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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8 (화)

우황청심원

봄날의 백만 송이 장미 예찬

차의과학대학교 약학대학 사회약학실 손현순 교수

‘지금 내 눈 앞에 보이는 수백만송이 꽃 하나하나가 사랑입니다.’

지난 토요일의 경험이다. 7080 대표곡 중 하나인 [백만 송이 장미]의 노래가사 한 줄 한 줄을 그렇게 음미해 가며 들어보기는 처음이었다 – 저 어느 별에서 내가 이 세상에 올 때 내게 주어진 소명 같은 것이 하나 있었으니, 비록 아프기도 하고 슬플 수 있는 세상이지만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하고, 진실한 사랑을 할 때만 피어나는 장미를 백만 송이 피워내고 난 후, 그립고 아름다운 그 별나라로 다시 돌아오라는 -. 가수의 애절한 목소리에 묻혀 이리도 심오한 의미를 놓칠 뻔 했다. 노래의 여운이 남은 내 눈에 들어온 봄 풍경 속의 꽃들을 이제 나는 그렇게 해석하기로 하였다. 또 한 번 알았다. 세상 풍경조차도 더도 덜도 아닌 내 마음 만큼인 것을.

다시 다가온 토요일. 봄볕과 봄바람을 대동하고 나선 소풍 길에 무수한 벚꽃 잎들만큼이나 상큼 발랄한 웃음을 한껏 터트린 우리 연구실 학생들과 함께 오늘 몇 송이의 장미꽃을 피워낸 것 같아 흐뭇하다.

만발한 봄꽃은 곧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온다는 신호다. 언제나 그렇듯 시험문제를 내는 건 참 어려운 일 중 하나이다. 대개는 강의시간에 다룬 지식정보의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문제들을 내는데 조금 더 발전시켜 본다 해도 기껏해야 암기한 지식을 활용하여 한 두 단계 응용해 보게 하는 문제 수준을 넘지 못한다. 용기를 내서 비평적 사고를 요하는 서술형 문제를 내 보기도 하고 팀 기반 프로젝트 기반 수업방식을 적용하고 그에 걸 맞는 평가방식도 시도해 보지만, 지금의 상대평가시스템을 절대평가시스템으로 바꾸지 않는 한 학생들로부터 성적에 대한 이의제기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객관적 기준과 명확한 정답이 있는 문제 중심의 출제방식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어찌 보면 기억력 테스트에 가까운 시험문제를 통한 학생 평가방식이 우리가 기대하는 미래지향적인 약사의 역량과 얼마나 잘 연계되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점은 비단 약대나 학교시험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경쟁은 대개가 그러한 유형의 문제들로 구성된 시험을 통해 문제의 정답률로 승자와 패자를 가르곤 한다. 그리하여 소수의 승자들은 타인의 부러운 시선을 받는 엘리트가 되어 특권을 누리며 살아가고 다수의 패자들은 고개를 숙인 채 차별을 겪으며 살아간다. 어느 사회에나 경쟁은 존재하고 때론 사회발전의 동력으로서 그 필요성을 설득당하기도 하고, 그래서 경쟁을 통한 승자와 패자는 있게 마련이지만, 문제는 일부 승자의 비뚤어진 엘리트 의식과 당연시되고 점차 공고해지는 타인에 대한 지배력 행사 그리고 둔감해지는 자아성찰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드러나고 있는, 많이 배우고 많이 가져 남들이 부러워한 엘리트들의 부끄러워해야 하는 민낯을 보면서,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교육이 우리 사회의 외향적 발전에는 비록 기여했을지 모르나 그 지향점은 한참 잘못되어 있었음을 확인하고 있다.

세상은 너무 복잡해졌고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무수히 일어나고 있는 와중에 소위 전문가라는 이름의 엘리트들은 매우 유리한 위치를 점한 채 너무도 당연하게 세상의 흐름을 자기편으로 만들어갔고 그에 대한 도덕적 감수성도 거의 작동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전문가를 키워내는 교육현장에서는 사회구성원 누구보다도 균형 잡힌 삶의 가치관을 형성하도록 하는 교육적 방향성을 강력하게 실천해갔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쟁이 아닌 협력을 지향하는 교육내용과 교육방식 그리고 평가방식의 변화가 필요할 수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은 우리 사회는 아직도 여전히 경제가 화두이다. 가계 중위소득을 고려하면 실제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달러를 약간 넘긴 수준이라 하니, 이러한 차이는 우리 사회의 극심한 소득 양극화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어서, 경제 이야기가 가장 중요할 만도 하고, 앞으로 풀어야 할 우리 사회의 숙제가 무엇인지도 명확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리더로서 의사결정자 역할을 하게 될 전문가들은 과연 어떤 사회가 좋은 사회인지 그리고 어떻게 좋은 사회를 만들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인식수준을 높이는 교육을 받아야만 한다.

수많은 사회 문제가 본질적으로는 기술발전이나 경제 자체가 아닌 사람의 문제에서 출발하고 또 사람의 문제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의 교육이 자연과 사람에 대한 본래의 가치를 회복하고 균형감 있게 사고하는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과정으로서의 본질에 보다 충실해진다면, 뻔뻔한 특권의식만 똘똘 뭉쳐진 사람들의 이름이 미디어에 오르락내리락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먼 별나라에서 온 우리들이 다시 그 별로 돌아갈 때까지 잠깐 머무는 이곳에서의 시간들을 우리는 삶이라 말한다. 삶이란 사람의 준말이고 사람과의 만남이 곧 우리의 삶이니, 좋은 사람을 만나고 또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나와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는 일이라는 한 선생님의 말씀을 가슴에 품어본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나는 과연 몇 송이의 꽃을 피웠을까? 백만 송이의 장미를 피워내려면 내 삶의 남은 시간 동안 진실한 사랑을 참으로 부지런히 해야만 할 것 같다.


※ 본 시론은 약사공론의 편집 방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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