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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란 약의 유통을 책임진다는 사명감 가져야”

‘대한민국 약업대상’ 1회 수상자, 한신약품 진종환 회장

2020-03-16 06:00:54 김경민 기자 김경민 기자 kkm@kpanews.co.kr

 “도매업체도 공공재란 약의 유통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단순한 약품 배송이 아닌 정보와 경영 도우미 역할까지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약업 3개단체가 제정한 ‘대한민국 약업대상’ 1회 수상자 중 한국의약품유통협회 추천인인 진종환(81) 회장이 최근 한신약품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의 업적과 도매업체가 나아갈 길에 대한 견해을 들었다. 

인터뷰에 앞서 “유통업계에 훌륭한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데도 부족한 제가 큰 상을 받게 되어 송구하고 감사할 뿐”이라고 운을 뗐다. 

업계 원로이자 약업대상 제정 첫 수상자인 진 회장에게 창업 후 그간 이야기와 현 상황에 대해 들었다. 진 회장은 1972년 한신약품을 설립해 2012년 아들 진재학 대표이사에게 경영권을 넘기기까지 30년 이상 도매업계의 변화와 흐름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최근 하루 일과는 어떻게 보내는지 
변화하는 시대에 잘 대응하기 위해 젊은 세대들에게 회사 경영을 전적으로 위임했다. 지금은 2선으로 물러나 가끔 조언하는 정도다. 건강 유지 차원으로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지만, 임직원이 일하는 모습을 둘러보고 일찍 퇴근한다. 은퇴한 업계의 지인들과 만나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창업이 72년이다. 많은 일을 겪었을텐데 
의약분업 전에는 전국에 병원도매가 1~2곳 뿐이었고 전부 약국 대상 종합도매였다. 우리가 처음 개업했을 당시엔 가짜약이 엄청 많았다. 테트라사이클린, 클로로마이신 등 이름만 단 가짜약이 판을 쳤다. 제약사가 가짜약을 만들어 유통시키던 시절이다. 

한신약품은 지방거래도 많이 했는데, 시골에 5일장이 열리면 약국·약방 진열장이 싹 비었다. 사람들이 약이라고 생긴 건 싹 다 쓸어가 약사들이 ‘약만 보내달라’고 아우성이었다. 그 때는 약이 귀해 약 자체를 구해서 보내주는 게 어려웠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의약품 제제도 세계적인 수준이고, 한 해 몇백억 원어치 약이 폐의약품으로 버려지지 않나. 격세지감을 느낀다.

△협회장 활동도 오래 했다. 협회장이 된 계기는 
72년 창업 후 바쁜 날을 보냈다. 자연스레 같은 업계 사람들과 어울리고 친분도 만들어졌다. 당시 서울에는 종오회, 한남회, 동성회 3개 모임이 있었다. 도매업체가 많이 몰린 종로, 영등포, 신설동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단체들이다. 

그 무렵 서울에는 67개 도매상이 었었는데 종로5가에만 38개 업체가 있었다. ‘종오회’ 멤버가 서울지부 회원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영향력이 컸다. 우리끼리는 친해 매일 만나 단합도 좋았다. 서울지부라 해도 종오회 한마디면 끝 아니었겠느냐. 79년 종오회 회장을 하고 81년 서울지부 회장을 거쳐 98년부터 91년까지 중앙회 회장을 했다. 2년 임기이니 연임을 한 셈이다.

△당시 협회의 가장 큰 논란은 무엇이었나
제약사 난매 문제가 심각했다. 의약분업 때, 의약품 매입 계약을 해놓으면 약을 서너번 받고 그 다음날부터는 10~15%씩 고정적으로 약 가격이 떨어졌다. 제약사가 일단 도매에 팔았으니 나머지를 시중에 싸게 팔고 다른 도매에 더 싸게 넘기면서 시중가가 하락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약을 받는 약국들도 약 가격을 덤핑하거나 당장 현금 아니면 거래를 안 하겠다 했다. 중간에서 도매업체 입장이 난처했다.

특히 인기품목인 삼진제약 게보린, 조선무약 청심원, 바이엘 아스피린 등이 심했다. 결국 제약사가 가격관리를 안 하니 생기는 문제였다. 제약사에 약 유통가를 관리해달라고 협회가 매일 요청하는 게 일이었다. 제약사만 잘 관리하면 난매는 발생하지 않는다. 도매협회가 이사회를 열면 대응방안으로 지불거절, 판매중지, 단체 반품하자는 얘기들이 매일 나왔다.

△이전에 도매업체 목소리가 큰 시절이 지금과 사뭇 다르다
지나고 보니 늘 그래왔지만 영업 환경은 갈수록 더욱 척박해져 감을 느낀다. 특히 전국약국 유통망을 책임지는 종합도매는 피로도가 현저하다. 지금 종합도매로 치면 서울에 5~6개가 남았다. 한신, 원진, 보덕, 신덕, 백광, 서울팜 정도다. 이 업체들이 제일 고생한다. 구색과 서비스를 백제·지오영 만큼 갖추면서 시장을 따라가야 하니 말이다. 이들 업체에 상을 줘야 한다 생각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전국 종합 도매처의 급격한 처수 감소 지표가 이를 잘 나타내고 있다. 전국 200여 업체에서 이제 규모를 갖춘 업체는 20여 업체에 불과하다. 오죽하면 한 길만 바라보던 업체들이 도산과 정리의 아픔을 겪었겠는가.

△여러가지 제도도 도입됐고, 도매업체에게 쉽지 않은 환경인 건 분명한데
일련번호 제도 도입,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 홍보, 유통체계 선진화 등 많은 의제가 있었다. 

마약류 오남용 및 불법 유출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망 구축은 건전한 사회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적절하고 안전하며 투명한 의약품 유통 과정을 확보하기 위한 일련번호 제도도 역시 필요성에 공감한다. 

하지만 초기에는 많은 난관과 저항이 있었던 건 부정할 수 없다. 업체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장비와 인원 등, 많은 투자를 해야 했다. 지금은 정착화 단계로 진입해 대한민국 의약품 유통체계 선진화 구축에 한 단계 도약하는 큰 획을 그었다 평가할 수 있지만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특히 전체 제약사의 많은 종류, 다양한 의약품을 구비해야 하는 종합도매의 경우는 입, 출고 등 관련 업무 시간의 대폭증가 등으로 애로가 많지 않았나.

의약품의 생산서부터 소비까지 이력 추적이 가능하여 대한민국 제약 및 보건 산업에도 도매업체의 투자와 노력이 귀중한 도움이 됐다고 자부한다.

아쉬운 건 일련번호 제도다. 최종 요양기관인 병원·약국의 병행 관리가 동반되지 않고 있으니 반쪽인 미완의 제도로 전락할까 하는 우려감이 있다. 물론 약국이 제약사별, 도매상별로 약을 구분해 매입 정리를 한다는 게 현실적으론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한 해결책 없이는 오히려 제약사의 반품 거부 빌미로 남용되는 부작용도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고 안타까움이 있다.

△도매업체가 어렵다고 하지만 수는 급격히 늘어나지 않았나  
그렇다. 제가 협회 일을 할 때 도매가 360개였다. 전국 회원사 수가 360개인 것이다. 그 때 협회 이사회에서 10년 목표로 도매를 100개로 줄여 건전유통 체계를 만들자고 의결했다. 시설평수를 200평으로 하는 방법이 거론됐다. 30년 전 200평이면 지금 기준이면 2000평 규모다. 그런 도매 100개면 우리나라 유통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교수들에게 자문받고 국회에도 노력했으나 약사법에 올리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30년 전에 100개면 충분하다 봤는데, 지금은 오히려 난립하고 위수탁까지 활성화돼 3000개가 넘는다 하지 않나. 그 속에서 한신약품이 살아남은 건 천운이다 싶으면서도 품목도매 위주로 활성화되는 건 우려가 된다. 이제는 수습할 방법이 없다.

△도매업체 규제를 강화하지 못한 점 외에 공적을 말해 달라 
의료기관은 의약품 도매업 개설하지 못한다는 걸 약사법에 올리느라 1년 고생했다. 그때 만들지 않았으면 지금 의원들 하나씩 도매 갖고 있을 것. 그건 꼭 했어야 할 일이라고 본다. 

△협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협회의 회원사 가입률을 보면 걱정이 된다. 도매허가가 3000개 나갔는데, 가입률은 현저히 떨어지지 않나. 말이 안 된다. 협회가 3000개 업체를 대변할 수 없는 구조다. 

화합해서 힘을 합쳐야 제약사 불이익 막아내고 유통수수료 인하에도 대응할 거 아니냐. 수수료도 안 나오는 형편이다. 다국적사 의약품 시장점유율 50%를 넘었는데 이대로 가면 제약산업 전체가 점점 힘들어진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대변할 주체가 마땅치 않다. 종합도매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러려면 위상을 키워나가야 한다. 협력이 중요하다. 이대로 가면 다 고사한다. 

△도매업체들이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절대적으로 상생적인 관계 구축으로, 파트너로서의 협력자, 동반자 자세가 필요하다. 이로 인한 종합도매처에 대한 합리적이며 객관적인 거래가 자리잡아야 한다. 

제약사는 적정한 유통 수수료를 인정해줘야 하고, 구색을 갖춰야 하는 도매의 특성을 이용해 저 수수료로 편승하려는 일부 제약사의 행태는 재고돼야 한다.

아울러 도매도 시장 질서에 반하는 행위를 삼가며 제약사의 정책 이행을 잘 전달하는 역할에 더욱 협조하여 서로 간 보람 있는 결과 도출에 힘써야 하리라 본다.

도매업체도 공공재란 약의 유통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긍지를 가져야 한다. 단순한 약품 배송이 아닌 정보와 경영 도우미 역할까지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업계 당부할 말이 있다면
계속 강조하지만 공동체 의식이 중요하다. 대형 업체와 중견 업체 모두 한 몸으로 시장에서의 조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각자의 규모에 따른 역할이 있는 만큼 건전한 경쟁을 통한 유통의 질서 회복을 경주하며 빠른 사회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여 위기 극복을 해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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