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시욱 교수
‘지구가 멸망해도 바퀴벌레는 살아남는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는 바퀴벌레의 강한 생존력 을 빗대는 말로 유산균 업계에도 이처럼 매우 강력 한 생존력을 가진 ‘꼼수 유산균’이 있다. 스스로 포 자(껍질)를 형성하여 고열과 산성에도 죽지 않는 ‘바 실러스 코아귤런스(Bacillus Coagulans)’ 포자균 이다.
일반적인 유산균은 온실 속 화초처럼 열과 산, 습 도에 매우 민감하여 배양 시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 하며, 독자적인 코팅기술을 사용하여 보장균수를 높여야 한다. 하지만 바실러스 코아귤런스는 컨트 롤이 어려울 정도로 배양이 빠르고, 극한의 환경에 서도 살아남기에 코팅도 필요하지 않다. 전문가들 은 해당 균주가 유산균이 아닌 포자균이고, 제품 첨 가물로 활용되기에 기능성·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조선대학교 김시욱 교수에게 코아귤런스에 대한 문제점을 들어 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바실러스 코아귤런스’ 균주가 무엇인지?
‘바실러스 코아귤런스’ 균주는 1915년 미국 아 이오와주에 있는 연유제조소에서 밀봉 생산된 증 류 우유가 응고(coagulation)되는 원인균으로 알려지면서 명명되었습니다.
이 균주는 형태학적, 생 화학적 분류체계상 Lactobacillus와 Bacillus 속 균주들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어 연구 초기에는 Lactobacillus sporogenes로 명명되기도 하였으 나, 최종적으로 Bacillus 속으로 분류되었습니다.
B.coagulans 균주의 특성은 그람염색과 카탈라아 제에 대해 양성을 나타내고, 포자(spore)를 형성하 는 통성 혐기성 세균으로 유산(젖산)을 생성하는 것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산을 생성하면 유익할 듯 한데, 어떤 문제점이 있 는지?
일반적으로 유산균으로 알려져 있는 Lactoba- cillus 균주는 그람양성 세균이고, 유산을 생성하 지만, 포자를 형성하지 않습니다. 또한 Lactoba- cillus 균주는 인간과 동물의 소화기계와 여성의 생 식기계에 중요한 다양한 미생물총 또는 마이크로 바이옴을 이루어 미생물막을 형성함으로써 면역체 계에도 도움을 줍니다. 이러한 이유로 Lactobacil- lus 균주는 프로바이오틱스로 이용될 수 있습니다.
반면 B. coagulans 균주가 비록 유산을 생성하 지만 포자를 형성하는 균주라는 것은 중요한 의미 가 있습니다. B. coagulans 균주의 가장 중요한 특 성은 내생포자(endospore)를 형성한다는 것이며, 토양내에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세균은 주변에 영양분이 많거나 환경이 적절하면 증식하게 되는데 이 때에는 영양세포(vegetative cell) 형태로 존재하다가 생육환경이 악화되면 포자 형태로 전환되며, 포자상태에서는 고온처리나 알코 올 소독으로도 사멸되지 않아 제어하기가 매우 어 렵습니다. 즉, 포자 상태의 균주는 생존력이 극대화 될 수 있습니다.
하면, 혹시라도 세균 대사에 이상반응이 일어났을 때 항생제로 제어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 니다.
비록 B. coagulans 균주가 유산균과 같은 유익 균으로 설사나 과민성 장 증후군 증세로부터 회복 하는데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그 부작 용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별로 진행되지 못하여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신토불이라 하여 우리나라 사람은 우리 땅에서 나온 농수축산물을 섭취하여야 좋다는 얘 기가 있는데, 이는 우리의 장기가 건강하기 위해서 는 오랫동안 우리의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음식속 의 마이크로바이옴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우리나라 미생물 관련 학회에서 보고되는 새로운 유산균들은 모두 우리의 대변이나 김치, 된 장 같은 발효식품에서 유래된 것들입니다. 즉, 국가 나 인종에 따라 인체에 상존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을 구성하는 세균들은 다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비만도 등이 달리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해당 균주가 왜 유산균 제품의 첨가물로 사용되는지? 현재 우리나라 기업에서 생산되는 유산균 제재 중 비교적 고가의 유산균 제품에는 B. coagulans 균주가 포함되어 있지 않고 ml당 균체농도가 높습 니다.
반면, 저가의 유산균 제품에는 진정한 유산균 개 체수 보다는 B. coagulans 균주가 포함되어 있으 며 이는 포자 형성으로 인한 생존력 증강으로 균체 농도를 높게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닌가 추정됩니다.
더욱이 현재 시판되는 제품의 B. coagulans 균주 는 모두 외국으로부터 수입되었기 때문에 이 균주 가 우리나라 사람의 인체에 유용할지 또는 안전성 에 문제가 없을지 의문입니다.
약력-김시욱 교수
現 조선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환경미생물학 전공)
前 한국미생물학회 회장
前 한국생물공학회 회장
前 과학기술부 미래유망융합기술사업 유해조류제어융합연구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