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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황청심원

불법·편법 약국, 의약분업 원칙이 최우선

대한약사회 권혁노 약국이사

2019-09-23 06:00:35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약사인 우리 대다수는 그다지 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래도 별 불편이 없다.

그런데 법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좌지우지 할 수도 있다. 

창원 경상대병원 부지 내 편의시설에 개설된 약국의 개설등록 처분 취소소송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의약분업의 원칙은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고, 약국 생태계에 엄청난 파문을 몰고 왔을 게 틀림없다. 

부산고법이 2심에서 부지 내 약국 개설 등록을 취소함과 동시에, 인근 문전약국 약사 2명에게도 원고적격을 인정한 것은 그래서 뜻 깊다. 약사의 ‘약사법상의 장소적 제한을 위반해 개설된 약국이 없는 환경에서 영업을 할 권리’ 또는 ‘의료기관과의 담합 우려가 있는 약국이 없는 환경에서 영업을 할 권리’를 정식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유지된다면 앞으로 불법 개설된 약국에 대하여 인근 약국에서 적극적인 소송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판결문은 약사 2인에게 원고적격을 인정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와 같이 해석하지 아니하면 행정청의 위법한 약국개설등록처분이 있는 경우 의약분업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개별 약사에게 부여되어 있는 의사가 발행한 처방전에 따라 의약품을 조제할 때 의약품의 성분에 부적절한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지 등을 확인할 권리(제23조의 2 제1항), 처방전에 표시된 의약품의 오남용이 의심될 경우 이를 확인한 후 의약품을 조제할 권리(제26조 제2항), 일정한 경우에 의사의 사전 동의 없이 의약품의 대체조제를 할 권리(27조 제2항) 등 약사의 ‘의료기관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조제업무에 종사할 수 있는 법적 지위’가 유명무실해지고, 이로 인하여 결국 의약분업제도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

법에 문외한인 눈으로 봐도 상식적으로 타당하다. 불법이 분명한데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없어 불법이 용인된다면 이보다 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또 있을까? 법이 상식을 배반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으로 대법원에서도 합리적인 결과가 나올 것을 조심스레 점쳐본다. 

비록 원고적격을 받지는 못했지만 대한약사회와 창원시 약사회가 소송에 함께 참여하며 많은 고생을 했다. 탄원서로 함께 한 전국의 수 많은 약사 동지들의 염원이 통했다. 8만 약사의 염원이 대법원도 움직이길 기대해 본다. 

판결문을 읽다가 낯익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약국을 개설하고자 하는 장소가 약사법 제16조 제5항 제2호에서 금지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문언적 의미와 더불어, 의약분업의 원칙에 따라서 의료기관의 외래환자에 대한 원외조제를 의무화하기 위하여 약국을 의료기관과는 공간적·기능적으로 독립된 장소에 두고자 하는 위 법률조항의 입법취지를 고려하여야 한다”
2003년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부지내 약국 개설등록 취소 판결문이었던 이 문장은 어느새 판결마다 인용되는 명문(名文)이 되었다. 

같은 층에 카페가 있으니 다중이용 시설이라는 식의 기계적 판단법은 휴지통에 버릴 때가 되었다. 오로지 의약분업 원칙과 이를 지키기 위한 약사법의 입법취지에만 입각하여 개설 등록을 내 준다면, 불법 개설로 인한 소모전은 대폭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복지부가 응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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