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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과 플라세보,그리고 약사의 역할

한국병원약사회 조윤숙 부회장(서울대병원 약제부장)

2021-07-26 05:50:38

다른 사람의 기대나 관심을 받아 스스로 노력한 결과 그대로 실현되는 경우를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한다. 

그리스 신화 속 이야기에서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여인을 조각상으로 만든 후 이 조각상을 사랑하게 되어 신에게 간절하게 기도한 결과 진짜 여인으로 변하여 행복한 결말에 이르게 됐다. 

1968년 하버드의 로젠탈(Robert Rosenthal)교수는 학생들에게 성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를 지속적으로 표현했을 때 이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한 학생들의 성적이 실제로 오르게 되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기대하는 마음과 격려, 그리고 상대의 마음에 대한 긍정적 노력이 성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다. 우리들 또한 주변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속에서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해 온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와 유사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의학 분야의 용어는 '플라세보 효과'로 '마음에 들다' 또는 '즐겁게 하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단어에서 유래됐다. 

새로 개발된 신약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대규모의 연구에서는 유사한 계열의 약물들에 대한 비교뿐만 아니라 입증하려고 하는 약물과 외관의 차이가 없는 위약과도 비교하고 있다.

이는 약물이 작용하는 환경과 배경에 대한 사람의 심리적 반응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사람의 마음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투약에 대한 효과를 '기대하는' 마음만으로도 그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플라세보 효과를 처음 제시한 영국의 의사인 존 헤이가스는 심리학 실험을 통해 통증의 완화는 전적으로 환자의 기대 심리 때문이라는 것을 밝힌 논문에서 "단순한 상상력이 치료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1900년대 초 프랑스의 약사이자 심리치료사인 에밀 쿠에는 병원에 갈 수 없는 늦은 밤에 지인이 찾아와 큰 통증을 호소하는데 통증 치료와 무관하면서 무해한 포도당 류의 알약을 주면서 다음날은 꼭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도록 했다. 그 후 지인은 병원에 갈 필요 없이 그 약을 먹고 나았다며 감사 인사를 왔다고 한다. 

그 약사와 약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을 가지고 복용하다 보니 그 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다.

또한 중국 유학을 떠나는 길에 밤이 되어 인적이 없는 곳에서 노숙을 하였던 원효대사는 너무 목이 말라 옆에 있는 그릇의 물을 마시게 되었고, 다음 날 아침에 그 그릇이 사람의 머리인 두개골에 고여 있던 썩은 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러한 상황을 알게 되자 원효대사는 엄청난 복통과 구토 등 통증에 시달렸다. 자신이 편한 잠자리라 생각을 했던 곳은 무덤이었고 시원하고 달고 맛있던 물은 해골의 썩은 물이었다. 

결국 사람의 마음에 따라서 같은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원효대사는 중국 유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고 유학 중에도 크게 배울 점이 없었다고 한다. 정말 사람은 마음먹기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을까?

15년 전 즈음 기침이 한 달 가까이 계속되고 식은땀도 나고 해서 결핵이거나 어떤 큰 병인가 겁이 나서 호흡기내과 교수님께 진료를 보았다. 진료를 보기 전까지는 너무나 걱정이 많았고 기침도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평소 평판이 좋으신 그 교수님께서 결핵은 아닌 것 같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시면서 항생제 처방을 해주셨는데, 이상하게도 약을 한 번 먹고 나서 기침이 멈추고 기분이 좋아진 것을 경험했다. 

주변에서도 이와 같이 큰 병일까 봐 걱정하다가 신망받는 의사에게 진료를 보면 모든 증상이 다 사라졌다는 경우도 흔히 봤다. 몸이 아파서 병원이나 약국을 찾는 사람들은 불안하고 마음이 불편한 상태에서 오게 된다. 이들에게 약을 이용하여 치료를 돕는 우리들은 먼저 그들의 마음을 살피고 상담을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 진짜 치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중심 치료(person-centered therapy)를 주창한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사람들이 제대로 듣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 "무조건적으로 긍정적인 관심"을 가지고 경청해야 하며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에 관해서는 최고의 전문가이므로, 상담을 통해 그들로 하여금 속마음을 털어놓고 진심을 드러낼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라고 했다. 

모든 의료관계자들은 환자에게 이러한 기회를 제공해, 가능하면 자기주도적으로 치료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약이라는 단어와 독이라는 단어가 같은 의미로 쓰였다. 파르마콘(pharmakon)은 독이면서 해독제이고, 병인 동시에 치료제라는 다양한 의미가 포함된 단어였다고 한다. 

현대 철학에서 파르마콘은 해로우면서 동시에 유익한 것이라는 이중적 의미로 공유되고 있다. 약에 대한 전문가인 약사들은 환자에게 유익한 물질인 동시에 부작용으로 인해 독이 될 수 있는 약이 환자의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하려면, 먼저 긍정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약사가 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만약 환자의 마음까지 이끌어 줄 수 있는 멘토로 성장한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질병의 근본원인이라고 하는 스트레스를 관리하지 못하고 장기화되면 약을 필요로 하는 환자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변화하거나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나의 모순이나 부족한 점을 나 스스로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자신을 스스로 성찰하기는 어렵지만, 다행하게도 상대의 마음을 파악하고 비춰주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멘토는 다른 사람을 통해 먼저  자신을 바로 알고, 스트레스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의 문제까지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하며, 환자들에게 필요한 약을 사용하면서 인술을 베풀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료관계자들의 역할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의지와 멘토링이 가능한 약사로 성장하기 위한 준비와 노력만이 남아 있을 것이다.


※ 본 시론은 약사공론의 편집 방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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