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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할 수 있어, 널 믿어

[제약평론 시즌2] 심유란 스마트바이오팜 대표

2020-12-28 05:50:04 약사공론 기자 약사공론 기자 sgkam@kpanews.co.kr

약사공론은 국내 제약바이오 분야 최고의 석학 15명을 초빙해 ‘제약전문평론위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9월 시작된 제약평론은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R&D, 마케팅, 특허 등 다양한 분야별로 심도있는 논의와 의견이 제안돼 업계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약사공론은 ‘제약평론 시즌 2’ 를 전격 진행한다. 이종욱 우정바이오 회장과 심창구 전 식약청장이 공동 좌장을 맡고 있으며, 강건욱 서울약대 약물학 교수, 강수연 동국제약 제제기술연구소 상무, 강춘원 특허법인 DKP대표, 고성열 미국 NIH 선임연구원, 고종성 제노스코 대표, 김대중 한국다이이찌산쿄 대표, 박일영 충북약대 교수, 배진건 이노큐어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 심유란 스마트바이오팜 대표, 안해영 FDA 전 심사국장이자 현 ABC 대표, 유진산 파멥신 대표, 이광현 일동제약 상무, 정세영 경희약대 교수가 위원으로 참여한다. [편집자 주]


음악에 소질이 없는 나, 가끔 음정이 틀리거나 박자를 놓치면서 노래 부르는 나, 이런 나에게 작은 아코디언을 사주면서 “넌 할 수 있어, 아빠는 널 믿어!” 하셨던 아버지였다. 

바로 내가 고등학교 1학년때, 1년을 휴학하면서 우울해지고 열정을 잃을 가봐, 아버지는 비상금을 탈탈 털어 새벽에 집을 나서서 100키로 떨어진 곳까지 달려가 중고 아코디언을 사 주셨다. 

악보 보는 것에는 소질이 없어 여전히 어려웠지만 선생님을 모시고 초급부터 배우기 시작한지 6개월만에 나는 노래 반주 두 곡을 무리 없이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기 시작했다. 두려운 게 없었다. 

질병으로 부득이하게 휴학하게 된 나는 이렇게 작은 성공을 통해 자존감과 성취감을 다지게 되었다.

그 이후 음악에 소질이 없는 건 여전했다. 그래서 가끔 아버지를 그리워하면서 ‘왜 그러셨을가?’ 생각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더 말할 나위 없었다. 사랑만으로 ‘믿음’까지 갈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존중”이었다. 아버지는 무턱대고 아코디언을 사 주신게 아니었다. 그런 아이디어가 생각났을 때 먼저 내 의견을 물었다. 나는 괜찮다고 얘기했다. 어렵긴 하지만 시간도 펑펑 남아 도는데 한번 해보지 뭐,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 내 심중을 다 꿰뚫어 보듯 아버지는 한번 시작하면 포기는 하지 말기 바란다고 했고, 포기하면 아니함만 못하다고 했다. 나는 거의 억지로 동의했다. 그리고 어떻게 누구에게 배울 건지 같이 고민했다. 그렇게 존중에 기반한 합의가 있은 후 중고 아코디언을 사 주셨다. 

그 다음 “믿음”이었다. 연습하다 보면 자꾸 틀리고 연습하는 과정이 다른 사람에게는 소음으로 밖에 들리지 않지만 항상 웃으면서 “할 수 있다”는 표정을 해 주셨다. 어쩌다가 한 곡을 완성했을 때 섣부른 칭찬은 없었지만 언젠가는 더 잘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굳게 보여주셨다.

마지막으로 “기다림”이었다. 잔소리 없는 기다림, 지금 내가 자식을 키워보니 그 묵묵한 기다림이 얼마나 취약한지 깊이 느낀다. 

부모님의 믿음은 사랑에 기반한 것이겠지만, 부모님이 아닌 다른 사람도 이런 믿음을 줄 수 있다. 바로 존중과 기다림을 동반한 믿음, 이런 믿음은 성장과정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나는 회사, 대학원, 사업을 거치면서 ‘넌 할 수 있어’라고 얘기해주신 유일한 멘토님 덕분에 잘 버텨내고 있다.

가끔 누군가 옆에서 ‘넌 할 수 있어’라고 응원해주 길 바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멘토님의 말을 떠올리면서 스스로에게 ‘넌 할 수 있어, 넌 할 수 있어, 넌 할 수 있어’라고 펌프질 한다. 이렇게 억지로 펌프질해서 생기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말 그대로 억지였다. 

나 스스로를 지극히 사랑하지 않으면 피곤하게 버틸 수 있는 한계에 도달한다. 그럴 때마다 나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대화하고 더 사랑하려고 노력한다. 스스로를 용서하고 너무 완벽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를 칭찬하고 스스로를 포상하면서 주눅이 들었던 자존감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내면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나에 대한 ‘믿음’이 든든하면 외부에서 오는 나에 대한 ‘믿음’이 없어도 인생을 잘 헤쳐나 갈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십여년간, 많은 대학생들과 대학원생들을 살펴보면서 느낀건, 아무리 공부 잘 하고 똑똑한 학생들도 내면의 ‘믿음’은 천차만별이고 가끔은 부모님으로부터 그런 ‘믿음’을 받지 못해 방황하는 학생들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학생들을 조용히 불러 가볍게 얘기를 나누다가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고민하고 논의한 다음 마지막에 ‘넌 할 수 있어!’라는 말을 빼먹지 않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가끔, 아주 가끔 연락이 오면 맨 마지막에 ‘넌 할 수 있어!’라고 꼭 얘기한다. 험하고 어려운 인생을 살아가다가 나를 믿어주고 존중해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잘 알기에 성장하는 학생들을 보면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얘기해주게 된다. 

내 스스로가 나에 대한 ‘믿음’과 자존감이 든든하면 자식들에게도 그런 믿음을 줄 수 있다. 아버지는 나에게 믿음을 주셨지만 어머니는 그렇지 못했다. 두 분의 정반대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자식에 대한 ‘믿음’이 없는 교육은 잔소리이고 간섭이고 별 효과도 없고 역효과밖에 없다는 걸 느꼈다. 

게다가 ‘믿음’을 실천하는 건 더 어려웠다. 겉으로는 ‘믿는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불안하고 잔소리하고 싶고 쓸데없는 기대감을 계속 높여만 갔다. 내가 내면이 든든하지 못해서 였다. 자식을 키우면서 부모도 성장한다. 

사춘기를 보낸 큰 애가 철이 드는 걸 보면서 나도 성장했음을 알았다. 갈수록 회사 일이 많아져 할 수 없이 큰 애에게 ‘엄마는 널 믿으니 이제부터 잔소리 하지 안 할거다.’라고 선포 한 이 후, 큰 애에게서는 신경을 꺼버렸다. 

신기하게도 한 달이 지나 큰 애는 스스로 주변을 정리하고 학습 계획을 짜더니 기말고사 성적을 중간고사보다 30% 올려 놓았다. 그동안 꾸준히 큰 애를 믿어주고, 이번에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억지로 끝까지 믿었던 것이 큰 힘이 되었고, 이런 작은 성취는 큰 애에게도 나에게도 더 큰 ‘믿음’을 주었다.

작은 벤처기업을 운영하면서 주변에서 투자를 받는 사례를 많이 보게 된다. 투자를 받은 기업이나 투자사나 성장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서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 ‘믿음’을 필수이다. 우선 ‘존중’하고, 끝까지 ‘믿음’을 주고, 마음을 담아 ‘기다려’ 주는 것, 그런 믿음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세상에 어찌 이렇게 아름다운 일만 일을 것이냐’ 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 아름다움을 믿는다. 존중과 기다림을 함께 한 ‘아름다운 믿음’이 없이 어찌 시작했으랴, 그 초심을 끝까지 이어나가는 건 여전히 ‘믿음’이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 파트너에 대한 믿음, 사업에 대한 믿음, 이 모든 믿음이 철옹성같이 굳건하여 잡념과 부정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난 할 수 있다, 넌 할 수 있다, 우린 할 수 있다. 그래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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