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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의약품을 배달하면 왜 안 되냐고 묻는다면?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회장 장동석

2021-09-08 05:50:50 약사공론 약사공론

코로나19가 사회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고 약사사회에도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비대면 진료를 통한 배달 플랫폼 사업 업체들의 등장입니다.

IT 사업의 발달로 인해 전자 휴대기기의 보급률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배달서비스도 함께 발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대적 변화이며 특히 코로나 펜데믹 시대로 인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손안에 사회가 담겨있고, 편리성이 강조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의약품을 배달하려는 업체들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한시적 고시로 비대면 진료를 가능하게 했고, 이를 빌미로 배달 업체들이 의약품도 배달이 가능해진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약품의 배달은 엄연한 불법입니다. 업체들이 불법을 합법인양 호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왜? 의약품 배달이 불법인가? 약사법은 50조에 '약국 개설자 및 의약품판매업자는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의약품은 약국 내에서 약사의 대면 판매만 허용하는 게 약사법의 입법 취지입니다. 의약품배달은 약국 내 대면 복약지도와 판매행위를 위반하는 것입니다.

의약품을 배달하면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환자 안전성 확보와 책임소재 때문입니다. 의약품은 식품처럼 누구나 만져서도, 배달해서도, 나눠 먹어도 안 됩니다.

의약품은 알맞게 복용하면 치료 효과를 보지만, 잘못 복용하면 독이 되며, 건강을 해치고, 생명을 위협하게 됩니다. 약사 약료의 본질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보호를 위한 것이고, 책임을 짓는다는 것입니다.

약료가 소비자에게는 단순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 세번 식후에 드세요.’ ‘아침 식전에 드세요.’ 단순하고 익숙한 단어일 것입니다. 그러나 약사들은 이 복약지도를 위해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약과 씨름을 하고 고민 한 끝에 소비자에게 복약하는 것입니다.

약료서비스의 복잡성과 다양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소비자들의 편의성과 경제적인 효용성만을 이유로 배달서비스를 허용하고 제도화하려 한다면 지양해야 합니다. 

또한 의약품의 안전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오용, 남용, 부패, 변질, 오배송 등 발생할 문제에 대해 법적 책임규정을 명확하게 설정하여야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편리성과 경제성만을 강조하다 보면 또 다른 사회적 병폐를 낳습니다.
야놀자, 카카오택시가 그 단적인 예입니다. 편리성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어떠한가요? 여행업계와 숙박업계, 택시업계의 생태를 변화시키고 있고, 사업이 안돼서가 아니라 오히려 플랫폼업체에게 종속되는 현상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높은 수수료, 광고료 등으로 인해 업주들은 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플랫폼업체는 거대공룡 기업으로 변하고 있지만 소상공인들은 고용인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무료라며 가맹 택시를 끌어모았던 카카오택시가 80% 이상의 점유율로 시장 지배력이 커지자 감춰놓았던 발톱을 드러냈습니다. 

바로 수수료를 자기들 마음대로 인상하려 한 것이죠. 원래 카카오는 가지고 있는 플랫폼으로 서비스로 연결만 시켜주는 것이라고 했었는데, 어느새 독과점기업으로 성장하여 지금은 승객과 기사 양쪽 모두에게서 폭리를 취할 수 있는 지위가 되었습니다. 결국은 플랫폼 독점기업의 횡포가 된 것입니다.

위의 예를 보면 편리성만을 추구하게 되면 결국은 공공성과 공익성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특히 의약품은 공공성과 공익성이 강한 공공제입니다. 사회정의실현을 위한 공공제를 사기업 배 불리는 일에 내어주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무분별하게 배달 플랫폼들이 시행되면 소비자의 민감한 건강정보들이 그대로 노출될 우려가 있습니다, 처방전과 약배송시 조제된 의약품에는 소비자의 의료정보들을 담고 있고 이 정보들이 플랫폼 업체들에게 그대로 저장 축적되고, 배달 시 타인들에게 노출될 우려도 있습니다.

민감한 의료정보의 노출에 대한 책임 문제도 대두됩니다. 그러나 업체들은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제도마련과 유출시 법으로 엄한 처벌과 책임소재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다른 선진국에서 의약품을 배송하는 곳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나라들의 상황은 우리나라와 많은 부분에서 다릅니다. 우리나라만큼 질 좋고, 수준 높은 약국 접근성이 강한 곳은 없습니다. 

몇몇 나라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행되었고, 이들 나라는 정부주도하에 수십 년 동안 수없이 고민하고 계획하여 의약품 배송을 시작하였고, 무엇보다도 규제를 강화하고 법적처벌규정을 엄하게 한 후, 안전성과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확보한 후에 실시 되었습니다. 

또한 부정, 불량의약품의 유통을 막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안전장치를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직국들은 부정, 불량의약품의 유통 때문에 약 배달을 그만두려고 하거나 그만두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선진국들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경제성과 편리성보다 의약품의 안전한 복용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위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무런 법적규제도, 안전성도, 책임소재도 불분명합니다. 아니 없거나 미약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작이 되면 피해는 당연히 소비자와 약사들의 몫이고, 업체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돈만 벌 것입니다.

또한 이윤추구가 최선인 시장 논리를 의약품과 약국에 곧이곧대로 적용돼서는 안 됩니다. 약사와 약국은 약사법에 의해 강력한 규제를 받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배달서비스는 아무런 규제가 없고, 꼬리표도 확인되지 않는 자본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들이 지속되면 배달 플랫폼은 결국 영리추구 목적을 지닌 거대 자본가들과 해외 자본이 유입될 것입니다. 결국 공공제인 의약품과 약국과 보건의료체계는 훼손될 것이고,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돈으로 계산할 수 있을까요? 편리성과 경제성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돈으로 계산하려 하는 것입니다. 

의료와 약료는 공공성과 공익성이 필수입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약료체계는 세계 1등입니다. 의료와 약료는 법적제도를 정비하고 명확히 한 후 규제를 강화하여야 합니다. 또한 안전성을 확보하고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한 후에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킬 수 있고, 부정, 불량의약품으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습니다. 

의약품과 약료는 전문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경제 파탄보다 더 큰 재앙을 맞게 될 것입니다.

편리성과 경제성은 안전성과 책임을 우선할 수 없으며, 의약품의 배달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정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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