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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성장통', 산토닌과 해인초

<55> 오정희 소설 『중국인 거리』

2014-01-21 06:00:45 약사공론 기자 약사공론 기자 kpanews@kpanews.co.kr


소설가 오정희(1947~ )

단편소설 『중국인 거리』는 한국전쟁 직후 인천에 위치한 차이나타운을 무대로, 한 소녀가 이곳에 이사와 살면서 느끼는 정신적 성장통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시대적 배경은 어렵게 살아야 했던 한국동란 직후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오정희(1947~ ) 작가가 1979년에 발표했다. 회충약 산토닌을 먹어 하늘이 노래지고 어지러웠던 기억과 노란 해인초를 끓이는 냄새는 시각적 이미지와 함께 후각적 이미지가 합쳐져 소설 속에 여러차례 등장한다.

주인공인 '나'는 폐허가 된 건물들과 낯선 중국식 가옥, 그리고 미군부대와 기지촌이 있는 거리에 산다. 정말로 싫은 해인초 끓이는 냄새를 지나다니면서 맡는다. 양공주 매기 언니의 죽음과 어렵게 살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죽음을 보면서 성장의 고민을 느끼며 점차 성숙해져 간다. 외로운 성장의 시간 속에서 주인공은 몸속에서 무언가 솟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마치 상처가 아물 때 느껴지는 참을 수 없는 가려움과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아픈 성장의 꽃잎처럼 주인공은 첫 월경(초조)를 맞이한다.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주인공 소녀는 회충약인 산토닌을 먹었다. 담임선생은 회충약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아침밥을 먹지 말라고 한 듯 하다. 맞다. 회충약은 공복에 먹어야 한다. 소설 속 담임선생님이 복약지도를 잘한 것이다. 화이자라는 제약회사에서 시판한 회충약 '산토닌'(santonin)은 당시 유명했다. 1950~60년대 인분을 준 야채를 많이 먹은 아이들은 회충 때문에 배앓이를 많이 했다. 학교에서 나눠주던 기생충약이 약이 바로 산토닌정이었다. 


산토닌정(출처 코베이)

산토닌의 원료는 국화과 식물 시나(Artemisia cina), 마르티마 (Artemisia martima), 쿠라멘시스 (Artemisia kuramensis)의 개화 직전 꽃봉오리에 많이 함유돼있다. 이들 식물의 종자모양을 한 꽃봉오리를 시나화라고 한다. 그러니까 국화꽃 같은 것에 산토닌이 함유돼있다. 이 성분을 추출분리하거나 그 성분과 똑같이 합성하면 산토닌이다.

작가는 소녀가 아침을 안 먹었을 때 느끼는 공복감 때문인지 혹은 산토닌을 먹어 부작용으로 눈앞이 노랗게 보였는지 모른다고 했다. 배가 고파도 눈앞이 노래진다고들 한다. 혈당강하현상 때문에 일어나는 어지러움증이다. 그럴 수도 있다. 또 작가가 의심하는 것처럼 산토닌의 부작용일 수도 있다. 사실 산토닌의 부작용에 어지러움증과 황시증(黃視症)이 있다. 현기증이 나타나도 하늘이 노랗게 보이지만 황시증은 시야나 사물이 노랗게 보이는 병이다. 노란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이라고 한다. 

노란색을 즐겨 그리는 화가 반고흐도 바로 황시증에 걸렸다는 얘기가 있다. 그 이유로서 반고흐가 압생트라는 술을 좋아했는데 이 술의 원료인 향쑥(Artemisia absinthium)이 바로 산토닌을 함유하고 있는 국화꽃의 일종이다. 사실 반고흐는 간질 때문에 디기탈리스를 처방받았는데 이 식물의 부작용도 황시증이이다. 어쩌면 이 두 가지 식물이 반고흐에게 황시증을 확장시켰고 그의 작품세계가 노란색 일색이 됐는지도 모른다. 


오정희 『중국인 거리』수록 소설집

『중국인 거리』에는 우연히 당시에 쓰던 구충제 두 가지가 모두 나온다. 산토닌 말고 해인초가 그것이다. 당시에는 해인초 성분인 카이닌산을 산토닌과 섞어 카이닌산·산토닌산 복합제로도 기생충약을 만들어 보급하기도 했다. 해인초는 흔한 바닷말인데 어두운 붉은빛 도는 자주색이며 가지를 치며 자란다. 함유성분으로 카이닌산(해인초산)이 0.16∼0.18% 들어 있다. 여름철에 바위에서 뜯어내어 바닷가 모래 위에서 햇볕에 말린다. 추출액이나 함유 카이닌산을 회충약으로 썼던 것이다.

할머니는 해인초를 끓여 소녀에게 한 사발씩 먹였다. 소녀는 해인초를 마시고 어지러워졌다. 해인초 중 주성분 카이닌산을 과량 먹으면 발작이나 간질을 일으키는 중추신경 흥분제로도 작용한다. 소설 속에서는 벽에다 바를 석회반죽을 할 때에 풀로 쓰려고 해인초를 끓인다. 드럼통에서 해인초를 끓이면 노란 추출물이 철철 넘칠 것이다. 또 연료로 쓴 조개탄 연기는 유황이 많아 노랄 것이다. 이 모든 마을의 노란빛은 산토닌 부작용인 현기증과 함께 소녀의 성장통이 되었다. 

소설 속 산토닌과 해인초의 노란색 이미지는 인생의 모호함, 폭력에 의한 희생,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모습을 노랗게 흔들리는 노란 국화꽃처럼 비춰준다. 전쟁 후 피어나는 고단한 삶의 연기 같은 노란 현기증과 소녀의 몸 안에서 이윽고 일어나는 비밀스런 변화인 초조(初潮)을 통해 소녀는 어른이 되어간다. 소녀들은 언제나 성숙의 어지러움 속에서 예쁘게 커가나 보다. 소설 속에 나오는 산토닌이 옛 추억을 이끌어준다. 현기증이 나면 노란 나비가 머릿속을 날아다는 것 같은 느낌은 나만의 생각일까. 장자의 호접몽도 어지러움증에서 나온 착각이었을까? 노란색은 참으로 얄궂은 색이다. 물론 요즈음은 산토닌이나 해인초 따위의 구충제는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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