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빛피앤에프 112 포스터 이벤트 타이레놀 토닥토닥 이벤트
비아트리스 MAT 비판텐 PtoP 캠페인 홍보 배너
  • HOME
  • 칼럼 및 연재
  • 약공시론 · 특별기고
크레소티

가을편지, 너무나 미안한 젊음들에게

차의과학대학교 약학대학(임상약학대학원 겸직) 손현순 교수

2022-11-07 05:50:36

손 편지를 쓰고 우체국에 가서 부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며 이런 저런 생각에 날 저무는 줄 몰랐던 날이 있었다면 그것은 분명 우리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20대였을 것이다. 

오래 남아 많은 것을 아름답게 추억해야 할 젊은이들이 이태원 하늘의 별이 되어버린 시월의 끝자락. 그 슬픔이 이어진 지난 월요일 수업 시간, 학생들 이름을 부르려니 울컥 목이 메고 눈물이 솟아 한참 동안 침을 삼켜야만 했다. 

우리 학생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네” 답했지만, 지금 곳곳에는 불러도 대답 없는 소중한 이름들이 있으니... 

오늘 하루를 무탈하게 살아낸 자는, 지위도 권위도 정치적 성향도 다 내려놓고 조건도 달지 말고, 돌아오지 않는 가족을 둔 사람들의 슬픔을 따뜻하게 헤아려야만 한다. 그리고 나의 일, 내 가족의 일일 수 있는 이번 참사를 통해 반드시 성장해야만 한다. 타인의 생명에 관련되는 일을 하는 약사들도 생명의 가치를 그리고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를 이해하는 깊이와 넓이를 확장했으면 한다. 세상이 좀 더 나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면 우리의 인간 본성에 대한 관점을 긍정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30대의 젊은 네덜란드 역사가 뤼트허르 브레흐만(Rutger Bregman)의 생각을 따라가며 글을 쓰려 한다(EBS, 위대한 수업, Great Minds 참고). 그는 ‘인간은 선한 존재’라는 것을 입증하고자 한다. 선한 본성을 바탕으로 서로 신뢰하고 협력하며 연대하여 평화적인 공동체를 만들었기에 인간은 특별한 존재가 되어 지금까지 생태계 맨 위에서 생존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특히 위기의 순간에는 서로 의지하고 서로 돕는다는 것을 여러 근거를 가지고 설명한다. 이번 이태원에서도 사람들은 정말 그랬다. 인간은 선한 존재임이 맞다. 브레흐만의 생각에 나도 동의한다.    

이렇게 인간 사회에서 협력과 연대가 가능한 것은 인간의 자기 길들이기 과정에서 발달시킨 다정함 덕분이라고 진단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다정함은 인간을 가장 잔인한 동물로 만들기도 했다고 말한다. 집단의 일원이 되고 싶고 주위 사람들과 권위자에게 호감을 사고 싶은 인간의 열망은, 권위자의 명령에 따라 잔혹한 행위에도 가담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짚어낸다. 

그러나 우리가 절대 잊으면 안 되는 것은, 인류의 역사는 정의와 진리에 어긋나는 명령에는 따르지 않는, 옳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발전시켜 왔다는 명백한 사실. 

우리들은 그동안 아담과 이브의 원죄를 말해왔고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라는 오래된 고정 관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인간관이 어떤 문제점들을 만드는지 브레흐만은 몇 가지 설명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도 그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경험하고 있다. 이기적인 인간들을 통치하려면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기는데, 그래서 선택된 통치자가 불행하게도 인간을 악한 존재로 보는 관점에서 출발한다면, 그래서 범죄를 구성해 나가는 통치 방식을 취한다면, 평화를 원하는 대다수 사람들은 아주 많이 불편하다. 

한편 사람들은 통치자가 규정하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게 된다. 쓰레기처럼 대하면 쓰레기처럼 행동하고 인간처럼 대하면 인간답게 행동하게 되는데, 만일 통치자의 규정과 생각이 적절치 않을 때 그 영향은 매우 크다. 

특히 통치자 주변인들이 그의 호감을 얻고 눈 밖에 나지 않고자 통치자의 생각대로만 행동한다면 대다수 사람들에게 필요한 선과 정의는 사라지고 만다. 

또한 타인이나 타 집단과의 이견을 조정하거나 갈등을 해결해야 할 때 타인의 플러스(+)가 나에게는 마이너스(-)라는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면서, 함께 잘되는 윈-윈의 방식을 찾지 않는다. 운동장은 더 기울어지고 사회적 약자는 더욱 서러워진다.  

소망컨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힘을 가지고 있거나 그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인간을 선한 존재로 보는 긍정적인 인간관을 가졌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타인이나 타 집단에 대해 기본적으로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도 바뀔 것이다. 약사 사회의 경우에도 산적해 있는 현안들이 거의 대부분 타인이나 타 집단과 얽힌 문제들인 만큼 제로섬 인식을 벗고 윈-윈의 방식을 선택하는 실천적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사회 곳곳에 힘을 가진 어른들이여. 제발 좀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되는 판단들을 하시기를.    

이 가을, 많은 사람들이 손 편지를 쓰고 우체국이 아닌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에서 국화꽃과 함께 편지를 부친다. 

낙엽이 지고 쌓이고 노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흩어지면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편지를 받아달라는 노랫말이 이렇게 슬플 줄이야.


※ 본 시론은 약사공론의 편집 방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비아트리스 MAT

비아트리스 MAT
케이세라퓨틱스_케이피엔 오성메디-s
솔빛피앤에프

많이 본 기사

삼익제약-키디

이벤트 알림

약공TV 베스트

국제약품

인터뷰

청년기자뉴스

포토뉴스

약공갤러리 약사작가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