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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을 풀어가는 자세와 지혜

차의과학대학교 약학대학(임상약학대학원 겸직) 손현순 교수

2021-07-19 05:50:51

요즘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드라마를 챙겨서 본다. 현실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그렇게 따뜻하게 환자를 살피는 멋진 의사들을 드라마에서나마 볼 수 있다는 건 마음 훈훈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나락이다. ‘약국에 갑질한 의사 + 무릎 꿇은 약사 = 약사 사회의 공분’. 어쩌다 이런 뉴스 헤드라인 공식이 나왔을까? 의사나 약사가 아닌 사람들은 아마도, 많이 배우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소위 ‘사’자 들어가는 전문직 사람들이 저러면서 사나 의아해 할 것 같다. 

“아니야. 저건 매우 특별한 사건이고, 대놓고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슬기로운 의사생활 드라마 속 분위기처럼 의사랑 약사가 얼마나 환자를 위해 서로서로 협업하는데...” 정녕 이렇게 말하는 날이 오기를, 다시는 저런 뉴스가 또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러나 그런 소망이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서, 의료계의 전문가집단이 서로 머리 맞대고 갈등을 함께 풀어나갈 자세와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비단 약사-의사간 갈등 말고도 약사-한약사간, 약사-수의사간 갈등 또한 포함해서 말이다.     

그 첫 단계는, 전문가들도 예외 없이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 사회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공존과 연대라는 가치를 가슴에 새기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갈등을 푸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특히 전문직은 최고의 직업으로 평가받지만 그래서 생기는 맹점을 극복하는 노력 또한 기울여야 한다. 

스스로 자신을 성찰하는 힘을 강력히 작동시키지 않으면 공존과 연대의 가치는 잊어버리고 개인의 욕망을 채울 이기적 행동의 유인 상황에 상시 노출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전문직이라는 직업으로 설명하려는 일종의 신분주의적 사고에 머물러있지는 않는지, 능력주의에 기반한 경쟁사회 구조에서 성공을 이룬 자신에게 샤덴프로이데(타인의 불행에서 느끼는 은밀한 쾌감)를 가끔씩 허용하고 있지는 않는지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직업적 특성이나 전문성 내지 질서와 정의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는 건 아닌지도 되물어야 한다.  

두 번째는, 갈등을 해결할 지혜는 문제가 발생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직업과 직업이 부딪치는, 특히 직업적 자긍심이 강한 전문직간의 갈등은 자신의 정체성을 훼손했다고 생각하는 상대방에 대한 증오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그런데 누군가를 증오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으려면 발생한 문제를 개연성있게 제대로 설명해 내고 해결해야 할 주제를 제대로 짚어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사건도 약국의 처방전 의존성, 상품명 처방, 의료기관 주변 약국 입지 경쟁과 임대료 부담, 소형약국 운영 방식 등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들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사안이라서 이를 분석적으로 설명해 보아야 한다. 

그러려면 약사 후배와 미래 세대를 고민하고, 합리적이면서도 비판적인 사고가 가능하고, 대의적 설득력을 갖춘 집단적 리더십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의사집단은 의사들끼리만, 약사집단은 약사들끼리만 똘똘 뭉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의사도 약사도 서로 힘을 합하여 환자와 이야기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본래의 존재 이유를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이 가능한 전문가집단의 리더십은 우리 사회 1등짜리 직업인이 갖고 있는 돈에 대한 인식과도 연결된다. 구조적 문제가 발생된 기저에는 경제적 이득이 자리 잡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기적인 것처럼 행동하는 누구에게도 마음 깊은 곳에는 이타성의 불씨가 있다는 것을 믿기에, 복잡하게 꼬인 문제들을 잘 풀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혹시 문제적 사건이 발생했다면 잠깐 이타성이 잠자는 동안 일어났을 거라고 믿자. 그 이타성은 1등만 잘 사는 경쟁사회에서 누군가를 패배자로 만들고 누군가를 억울하게 만들면서까지 얻은 돈과 권력이, 공존사회에서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존중받는 것보다 더 가치있는 행복의 조건이 아니라고 우리를 일깨워 줄 것이라고 믿어보자. 

평화로운 일상을 방해하고 불행을 만드는 타인과의 갈등을 어느 누구도 바라지 않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어떤 갈등이 생겼을 때 그 원인을 타인에게만 찾는 것은 문제를 풀어가는 데 최선이 아닐 수 있다. 

특히 전문지식을 가장 강력한 무기로 사용하는 전문가들은 완전하지도 않은 지식으로, 진리도 아닌 일종의 편견이나 억측으로, 자신의 관점에서 뭔가를 단정적으로 말하는 데 익숙해져있다. 한 때 논란이 되었던 구충제의 항암효과를 전문가들은 거짓이라 치부했지만 최근 들어 차근차근 하나씩 사실로 확인되어 가고 있듯이, 지식이라는 것이 얼마나 빈약한지 우리는 경험하면서 산다. 

세상은 절대 나의 지식만으로 살 수 없고 오히려 타인의 지식에 기대어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의 지식을 소중하게 여기고 합하여 팀웍을 이루고 상호 협업하는 방법을 배우고 또 실천해야 한다. 갈등은 결코 혼자 해결할 수 없는 것. 전문직간 협업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꿈꾸어 본다. 전문가다운 자세와 지혜까지 잘 갖춘 약사들이 주연으로 등장하여, 공존의 가치를 구현하고 이타적 선행들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멋진 모습을 담아낸 슬기로운 약사생활 시즌1 드라마를 시청하게 될 날을.


※ 본 시론은 약사공론의 편집 방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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