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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6 ()

우황청심원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난센스 복지부

대한약사회 강봉윤 정책위원장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말 교육부에 2020학년도 보건·의료 분야 정원 배정 중 약사 60명을 늘려달라는 요청안을 제출했다.

복지부의 요청에 따라 교육부는 ‘2020년도 대학 학생정원 조정계획’을 각 대학에 보내 약대 정원 60명을 증원하기로 하고, 약학대학 정원 배정계획은 추후 별도 안내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 약사 부족과 제약사 내 R&D 인력 수요 증가에 따른 포괄적인 상황을 고려해 약사 증원을 요청했다"며 "어디에 약학대학을 신설할지 등 구체적인 방향은 교육부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번 약대 증원 파동은 복지부 관계자의 말에서도 드러나 듯, 그나마 소규모 약대를 과도하게 신설해 정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15개 약대에 대한 증원도 아닌, 특정 대학 약대 신설을 위한 것이기에 더욱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미 시중에는 약대 신설이 가시화되자 그동안 약대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던 전북대학교, 제주대학교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두 대학교에 약대를 신설해 주기 위한 각본을 미리 짜 놓고 쇼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약대 정원 증원을 반겨야 할 약교협도 반대를 할까?
약교협 측은 "과거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며 "정부는 무분별한 약사인력의 증원 보다는 교육현장의 문제부터 우선적으로 해결해 국가경쟁력 제고와 국민 삶의 질 향성을 도모해야 한다"고 약대 증원 계획을 반대하고 있다.

복지부의 약대 정원 증원 요청이 얼마나 넌센스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현대 민주화 정부의 행정은 ‘거버넌스’ 개념을 기본으로 한다. 근대국가나 독재국가는 통치기구 개념인 ‘government'이지만, 현대 민주국가의 ‘governance'는 정부를 비롯해 반관반민(半官半民), 비영리조직, 시민단체 등의 조직이 수행하는 공공활동, 공공경영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복지부의 이번 증원요청은 약대 정원 증원의 직접 관련 단체인 약사회나 약교협과 의논 없이 진행한 독재행정의 전형으로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둘째, 이 문제와는 별도로 교육부는 통합 6년제로 전환할 약대는 기존 편입학 정원 이외 2년의 약학 교육과정이 추가돼 편제정원이 증가되는 만큼 대학설립, 운영규정 상 교사, 교지,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등 4대 교육 요건(이하 4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약교협에 따르면 현재 35개 약학대학 중 통합 6년제로 가기 위한 4대 교육 요건을 충족하는 대학은 4곳 정도이고, 2022년도까지 4개 요건을 최대한 맞추겠단 대학이 2~3곳이다. 현재로선 통합 6년제 전환이 가능한 대학이 6~7곳이란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노력대신 소규모 약대 2곳을 더 신설한다는 것은, 정부의 이공계 황폐를 개선하려는 통합 6년제 취지에 반하는 모순된 정책이다.

셋째, 복지부는 증원 명분을 병원 약사 부족과 제약사 내 R&D 인력 수요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내 세웠다. 병원약사가 부족한 것은 약대 정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병원약사의 처우가 열악하고, 의료기관에 두는 약사의 정원이 부족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38조 관련, 의료기관에 두는 약사의 정원에, 300병상 미만의 종합병원에는 1인 이상의 약사, 100병상 이하의 병원이나 200병상 이하의 요양병원에는 주당 16시간 이상의 약사를 둘 수 있도록 돼있어, 절대적으로 약사인력을 적게 뽑도록 돼 있기 때문에 부족한 것이다. 그나마 병원에 근무하는 인력도 약사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일은 많고 페이는 적고 열악한 처우가 병원을 떠나게 만드는 것이다.

제약사 내 R&D 인력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것은 맞지만, 이것도 약대정원을 증가시켜 해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되었다. 이미 2011년 15개 약학대학 신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25명 내외의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소규모 약대를 신설하면서 연구, 산업약사 중점 육성과 대학원 인력 양성체제 구비를 내세웠으나, 3회의 졸업생을 배출한 현재 연구, 산업약사 배출인력이 이전보다 오히려 감소하였다. 1200명 정원일 때보다 1700명 정원일 때 오히려 더 감소했다는 아이러니는 약대정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제약사의 약사인력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고 약대 커리큘럼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해결 없이 소규모 약대를 신설한다고 연구, 산업에 진출하는 약사는 결코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

넷째, 복지부의 증원요청 근거는 2017년 5월 발표된 보사연 연구자료에 바탕을 두고 있다. 2017년 보사연 연구보고서는 한 사람의 연구자가 근무 행태가 다 다른 보건의료 5개 직능단체의 수요공급 예측을 한꺼번에 하다 보니 직역마다 다른 상황이나 요소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신뢰할 수 없는 2012년도 발표 목적으로 작성된 뒤, 일부 수정을 거쳐 5년이나 늦게 발표한 자료로, 전적으로 신뢰하기 에는 너무 많은 문제점이 있어 대약은 지속적으로 반대 의견을 정부 측에 전달해 왔었다.

약사회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공신력 높은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공정한 연구를 진행하였고, 결코 약사 인력이 부족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오는 2030년이면 약사인력 공급이 수요인력보다 최소 4천명 이상 많을 곳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약대 정원증원은 어불성설이다.

더군다나 교육부의 대학 학생정원 정책방향 첫 머리에 나와 있듯,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입학자원 급감 등을 고려해, 정원 동결 또는 감축 기조 유지’가 전체적으로 기본방향인 상황에서 약대정원 증원은 불가하다. 대약은 연구보고서를 파일 째 복지부에 제공했고 자신이 있다면 복지부도 보사연 연구 자료를 통째로 파일로 대약에 보내 서로 검증하는 절차를 갖길 바란다.

보사연 연구의 신뢰도와는 별도로, 복지부는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비상식적인 행동을 저질러왔다. 보사연 연구결과 의사인력도 부족하다고 나왔고 최근에 의사인력 부족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대 정원 증원은 쏙 빼고 약대 증원만 추진한 것은, 힘 쎈 의협을 의식한 형평성에 어긋난 비상식적인 행동이다. 이러한 복지부의 처신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300억 시장의 편의점 상비약 논의는, 법정단체인 중앙약심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민단체, 소비자 단체 등 비전문가가 다수 포함된 한시적 비법정위원회인 지정심의위원회를 만들어 과반 표결처리를 강행하는 무리수를 두면서도,

30조 시장인 문재인케어에 관해서는 시민단체를 배제하는 것은 물론 직접 관련된 다른 보건의료직능단체까지 철저히 배제하고 오직 의료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고 있는 행태는 복지부가 얼마나 의협의 눈치를 보고 있는 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국가비전인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에 정면으로 반하는 정책으로 중장기적으로 약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아닌 만큼 복지부의 약대 정원 60명 증원 요청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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