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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바이오_2/15~2/26

‘건기식 권하는 사회’에서 약사의 역할

대한약사회 정수연 정책이사

2021-02-08 05:50:48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추천?판매’가 2020년 4월 규제특례 사업으로 시작을 알렸다. 특례 선정 업체 중 약국 활용 모델이 최근 본격 가시화되면서 ‘맞춤형 건식 사업’이 약사 사회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건강기능식품 분야에 대한 규제 개혁과 시장성 확대의 논의는 주무부처인 식약처가 아닌 기획재정부로부터 시작됐다. 기재부는 2019년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현장밀착형 규제 혁신 방안 중 하나로 건강기능식품 시장 확대와 관련한 계획을 구상한 바 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 진출입 활성화, 일반식품 기능성 표시제 개선, 원료 범위 의약품 성분까지 확대’등 미국이나 일본처럼 최소한의 규제만 남기자는 방향이다. 

2004년 건강기능식품법 제정 이래 건기식 시장은 매년 높은 성장률을 보여왔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실태조사에서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2021년 5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2008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 12.4%를 기록하며 지속적 성장 중이다. 기재부가 건강기능식품 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선정하고 규제개혁에 드라이브를 걸며 나서는 이유다. 그런 분위기 속에 시작된 개인 맞춤형 건기식 사업 역시 식약처에서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효과를 기대한다고 한다. 

건강하고 안전한 건강기능식품 사용의 관점에서 ‘맞춤형’과 ‘1회분씩 소분 포장’에 대해 약사로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맞춤형 건기식 사업은 제조사와 고객 관리 플랫폼사의 MOU나 그 둘이 일체화된 형태로 진행된다. 전문가 상담 후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비교하여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제조사의 제품군 중에서만 선택하게 되어있다. 특정 브랜드만 구입 가능하다면 맞춤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약국의 경우는 오메가-3만 보더라도 여러 브랜드의 서로 다른 특징들을 소비자에 따라 권하고 있다. 하루 한 알만 먹는 제품, 목 넘김이 쉬운 제품, 식물성 부형제 사용, 원료사의 산패도 시험 여부, 원료 어종 차이, 가격 차이 등 여러 요소를 비교하여 소비자에게 맞는 제품을 추천할 수 있다. 하나의 브랜드 제품만을 권하는 형태보다 여러 브랜드의 특징을 비교하고 선택에 도움을 주는 상담은 약국이 다른 건기식 유통채널과는 특별히 구별되는 지점이다.

‘1회분씩 소분포장’의 경우 처방의약품 유사포장 형태이니 의약품으로 오인할 소지가 크다.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원료들은 질병 치료 목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체와 바이럴 마케팅 속에서 마치 약과 비슷한 효능이 있는 것처럼 오인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이니 안전하다는 인식을 주면서 동시에 소비자 눈속임을 통해 효능효과를 강조하는 형태로 오남용을 부추기는 광고가 비일비재하다. 약과 같은 형태의 포장은 이런 현상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 소분포장시 또 다른 문제는 건기식에는 약과 달리 개별 낱알에 식별표시가 없어 개봉 후에는 어떤 제품인지 구별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약사는 첫회 상담만 제공하고 소분포장 제조와 배송이 약사와 약국을 배제한 체 이루어지는 지금의 형식은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도 소비자가 복용 전 파악하기 불가능 할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에는 유행이 있다. 광고인지 뉴스인지 분간이 어려운 제품 홍보성 기사들과 방송매체들이 넘쳐난다. 유명 연예인이 먹고 있는 모습이 방송을 타거나 인플루언서와 유튜버가 언급하면 어느 순간 한집 걸러 한집에서 해당 제품을 구입한다. ‘신이 준 선물’과 같은 타이틀이 몇 년에 한 번씩 새로운 원료들 앞에 달려 유행을 만든다. 유행의 정점에 오르면 정제와 캡슐에서 환, 즙, 파우더, 젤리 형태로 제형을 다양화하며 출시한다. 그러다 불순물 이슈가 터지면 매대에서 해당 원료의 제품들이 부지불식간에 사라진다.

약이 아니라 식품이니 안전하다는 인식이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남용을 키우고 과장된 방송과 매체가 맹목적인 의존성을 키워 의료 행위와 약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사례도 많다. 이런 현상에서 필요한 건 건강을 기준에 두고 합리적인 선택을 대리할 수 있는 전문가의 역할 강화다. 식사를 통한 완벽한 영양소 섭취가 불가능하고 건강 유지를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수 없는 바쁜 현대사회에서 건강기능식품의 적절한 사용은 굉장히 효율적인 건강관리 방법이다. 적절하고 안전한 사용을 위해 중요한 건 건기식 시장의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성 확대가 아니라 적절한 사용을 안내할 수 있는 중재자의 역할 강화다.

건기식에서 약국과 약사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에 와있다고 생각한다. 약국에서는 건강기능식품 구매 상담도 하지만 약국에서 구입하지 않았어도 본인이 복용 중인 건기식 제품에 대해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도 많다. 이렇게 약사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건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약과 건기식의 상호작용은 없는지, 건기식 끼리의 충돌은 없는지, 해당 증상에서 합리적인 선택 (건기식, 의약품, 병원 진료)이 무엇인지, 복용 중인 약으로 인해 부족할 수 있는 영양소는 무엇인지 등 포괄적으로 확인해 줄 수 있는 건 약사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불어오는 새로운 규제 개혁의 바람 앞에서 건기식 유통 채널 중 하나인 약국은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다. 법 개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이전, 지금과 같은 시범사업 단계에 있을 때 약사 사회 내부의 토론과 담론이 형성되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너무 큰 공포는 내려놓되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은 이해하자. 무엇보다 국민의 건강과 약사의 전문성 강화를 원칙에 두고 약사의 역할을 사고하고 준비하자.


※ 본 시론은 약사공론의 편집 방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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