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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약국체인

타인의 이해

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 약제팀장 정경주 (한국병원약사회 부회장)

2023-03-13 05:50:18

근 2년 만에 다시 약공시론에 투고를 시작하면서 지난 투고 원고들을 읽고 보니, 앞으로 무슨 얘기를 풀어놓아야 할지 살짝 걱정이 앞섰다. 이미 내가 하는 업무와 연관된 이야기를 몇 차례 썼기에 밑천이 바닥을 드러낸 부분도 없지 않고, 좀 더 솔직하자면 일 위주의 단조로운 삶을 살고 있기에 다양한 주제가 빈약한 점도 있었다. 결국에는 경험에 대한 얘기보다 평소의 생각에 대한 얘기가 더 많이 나올 수 밖에 없어 뭔가 막연하고 지루한 원고가 될 것 같은 걱정이 앞선다. 

 첫 번째 글의 주제도 여러 날 생각해보았지만 참 마땅한 것이 없었는데, TV 프로그램에서 요즘 많이들 얘기하는 MBTI에 대한 대화를 보다가 떠오른 생각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소통하고 교류하기 쉬운 시대를 살고 있는데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할 때 왜 MBTI 같은 도구를 사용할까 하는 것이었다. 유형 분류가 유용한 부분도 있지만 사실 사람의 캐릭터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는데는 다소 무리가 따르기도 한다.

 누군가와 소통할 때, 마음만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와 나의 평소 생활과 생각을 다중에게 보여줄 수 있는 SNS, 그 외에도 카카오톡 등 다양한 메신저, 좀 긴 글로 소통하기를 원한다면 블로그 등 소통의 방법도 종류별로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는 시대이다. 이런 소통의 도구가 느슨하고 먼 관계에 있는 이들과 생각을 나누는 데는 매우 도움이 되었지만, 가까운 지인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우리는 예전보다 더 타인을 알기 위한 성격 테스트나 유형 분류, 나아가 사주팔자까지 어떻게 보면 근거도 미약한 많은 테스트와 진단에 열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이 진정한 소통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넓고 얕은 연결 관계와 깊고 좁은 관계 중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바람직한 관계가 무엇인지 단정 짓기는 어렵고, 또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받기 위한 관계를 원하나, 온라인에서 나를 보여주고 남을 들여다보는 방식이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깊이를 만들어 주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것 같다.

 어떻게 하면 타인과 더 이해하는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다양한 소통의 방식 중 상대에게 어떤 방식으로 나를 보여주고 싶은지 생각해보면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의 적지 않은 나이 탓일 수도 있지만, 여러번 생각해보아도 현대의 소통 방식이 나를 이해시키는데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대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보다는 만나서 같은 공간에서 함께하는 시간, 비언어적인 눈빛이나 몸짓, 표정 같은 것이 나를 더 잘 이해시켜줄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일상의 장소가 아닌 낯선 곳이면 더 좋을 것 같다. 더하여 비록 어색한 사이일지라도 대화의 주제는 삶을 관통하는 가치에 대한 것이면 좋겠고, 만나는 인원도 적을수록 더 좋을 것 같다. 둘이라면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 테니 최고이겠지만 시간과 에너지의 한계가 있으므로 5-6명 정도 소규모 그룹의 만남도 좋을 것이다. 이런 시간을 보낸 상대와는 굳이 MBTI를 묻지 않아도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또 나와 어떤 부분이 통하는지 저절로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서로 이해받고 싶어 한다. 서로를 깊이 이해하게 된다는 것은 쉽게 가질 수 없는 아름다운 경험이기 때문일 것이다. 쓰고 보니 내가 원하는 이해의 방식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할 수 없었던 일이었구나 싶다. 상호 간에 만나 밀도 있는 이해의 시간을 보낼 수 없었기에 우리는 타인을 알기 위한 여러 가지 도구와 테스트에 더 열중했었나 보다.

 다가오는 봄에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서 소원해진, 어딘가 어색해져서 선뜻 만나자고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던 좋은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야겠다. 소원했던 그동안 달라진 나를 만나서 이해해 달라고, 그리고 나도 그동안 달라진 당신을 만나서 알아보고 싶다고 말이다.


※ 본 시론은 약사공론의 편집 방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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