기업을 변화했다. 자사의 개발이 아닌 이미 개발된 여러 신약물질을 제품화까지 이끄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강조했다. 실제 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서로의 개발품목을) 꽁꽁 싸매고 있지 말라'는 말은 이같은 의사를 반영한다. 취임 후 그는 사장 직속의 미래전략실을 통해 해외 여러 개발 현황을 체크했다.

더욱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회사의 형태는 기업 경영 입장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기에 적격이었다. 오너십으로 회사의 정책 방향을 좌지우지하지 않기에 외려 뒤쳐지지 않는 투자가 가능했다.

그리고 그 성과는 고스란히 기술수출로 나타났다. 2018년 얀센바이오테크에 레이저티닙을 총 1조4000억원 규모에 수출한 것이다. 계약금만 560억원에 달했다. 최근 몇년간 자사의 대표제품 혹은 대표 신약물질과 타 기업의 신약물질을 함께 해 효과를 높이는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로 얀센 역시 자사가 개발중인 아미반타맙과의 병용 효과를 노린다는 전략이었다.

유한양행은 기술 수출 이후에도 레이저티닙의 개발을 지속했다. 얀센의 병용과는 달리 레이저티닙의 1차 치료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글로벌 3상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기존 1차 치료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레사'(게피티닙) 대비 우위를 입증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조건부허가를 통해 국내 시장에 첫 발을 떼면서 회사가 그토록 강조하던 '오픈 이노베이션'의 결과물이 사실상 첫 발을 뗀 것이다. 불과 5년전 10억원에 사들였던 신약물질이 가장 뜨거운 치료 분야에 기대주로 들어선 셈이다.

앞서나가는 경쟁자
눈앞 허들 넘어설까


약물 자체의 매력은 어떨까. 비교할만한 대상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다. 모두 EGFR TKI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EGFR T790M 돌연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치료에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타그리소의 국내 허가 근거가 된 '아우라 연장연구'(AURA extension)과 '아우라2' 연구 내용을 보면 411명 기준 해당 약물의 객관적 반응률은 66%, 무진행 생존기간의 중앙값은 9.7개월로 나타났다. 질병조절효과는 91% 수준이었다.

해당 추가 연구에서도 객관적 반응률은 동일했고 무진행 생존기간의 중앙값은 11.0개월, 반응기간 중앙값은 12.5개월이었다.

임상에서 임상에서 가장 흔한 빈도로 보고된 이상 반응들은 설사, 발진 등의 증상이 있었고 대개 경도와 중증도 사이였다.

렉라자를 용량증량·확장 등으로 나눈 181명을 대상으로 한 대상 '레이저201' 연구에서는 객관적 반응률은 59% 및 68%,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10.9개월 및 11.0개월로 타그리소와 유사했다.

240mg 용량군에 배정된 환자(78명) 중 T790M 돌연변이 양성 환자(76명)에 대한 독립 중앙 검토와 시험자 평가에 따른 객관적 반응률은 58% 및 72%, 무진행 생존기간의 중앙값은 11.0개월 및 13.2개월이었다.

전체 용량군(181명)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이상반응은 1,2등급의 경증이었으며 가장 빈번하게 보고된 이상반응은 발진(29%), 가려움증(28%), 변비(22%)이었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 수와 조건이 달라 정확한 비교를 하기는 어렵지만 타그리소와의 경쟁구조를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렇듯 가능성을 확인한 약이지만 아직 렉라자가 갈 길은 제법 길다. 1차 치료 적응증 확보다.  이미 타그리소는 지난 2018년 EGFR 엑손 19 결손 또는 엑손 21(L858R) 치환 변이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이름을 올렸다.

레이저티닙 역시 의미있는 무진행 생존기간 연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얀센이 진행하고 있는 아미반타맙과의 병용 요법은 유럽종양학회에서 발표한 1b상 임상연구 중간결과를 통해 그 가능성을 입증받았지만 렉라자 자체의 가치를 높이는 과정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유한양행의 경우 지난 10월 이미 1차 치료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레사'(게피티닙) 대비 우월성을 입증하기 위한 3상에 첫 발을 뗀 상황이다.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올 경우, 시간은 걸리지만 1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해진다.

원석을 찾아 5년만에 제품으로 만들어진 '렉라자'가 시장에서 어떤 영향을 줄지, 조금은 시들해진 시장의 오픈 이노베이션 열기를 다시 살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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