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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사업 수완은 어디에서 나와야 하는가

대한약사회 기획이사 최진혜

2019-07-29 12:00:14

백종원의 사업 수완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학교 1학년 때 아르바이트를 하던 호프집을 한 달 만에 인수하는 것으로 시작해 현재는 ‘믿고 가는 백종원 체인’이 되었을 만큼 뛰어난 사업가가 되었다.
  
다른 사람에게도 귀감이 되는 백종원을 바라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하나는 ‘정말 큰 돈을 벌고 싶으면 약국이 아니라 시장 경쟁력을 갖춘 사업을 해야 하는구나.’ 또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국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수완이라는 게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사업 수완 있는 약사’라는 키워드가 나로 하여금 꽤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사업 수완이 좋다면 사업이 확장되고 자본이 증식되는 것은 필연적일 것이다. 그러나 한 약사의 약국이 아무리 잘 되더라도(체인 약국 사업은 할 수 있겠지만) 본인 소유의 지점을 확장해 가는 것은 약사법상 불법이다. 그 취지는 약사 한 명당 약국 하나만 개설할 수 있도록 해서 약국 관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는 차원일 것이다. 

그런데 백종원은 직영점 여러 개를 두고도 잘 관리하지 않나하는 의문도 든다. 왜 유독 보건의료기관만 규제를 해 둔 것인지 고민해 볼 문제이다. 대체 왜 약국만 체인 직영점처럼 소유, 운영할 수 없도록 한 것일까.

◇보건의료 서비스의 특징
‘보건의료’라는 이름으로 거래(?)되는 재화는 몹시 독특한 녀석이다. 구매자인 환자가 자신의 구매를 선택하기가 너무 힘들다. 화장품 하나를 사도 어플리케이션으로 전 성분을 비교해 보고 살 수 있는 시대이지만 여전히 수술과 처치, 의약품은 환자가 선택할 수가 없다. 권한을 줘도 능력이 없다. 

선택권이 없는 것을 넘어 공급자가 ‘이거 사라, 저거 해야 낫는다’하면서 수요를 창출한다. 이를 두고 보건의료라는 재화는 ‘정보 비대칭성’이 존재한다고 표현한다. (이러한 비대칭성을 완화하겠다고 국민 모두가 의학, 약학을 공부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니와 사회적으로도 매우 소모적인 일이다.)

동시에 보건의료는 공공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국방, 소방, 물, 도로, 교육 등이 대표적인 공공재이다. 이 개념이 다소 어렵다면 처치나 수술, 의약품을 시장에 의해 공급한다고 상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건강권은 세계적으로 합의된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이다. 이를 둘러싸고 누구나 약을 만들어 팔고, 수술을 행하게 된다면 과장되고 잘못된 정보와 거래가 범람할 것이라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보건의료가 가지는 정보 비대칭성과 공공재적 성격 때문에 정부 기관과 같은 제 3자가 개입하여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직접적으로 손해를 입게 된다. 정부가 면허를 주고 말고를 결정하고, 면허를 주고 나서도 ‘연수교육을 받으라, 약국을 여러 개 운영하지 말라, 조제는 약사가 해라’ 등의 끊임없는 간섭을 하는 이유는 정부가 보건의료 전문가의 양과 질을 관리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 면허를 받은 약사는 서비스의 독점권을 부여 받게 된다. 그 누구도 약국을 열고 싶거나 약을 팔고 싶다고 해도 면허 없이 사업을 시작할 수는 없고, 때문에 암암리에 존재하는 면허 대여 약국도 사회적인 적(敵)으로 통용된다.

◇자본의 보건의료기관 운영
정리하면 보건의료 서비스의 구매자인 국민들은 자신이 구매할 서비스를 선택할 권한도, 정보도 부족하고, 심지어 억지로 사게 되거나 가성비가 몹시 떨어지는 선택을 강요받을 수도 있는 위험에 항상 처해 있다. (더군다나 생명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위험이 더욱 클 수 있다.) 

또한 누구나 아플 때 제대로 된 치료와 의약품을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함은 선택이 아닌 인권 차원의 문제이다. 따라서 어떠한 사회도 이 공급을 시장에만 맡기지 않는다.
  
이렇듯 보건의료의 특징에서부터 면허의 의미와 정부의 의무까지 살펴본다면 약사법 21조 1항에서 한 명의 약사가 한 개의 약국을 운영하도록 한 것에는 비단 관리를 잘 하라는 소극적인 뜻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건의료 서비스의 공급은 완전경쟁시장에 맡겨두어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병의원, 약국을 자본의 운영 원리대로 방치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회적 합의를 제주 영리병원 반대, 영리법인약국 반대 투쟁에서 재확인한 바 있다. 
  
실제로 영리형 체인약국과 개인약국이 동시에 존재하는 미국의 예를 보면 기업식 영리형 체인에 대한 근무약사들의 만족도는 개인약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거대법인약국인 월그린이 2007년 Happy Harry's란 조그만 약국체인을 인수 한 후에 벌어졌던 일이 The Pharmacist Activist란 잡지에 소개된 적이 있는데,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처방전을 소화하는 월그린 시스템을 비판하며 Happy Harry's에서 일하던 많은 약사들이 'Chaotic and impersonal(무질서하고 비인간적인)'한 환경에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고 하면서 월그린을 떠났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환자들 역시 개인약국 > 법인약국 > 메일오더약국 순으로 만족도를 평가한 바 있다. 

노르웨이의 한 설문조사 결과 영리법인으로 전환한 후 약사들 사이에 전문가적 양심과 상업성 사이에서의 갈등이 더 늘어났다고 조사되기도 했다. 그리고 쉽게 예상할 수 있겠지만 약국의 대형화를 통해 약사가 많이 상주하게 되면서 약사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영리법인형 약국들은 약사 인력을 더 줄인 경우가 많았다. 본사의 영리적 압박이 있는 배경에서는 전문가의 독립성이 보장받기 어렵고, 그 결과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들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약사들의 법인은 본질적으로 다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약사의 사업 수완은 지역과 사회에서의 역할 확대
일부 비약사집단, 그리고 일부 약사들까지도 사실상 영리 법인 약국의 시스템으로 여러 개의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정황을 기사를 통해 접하게 된다. 그 당사자들은 약국이 본인의 사업대상이고, 여러 개를 소유하게 되는 것이 뛰어난 수완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특히 젊은 약사들의 경우에는 이러한 행위가 왜 불법인지 모르고 선배들 말에 따라 면허를 걸고 수익을 배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약국을 통하여 투자와 사업을 위한 초기 자본을 축적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이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이유로 병원이나 약국이 결코 ‘자본 증식’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는 법적으로 그 길을 차단하고 있다. 
  
자본을 증식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업가 되고 싶다면 수많은 길이 열려있다. 백종원처럼 요식업을 운영하여 분점을 내고 체인을 운영하여 투자와 배당을 할 수도 있고, 숙박업, 제조업, 서비스업, 대부업, 금융업 모두 자본증식 수단이 될 수 있다. 지금도 수많은 대한민국 청년들은 무한 경쟁인 창업 시장에서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애쓰고 있다. 

단언컨대 이렇게 경쟁력 있는 사업 컨텐츠를 이용하는 것이 사업 수완이지, 독점권이 보장된 약국이나 병원에서 면허를 악용하여 자본을 증식하는 것을 일컫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향후에 있을지 모르는 의료의 공공성을 지키자는 약사들의 주장마저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불법 행위에 불과하다. 
  
약사의 사업 수완은 약국 여러 개 소유하고 증식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환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고 끊임없는 전문성 함양을 통해 사회적 역할이 확대되는 데서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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