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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함께, 백신이 왔다

차의과학대학교 약학대학 사회약학실 손현순 교수

2021-03-02 05:50:26

매년 2월 26일은 그 날이 생일인 사람이 주인공이지만, 2021년의 2월 26일은 코로나백신이 단연 주인공이었다. 주요 뉴스의 절대분량을 채울 만큼 떠들썩하게 우리에게로 왔다, 봄과 함께. 

그동안 코로나는 약국에서 남의 일이 아니었다. 공적마스크로 몸살을 앓았고 감염우려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지금도 남의 일이 될 수는 없는 건 지역약국의 존재 이유 때문이다. 세계약사연맹과 WHO는 지역사회 공중보건에의 기여를 약국의 역할 중 하나라고 하였다. 지금의 팬데믹 상황은 그런 의무를 제대로 이행할 기회다. 
 
지난해 코로나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방역뿐이었다. 그래서 약사는 공적마스크 공급에 참여했다. 공중보건증진에 참여해야 하는 약사의 책무를 이행한 것이다. 결과는 좋았다. K 방역의 중추가 된 온 국민의 방역실천 행동은 세계적 관심을 받을 만큼 성과도 컸고, 덕분에 약국도 칭찬을 받았다. 칭찬받을 만한 일이 모두 다 실제 칭찬을 받는 건 아니므로, 힘들었지만 힘든 만큼 선방한 셈이다.

짚고 갈 일은, 이러한 약사의 공중보건 활동이, 특히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서비스 수가체계나 경제적 보상과는 조금 차원도 다르고 결도 다른 서비스라는 점이다. 그래서 공적마스크 판매 노고에 대한 보상적 차원에서 꺼내든 면세 논의는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지만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약사가 미래에도 전문직으로서 지속가능하려면, 그러기를 바란다면, 면세를 통한 이익보다 칭찬의 여운을 남기는 것이 훨씬 더 낫기 때문이다.

개인의 삶에서도 그렇지만, 조직의 경우에는 더더욱 당장 코앞보다 조금 멀리 봐야 할 일들이 있고 그걸 잘 분별해 내는 것이 리더의 일이다. 최근 대한약사회가 약대 통합6년제 교육과정에 필수로 포함될 것을 제안한 내용을 보면, 한약제제, 동물의약품, 진단키트·시약, 백신, 바이오의약품 등 전문지식 역량 관련 부분이 있고, 금연상담 등 예방및건강증진서비스와 방문약료, 포괄적약력관리, 자살예방·의약품 안전사용교육 등 지역보건활동과 같은 일차보건의료 활동 관련 부분이 있다. 이들은 대개 약사서비스 범위의 확대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이들의 논의과정에서 경제적 보상 때문에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부터 코로나와 관련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하나 더 생겼다. 백신을 접종해서 집단면역을 갖는 것. 그런데 여기에서도 약사가 할 일이 있을까? 약국이 예방접종에 이미 참여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고, FIP도 팬데믹상황에서 약국이 예방접종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제안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국가마다 서로 다른 보건의료체계 및 보건의료자원으로, 약국의 역할 또한 국가마다 다르게 정의되므로, 다른 나라의 사례가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건 아니다. 특히 경제적 보상 내지 수가체계와 연동해서는, 현재까지 백신 예방접종과 관련해 우리나라 약국은 거의 할 일이 없고, 앞으로도 어떤 권한이 주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약사면허가 개인의 독점적 권리만이 아니라 사회적 책무를 수반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약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가장 전문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약사 직업에 대한 자긍심이 있다면, 약사는 의약정보전문가라고 학교에서 배웠다면, 백신이 약의 범주에 있다고 인식한다면, 백신접종 권한이 없다는 것이 백신에 대해 몰라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약국 방문 손님을 응대하는 일이 모두 다 경제적 이익과 연관되어야만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봄과 함께 우리에게 온 백신의 시대에, 약국은 분명 할 일은 있다. 지역주민들에게 백신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정보제공자 역할을 하는 것.

지금 모든 국민은 백신에 대해 궁금하다. 그래서 질병관리청이 관련 정보를 홈페이지에 자세히 게시하고 있고 뉴스매체에서도 설명해 주고 있지만, 접근이 쉽지 않거나 온라인 1:다 방식이 불편하거나 불충분할 수 있다. 약국을 방문하는 지역주민이 만일 그런 국민이라면, 대면 1:1 방식으로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어 이해를 도움으로써 공중보건의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것이다. 

주민들의 궁금증은 대개 어떤 백신들이 있고 작용기전은 무엇이고, 효과는 어떻고 위험하지는 않은지 등이고, 아나필락시스나 중증 이상반응 같이 조금 어려운 용어의 뜻을 알고 싶은 정도일 게다. 백신의 유효성 측면에서의 효과 발생률, 면역력 획득기간과 지속기간, 안전성 측면에서의 이상반응 종류와 발생률, 중대한 이상반응 등에 관한 정보는, 약사라면 갖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지식범주 내에 있는 것들이다. 만일 부족하다면 공부도 해야 할 터. 

불확실한 미래지만, 다행히 봄과 함께 백신이 왔다. 겨우내 움츠려있던 우리가 기지개를 켤 수 있을 거라는 기대 정도일 뿐 온전한 봄을 만나게 해 준다는 확실한 의미는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으로서는 백신이 희망이다. 봄이 오는 길목에, 약사가 함께 서 있어주기를 바란다.


※ 본 시론은 약사공론의 편집 방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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