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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인식과 나아갈 방향

대한약사회 임성호 정책이사

2022-07-28 06:00:21


대한약사회 임성호 정책이사.

어린시절 읽었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사회 구성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 통제하는 빅브라더의 존재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인간은 고작 컴퓨터가 프로그래밍한 일개 변수에 불과하다는 발상은 또 다른 놀라움이었다. 

과거 수십년 동안 만화, 소설, 영화 등은 다가올 디지털 세상의 편리함과 위협에 대해 상상력을 동원해 제시해 왔다. 그러나 시간이 걸릴 뿐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 속에 우리는 이미 살고 있다. 

지구상에 수백만 년의 인류 출현 이래 상상도 못할 과학 발전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매우 빠른 변화를 주도하는 현재를 가리켜 '제 4차 산업혁명'이라 한다. IT 기반의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 등은 영화 속의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디지털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냈다.     
  
지하철에 탑승한 많은 사람들이 각자 스마트폰을 들고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인류에게 붙여진 새로운 별명이 있다. 소위 '포노 사피엔스'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지니고 사용하는 신인류를 일컬어 만들어진 신조어다.
  
포노 사피엔스는 스마트폰 안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게임, 교육, 영화, 음식 주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면서 그 댓가를 지불하는 디지털 경제플랫폼의 새로운 소비주체가 되었다. 

소설작가와 영화감독이 보여주고자 했던 '빅브라더'와 통제된 '매트릭스'의 세상은 이미 우리 삶 속에 구현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들은 우리에게 재미와 편리함을 주지만 소비주체를 중독시켜 디지털 신경망 안에 얽어 놓고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우리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일상을 위협할 알지 못할 존재들에 대한 경고음을 가볍게 흘려 들어선 안된다.

최근 약사 사회는 코로나 팬데믹이 초래한 제도 변화로 인해 다양한 이슈와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확산은 사람간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는 감염관리의 기본 원칙 때문에 '비대면'이 강조됐다. 그로 인해 디지털 기반의 인프라는 우후죽순 확대됐다. 

지금 약사회 회원들은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할지 디지털 안개 속에서 약사회라는 등대가 보내줄 확실하고 명확한 시그널을 기다리고 있다. 3년간의 코로나 확산 사태 동안 많은 약사회원은 국민과 함께 재난적 위기극복에 적극 동참하여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올 봄에 발생한 갑작스런 확진자 폭증은 '약 공급 대란' 사태를 불러왔고 약국마다 최선을 다한 결과 지역 주민의 약 구입 불편을 최소화시켰다. 이는 약의 전문가인 약사의 주도적 중재 역할의 중요성을 돋보이게 한 사례이며 첨단 디지털 시대에 약사직능과 역할에 대해 여러 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비대면을 강조하는 디지털 시대에 약사직능의 분화발전은 필수 불가결하다. 그러나 현행 제도가 보장하는 기반 위에 존립되고 있는 약국의 '대면투약' 대원칙은 무너져서는 안된다. 기업이익을 추구하는 디지털 플랫폼 앞에 절대 훼손돼서는 안된다.

그와 맞물려 국민건강을 지켜내고 지속가능한 약사직능의 생존을 위해 약사회 주도의 강력한 디지털 플랫폼의 개발과 상용화는 매우 시급한 당면과제가 됐다. 약사회는 주도적인 디지털 플랫폼 토대 마련에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비대면'이 자연스러워진 사회에서 왜 '대면'을 해야 하는지 이유와 명분을 더 확실히 하고 입장을 밝혀야 할 시대적 요청을 약사사회는 요구받고 있다. 약사를 만나 전달받고 들어야 할 콘텐츠들이 약국에 많을수록 환자가 약국에 올 이유는 분명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진화 발전 속도에 비해 우리의 반응속도는 매우 아날로그적이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독창적인 약국 경영의 패러다임을 각 약국의 특성을 살려 개발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플랫폼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위기의식을 갖고 회원 각자가 디지털의 속성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약사회도 비전을 명확히 제시해 미래를 대비하는 회원에게 정확한 시그널을 보내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 약사의 정체성과 역할은 보다 더 공고해 질 것이며 위기는 기회로 전환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함부로 하차할 수 없는 '초고속 급행 디지털 열차'에 탑승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 본 시론은 약사공론의 편집 방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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