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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겨울풍경과 하얀 약사가운, 아름다움과 무게감

차의과학대학교 약학대학 사회약학실 손현순 교수

2021-01-11 05:50:00

하얀 겨울풍경을 우리는 아름답다 말한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만들어낸 눈일지라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내리면 인간의 도시는 위험한 아수라장이 된다. 요 며칠 북극발 강추위와 더해져 사람들의 발길을 한방에 묶어버린 것처럼. 하얀 약사가운을 많은 사람들은 선망한다. 그러나 가운을 입는 약사의 존재이유가 되는 약도 지나치게 의존하고 많이 사용하면 오히려 인간을 위험에 빠트린다. 많이 생산하고 많이 소비하게끔 조장하는 지금의 시장자본주의가 인간의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교란시켜버린 것처럼.

코로나바이러스가, 인류역사상 가장 번창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인간이 이리도 미약한 존재임을 깨닫게 만드는 데 채 1년도 걸리지 않았다. 감염병 창궐시대에, 편리함을 준 대도시의 밀집된 환경이, 개인과 집단의 존재가치 확인에 필요한 서로간의 교류의 습성이 오히려 치명적 약점이 되어버린 아이러니에 우리는 갇혔다. 온 지구인이 이렇게 이견 없이 한 가지 목표를 간절히 원하고 있듯이, 이 세상 모든 곳이 평화롭기만을 꿈꿔본다. 

일상의 삶이 뒤엎어진 지금을 위기라고 말하며, 코로나 위기를 인간 통제범위 안으로 들어오게 하려는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한계를 인정하지만 쓸 수 있는 카드 또한 인간의 능력 밖에 없는 현실. 떠들썩했던 분위기만큼 큰 희망이 되지는 못한 치료제들은 잠깐 제쳐놓고, 지금은 백신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코로나바이러스 전파속도와 변이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불완전성은 있지만 현재 진행 중인 더 크고 더 위험한 불확실성에 대응할 유일무이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나는 여기에 잠깐 머물다갈 작은 생명체로서 올 한해도 여전히 필수품이 될 마스크를 충분히 준비하려 한다. 

이 와중에, 37개 약대에서는 편입생 선발 입시가 진행되고 있고, 곧 약사국가고시도 치러질 것이며 약 1900명의 새내기 약사들은 세상으로 나갈 것이다. 미래를 표현하는 ‘불확실성’이라하는 단어는, 인간생존을 심히 위협하는 미증유의 복병들을 만나면서 더더욱 영향력이 커졌다. 자연의 역습 앞에 ‘무조건 활동 멈춤’ 말고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을 경험하면서 자성을 통해 앞으로 달라져야만 하는, 자연과 인간 존중을 실천할 수 있는 인간의 조건을 제대로 학습할 필요성 또한 더 커졌다. 그래서 학교는 어떤 약사를 어떻게 양성할지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시대요구나 국민적 기대가 약대 교육현장 구성원들의 바람과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어서, 그 방향이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게 하면서 말이다. 

이 와중에, 약사회는 약사사회의 현안들을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할 것이다. 이 또한 국민적 기대와 회원들의 바람이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어서, 그 방향이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게 중심을 잘 잡으면서 말이다. 

학교든 약사회든 더 깊은 고민의 결과가 진정으로 약사의 선한 행동을 실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혹하리만큼 냉정하게 국민 입장에서 판단하고 해결방식을 선택해야만 할 것이다. 약사사회 내부에서야 정말 중대하고 관심이 큰 현안일지라도 사회적 공감대까지 이어지기란 쉽지 않다. 직능간 갈등 관련 사안이면 더더욱 그러해서, 지난 해 약사-한약사 업무분리에 관한 국민청원에 동참한 국민이 2만명 정도에 그쳤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선택할 때 더욱 더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배운 기회였다고 생각했다면 다행이다.

우리가 접하게 되는, 전문직의 상황 오판과 부적절한 해결방식 사례들을 보면 대개 사회가 부여한 의무보다 권리에 몰입하여 보다 먼저 보다 많은 것을 점하고자 하는 욕구에 당위성을 갖다 붙이면 된다는 착각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지난 해 정부정책에 반대하며 의사단체가 취한 강력한 집단행동에 동참했던 의대생들의 국시거부행동이 이번에 실기시험 재응시기회를 주어 구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공중보건의 등 의사인력이 절실해진 현재의 코로나 상황 악화에 따른 조치일 뿐 국민적 동의가 수반된 결정이 아니어서 환영할 만큼 개운치는 않다.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건, 의사들이 단체행동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동원한 여러 가지 이유들이 국민적 공감대와는 거리가 있었고, 외려 개인의 생명과 관련된 의료행위 선택을 맡긴 대리인에게 그리고 우리 사회의 소위 일등짜리 전문직에게 기대한 모습은 없고, 그저 공고한 집단이기주의를 국민들 앞에 대놓고 표출한 행동이었다는 평가가 더 많다는 것이다. 

누차 강조하지만, 어떤 직업의 지속가능성이 결정되는 데에는 국민적 동의와 사회적 공감대가 필수다. 지금 눈앞에 놓인 약사사회의 현안들도 우리사회 구성원들의 공생을 우선가치로 삼았을 때 정말 해결되어야 할 이슈라고 판단되고 그 안에 진정성이 담겨 있다면, 국민적 ‘동의’는 어렵지 않게 따라올 것이라 믿는다. 그 동안 약사사회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신뢰감을 쌓아왔는지에 대한 질문에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면 말이다. 

2021년, 약사사회가 순항하기를 진정 바란다. 전문직에게 거는 국민들의 기대와 같은 방향으로, 국민들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그 항해에는 약사회 지도부의 약사사회 지향성에 대한 올바른 결정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개인단위로 점점이 흩어져있는 구성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절차적 합의과정도 중요할 것이다. 수많은 회원들의 합의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쌍방간 소통을 필요로 할 것이다. 개인 약사들이 사회현실과 약사사회 현안을 집단 바깥세상의 시각에서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이끌어주고, 직업적 소양과 책무를 재무장하고 재점검할 기회를 주면서,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쌍방간에 잘 전달되고 수렴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약사회의 연수교육과정이 이런 역할을 잘 해 주면 좋겠다. 약사회, 화이팅!


※ 본 시론은 약사공론의 편집 방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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