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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제의 답은 사람이다

차의과대학교 약학대학 사회약학실 손현순 교수

2016-08-01 06:00:22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나는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참 부럽다. 아침이면 펼쳐 읽는 신문에서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소소한 이야깃거리이지만 따뜻함이 묻어나거나 둥둥 떠 있는 나를 쓰다듬어주고 차분하게 해 주는 언어로 말을 건네주는 이들을 만난다. 그 어떤 부자도 그 어떤 유명한 사람도 별로 부러워한 적이 없는 나는 이들이 참 고맙다.    

탁자에 놓인 아침 커피 한잔을, 그저 산뜻한 하루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필수품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진한 커피향에 중독되는 것은 내가 가진 하루 총량의 에너지를 미리 당겨서 쓰는 것이며 나의 미래를 빼 먹는 것이라고 속삭여준 한 소설가의 오피니언은 두 눈의 돋보기를 통과하면서 나의 감각을 확대시켜 준다.    
 
뒷장으로 넘겨보면 이와는 다르고 우리의 심기를 불편하게도 만드는, 큼직한 이름 석자 가진 사람들의 세상사가 있다. 무슨 무슨 고시 같은 시험의 귀재들이 우리 사회의 1%가 되면서 사익 추구의 귀재가 되고 있다고 콕 집어 말씀하신 선생님도 계신다. 이것이 정확한 진단이라면 우리는 어떠한 효과있는 치료법을 선택할지 함께 상의하고 그래서 모두가 건강해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 같다. 1%를 성공한 사람이라 말하고 99%가 그들을 부러워한다고 알고 있는 것은 우리 모두의 진실일까 아니면 그들만의 착각일까? 궁금해지는 나는 그러한 형태의 이 시대의 성공이 자신의 미래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미래까지 빼 먹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 무거워진 아침을 초록빛 느티나무와 다홍빛 배롱나무 몇 그루에 걸쳐놓고 후텁지근한 7월 마지막 주 목요일 오후의 찜통더위와 함께 서울시청에 갔다. 1호선 지하철 출구를 나와 지하도를 걷다가 곧바로 연결된 서울시민청으로 들어섰다. 시원하다고 느낀 것과 동시에 내 눈에 확 들어온 것은 ‘활짝라운지’ 쉼터 벤치를 꽉 채운 시민들, 그리고 그냥 별거 아니라는 듯 대금을 연주하고 있는 남자 시민음악가 한 분과 그 가락에 맞추어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는 평범한 아저씨 한 분. 그냥 우리 동네 나무그늘에서 볼 수 있는 일상의 풍경이 서울시청 시민청 안에 들어와 있었다. ‘와! 이럴 수 있구나. 그 동안 우리에게 관공서는 왠지 손님처럼 가서 조심스레 일만 보고 서둘러 나오곤 했던 곳이었는데 이렇게 내가, 우리 시민이 주인이라는 느낌이 꽉 차게 하는 공간 만들기가 가능한 것이구나.’   

기분좋은 미소를 친구삼아 라운지 옆 공정무역가게인 도란도란카페에 들어섰다. 딱히 구분되는 출입문도 없는 열린 공간에서 빙수를 먹고 있는, 소풍 온 듯한 어린이와 엄마들 그룹, A4 크기 출력자료를 넘겨가며 진지하게 토론하고 있는 선생님 같은 그룹, 그 사이를 비켜 나는 혼자 온 사람들을 고려해 디자인한 듯한, 벽을 따라 둘러 놓인 나무 탁자에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펼쳤다. 나의 왼쪽 자리에는 아마도 집에서 가져온 듯한 보냉병을 열어놓고 책을 펼쳐 놓은 채 머리박고 졸고 있는 내 또래 여자가, 나의 오른쪽 자리에는 일간지를  펼쳐놓고 혼잣말로 열심히 뭔가를 평론하고 있는 70대로 보이는 남자가, 같은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하는 우리의 서로 다른 모습들이다.  
        
아침 신문과 무더운 여름에서 공간으로 옮겨간 내 생각. 그 끝은 나에게로 향한다. 

2학기를 준비하는 시간. 교육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그 목표와 방향성이 중요함은 익히 알고 있지만, 아직 혼란스럽고 그래서 고민할 게 여럿이다. 우리의 고등교육이 주로 사회적 특권을 만들어내는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는 건 아닌지, 공부 1등이 돈 버는 일도 1등이어야 하고, 1%에 들고 그래서 99%와는 다르게 살아도 된다고 무의식 속에서 그렇게 강박하고 착각하게 하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너무 이상적이라고 말할지라도, 교육의 역할은 공동체를 구성하는 건강한 시민으로서의 사회적 역량을 다듬어 가는 것이고 그것이 무엇보다도 우선한다고 믿는다. 능력이 우수한 인재를 만들어 내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교육의 결과가 가져온 작금의 사회적 병폐 현상을 진정으로 벗어나고자 한다면, 공익을 위한 자기 소신을 지키는 일이 더 가치 있다고 공감하는 인재를 만들어 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승자를 가려내는 평가 시스템 대신 덕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인정하고 그것이 우리가 공존할 최선의 방식이라는 합의가 반영된 평가 시스템이 필요할 것 같다. 그 어느 누구도 스스로 경쟁적 인간이 되는 걸 원하지는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소 막연할 수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평범한 진실, 어떠한 변화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의 변화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가슴에 담아본다. 지금 순간 내 생각으로부터.   

이 저녁시간, 휑한 거실을 환한 재잘거림으로 채워주고 있는 딸 아이 친구들에게 말을 건넨다. “너희들이 이렇게 함께 있으니 참 좋다.” 

언제나 모든 것의 답은 사람이다. 


※ 본 시론은 약사공론의 편집 방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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