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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교육의 역할에 대한 자기점검

차의과학대학교 약학대학 사회약학실 손현순 교수

2020-10-12 05:50:03

하늘이 예술이다. 그러나 그런 가을, 교육현장은 아직 대면으로 회귀하지 못한 채 여전히 비대면이 대세다. 새로운 경험. 기존의 틀을 깬 방식. 그렇게 두 학기를 보내며 교육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교육에 어떻게 임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간다.

교육이 존재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우리의 미래 때문일 게다. 미래세대의 질적 요소의 구성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고 보기 때문에, 그들의 내면의 질을 최대한 잘 구성하는 데 교육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지금처럼 한편에서는 첨단기술의 진보가, 다른 한편에서는 바이러스의 공격이, 미래를 불확실하게 하는 상황에서, 교육이 존재하는 이유와 교육자로서의 역할과 자세를 재정의하고 수정해야 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따라서, 우리들이 피하지 말고 냉철하게 점검해 봐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몇 가지 짚어보려 한다. 

첫 번째는, 교육자의 역할 부분이다. 교육은,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미래를 설정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이를 정착시키고 지속시키는 데 기여한다. 그런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자의 역할은, 나아갈 방향을 뒷받침하는 가치체계를 구성하고 맨 앞에서 여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가치관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 현장에 있는 교육자들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러한 노력이 정녕 무엇을 향하는지 수시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교육을 통해 이루려는 근본적인 목표이다. 많은 학교가 글로벌 시대 경쟁력 강화 내지는 전문가적 역량 강화 등을 교육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 가장 근저의 당위적 명제는 그 어느 누구도 개인의 존엄이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적 교육 목표 달성 이전에, 교육 현장에서 이를 얼마나 실현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인권을 경시하거나 차별화하는 일들이 일어나거나, 경쟁을 도구화하여 얻은 승자의 힘을 당연시하고 누군가의 실패를 아무렇지 않게 간주해 버리는 반교육적 관습이 아직 계속되고 있지는 않는지 비판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 

약학대학처럼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목표 아래 사회적 계층을 더욱 공고히 하는 시스템을 당연시하는 교육이 이뤄지는 건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미래세대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시대를 제대로 읽어내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힘은, 점차 사용기간이 짧아지는 기술적 지식을 전달받는 교육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다면적 교육을 통해 길러지기 때문에, 교육의 내용과 방법도 그러한 방향으로 수정, 보강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학생에 대한 교육자의 시선이다. 세상 모든 것은 한쪽이 길면 다른 한쪽은 짧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최선의 설계로 수행한 과학적 연구조차도 결코 완벽할 수 없고 제한점이 있듯이, 그래서 이를 논문에 솔직히 밝히듯이, 부족함이 있을 수밖에 없는 젊은이들의 보통의 삶을 존중해 주는 교육자의 일상적 시선은, 생각보다 학생들에게 큰 힘을 갖는 것 같다. 

따뜻하게 안아주는 어른의 눈길을 체험한 학생은 안정적인 상태에서, 균형감을 갖춘 머리와 눈으로 자기 삶의 성공적 요소와 한계적 요소를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젊은이들을 억압하거나 부조리한 상황들이 여전히 많다. 선배들의 책임이지만, 아직 세상을 몰라 알아채지 못하거나 알아도 대처할 힘을 갖지 못해 실패한 자가 되어 불안과 불행을 안고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어쩔 수 없는 세상의 일로 치부하는 무책임 말고 문제적 의식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교육자가 많아질 필요가 있다.

네 번째는, 이상적인 세계에 대한 비전을 함께 논할 수 있는 어른으로서의 태도이다. 어떤 공동체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 비전은 이상적인 세상에 대한 구성원들의 상상력에 기초한다. 약사사회의 미래 비전도 더 좋은 세상을 꿈꾸는 것이라면, 약대생들에게 크고 넓고 깊은 상상력이 필요하며, 그런 상상력을 키워주고 지지하는 어른들이 필요하다. 

한 평생 다 살고 난 후에 삶이란 게 그리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라고 말할지라도, 젊은이들의 상상력 속에 비정상적이고 불행한 세상을 집어넣으며 겁주는 선배가 아니라, 아름다운 미래를 마음껏 꿈꾸고 나아가도록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는 어른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혹여 남아있을 내 안의 권위주의에서 나오는 일상 속 파시즘적 생각과 행동, ‘꿈 깨라’,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말들, 비정상적인 일들조차 세상의 질서에 필요한 것이라 인식시키려는 고집 같은 건 과감히 버려야 한다. 내가 가르치는 것이 완벽한 것이 아니니 거침없이 비판하라고 학생들에게 말하고, 학생과 같은 높이로 자신을 낮추며, 21세기에 어울리는 자기성찰을 게을리 하지 않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다섯 번째로, 우리 사회가 성숙해지는 데 있어서의 학교의 책임감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고 정치적 민주화도 상당히 이뤄냈지만, 인간존엄사회로서 지금보다 더 자유롭고 더 평등한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구성원들 모두의 내적 성장이 필수다. 

그러나 사회적 성숙이라는 게 단기간에 이뤄낼 수 있는 게 아니어서 교육이 해야 할 몫이 크다. 그 몫을 제대로 해 내려면 학교라는 곳이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는 개방성을 기반으로 조직이 건강해져야 하고, 그런 민주적인 학교에 민주적인 태도를 가진 교육자들이 함께 할 때 그 안에서 학생들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을 제대로 배우고, 강한 자아도 제대로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아름답게 정의하는 방법을 잘 배운 젊은이들이 아름다운 미래도 만들어갈 수 있기에, 학교는 중요하다.

2020년 코로나는, 그 동안 우리가 외면했거나 무심코 지나쳤던 여러 가지 것들을 차분히 점검하게 한다. 

자칭 눈물 많다는 나훈아는 테스 형에게 세상이 아프다고 하소연하며, 복잡하고 힘든 세상을 살아가며 사람들이 겪는 수많은 아픔들을 어루만져주었다. 

하물며, 대학의 지성들은 이 시대, 교육이 무엇을 향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성찰하는 노력이나마 해야 할 것 같다.


※ 본 시론은 약사공론의 편집 방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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