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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돈이 드는 글로벌 임상 3상, 지금 우리가 투자해야 하나?

배진건 이노큐어 부사장 "경험과 자본 축적 속 국내서도 글로벌 제약사 탄생할 것"

2020-10-06 05:50:24 약사공론 기자 약사공론 기자 wjlee@kpanews.co.kr

대한민국 제약사(혹은 바이오텍)가 스폰서가 돼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는 것이 올바른 결정일가. 우리 제약바이오가 임상 3상이란 과정을 스스로 진행하는 것은 글로벌 제약사가 되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매체에서 이런 논리가 솔솔 터져 나왔다. 당연히 그런 수순을 밟는 것이 옳다. 기술이전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라는 논리로 인터뷰 기사를 올린 것도 봤다. 이것도 기술이전을 '안'하고(?)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해 글로벌 제약사가 된다는 논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


배진건 제약전문평론위원(이노큐어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

한국의 신약개발 수준이 글로벌에 도달했다고 하지만 2020년 현 시점에서 글로벌 임상 3상을 우리 돈으로 진행하는 것이 올바른 결정일까.

벌써 사람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지고 있지만 2019년 8월 2일 금요일은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였다. 문자 그대로 대한민국 바이오의 암울한 날의 시작이었다. 신라젠은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PHOCUS 임상 3상 무용성 평가결과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가 임상 중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바이오 주가는 바닥으로 계속 떨어졌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9월 헬릭스미스는 VM202-DPN 3상을 미국 시카고 노스웨스턴 의과대학 존 케슬러 교수 책임 아래 미국 내 25개 임상사이트에서 약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탑라인(Topline data) 결과를 일반에 공개했다.

'성공'이냐 '실패'냐 둘 중의 하나로 답하라는 것이 업계 언론과 주식시장에 투자한 일반인의 요구이다. 헬릭스미스는 임상 3상에서 결과가 잘못 나오자 '실패'한 듯이 CRO에게 잘못된 것을 전가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약허가를 받으려면 항암제 외에 다른 적응증은 최소한 2개의 'adequate and well-controlled studies'로부터 약물의 유효성을 입증해야 한다.

임상 3상에서 동일한(혹은 유사한) 임상 설계를 가진 replica, 두개의 별도의 실험을 하게 된다. 혹은 서로 조금 설계는 다르지만 각각이 adequate & well-controlled인 2개의 임상실험을 해야 한다.

"우리는 약물의 유효성을 보기 위한 3상을 '세 번'으로 계획해 목표에 도달할 생각이다."

다시 필자가 헬릭스미스의 이 말을 해석하면 (물론 이번 임상의 결과를 제외하고) 앞으로 두 번의 임상을 디자인을 잘해 그 두 디자인의 결과를 합한 뒤 품목허가를 신청해 받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임상 3상이 단순히 한 번으로만 끝난다고 일반인들이 착각하는 것이 문제이지만 헬릭스미스의 글로벌 임상 3상은 진행 중인 것 같다.

지난해로 끝나면 좋은데 올해까지 악몽은 이어졌다. 한올바이오파마와 대웅제약은 지난 1월 21일 HL036 3상 임상 탑라인 결과를 분석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회사 측은 1차 유효성평가지표(ICSS, ODS)는 통계적으로 입증하지 못했으나 2차 유효성평가지표(CCSS, TCSS)가 임상적 유용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임상 '실패'라고 언급하지 않았지만 추가 3상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업계와 주식시장에선 1차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기에 '실패'한 임상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5일 사이의 간극이었다. 지난 1월 16일 간담회보다 먼저 나온 '안구건조증 신약 임상 3상(VELOS-2) 성공적인 Topline 결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다.

각막손상 개선을 측정하는 객관적 지표(Sign)와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 지표(Symptom) 모두에서 우수한 효과를 확인했으며 해외 파트너와 본격적인 라이선스 아웃 협의와 함께 FDA 신약허가를 위한 두 번째 임상 3상 시험도 준비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문제는 먼저 발표한 이것과 21일의 간담회의 발표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왜 임상 3상 진행 후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가? 임상을 진행하는 회사들이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정확히 솔직하게 전달해야 하지만 제대로 전달하는 전략이 부족하다. 물론 임상계획서에서 설정한 1차 유효성평가변수를 만족했다면 성공한 임상이라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21일 회사 측이 설명하는 대로 2차 유효성평가변수를 1차변수로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아 추가 임상을 통해 동일하게 효과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품목 허가를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지난 8월 20일 한국화학연구원 등이 공동주최하는 제12회 서울국제신약포럼이 코로나19와의 전쟁 와중에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필자가 한국에 돌아온 후 2009년 제1회 신약포럼 발표자로 첫 공식무대 데뷔 자리였기에 개인적인 애정이 깊다. 행사장인 오키드룸에 입장하기 전 세 번째 검사와 손에 세정제를 뿌리고 이름이 붙은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앞에는 플라스틱 방패가 놓여있다. 방 안의 인원도 연사들 포함하여 35명으로 제한했다고 한다.

개막식에 이어 기조강연은 8월 2일 새로 출범한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 단장인 서울대 묵인희 교수가 맡았다. 치매에 대한 일반적인 치료제 개발 동향에 이어 마지막에 사업단 방향을 조금 선보였다.

사업단은 2028년까지 총사업비 2000억원을 투자하며 △치매 원인 규명과 발병기전 연구 △치매 예측·진단기술 개발 △치매 예방·치료기술 개발 등 3개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을 집중한다고 한다.

다음 강연은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신청서(BLA)를 제출한 에자이/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aducanumab)이다. 바이오젠은 8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FDA가 아두카누맙에 대한 BLA를 받아들였다고 발표했다. FDA는 아두카누맙에 대한 우선검토를 적용해 처방의약품사용료법(PDUFA)에 따라 2021년 3월 7일까지 승인 검토를 마쳐야 한다. 이런 따끈따끈한 소식 때문에 강연이 더욱 흥미로웠다.

아두카누맙은 항체 선별부터 남다르다. 치매증상이 없거나 치매증상진행속도가 느린 노인들의 B-세포에서 발현되는 유전자 풀에서 선별한 단항체(Monoclonal Ab)이다. 이 항체는 베타-아밀로이드의 단일체에는 붙지 않고 뭉쳐 있는 구조를 인지해 붙으며 또한 뭉쳐진 플라크를 녹여낸다. 임상시험에서 사람에게 주사했을 때 기존 치매치료제 후보들과 달리 microhemorage를 일으키는 농도가 높았으며 부작용이 적어 매우 촉망받는 약물 후보로 간주됐다.

아두카누맙이 내년 3월 이후 승인될 경우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해 알츠하이머병의 임상 경과를 개선시키는 첫 번째 치료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당국은 지난 2014년 9월 15일 KFDA가 젬백스앤카엘이 개발한 신약인 췌장암 면역항암제 '리아백스주'(코드명 GV1001)를 허가했다. 모 방송사는 지난 9월 11일 8시 뉴스와 12일 '리아백스주, 제2의 인보사?… 수상한 신약 허가'라는 제목으로 젬백스와 삼성제약의 '리아백스'가 식약처로부터 신약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고 쓰여온 과정을 보도했다.

필자는 이 보도에 놀라지 않았다. 왜냐하면 2014년 'Clinicaltrials.gov'**에 의하면 두개의 국제 임상에서 GV1001가 췌장암에서 실패한 것을 이미 봤기 때문이다.

놀랜 것은 바로 그 물질을 가지고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개발 중이며 작년말 임상시험이 성공적으로 완료된 강의를 들었다는 점에서였다. 아직도 'GV1001' 개발을 계속하는 끈질김에 감탄했다.

임상에서 도네페질을 단독 투여한 대조군은 중증장애점수(SIB)가 7.23점 감소한 반면, GV1001 1.12mg을 투여한 시험군은 0.12점 감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도 이상의 치매 진행을 억제하는 신약이 전무한 상황에서 임상결과는 고무적이다.
 
강의를 진행하는 대표님은 작년 말 미국 어느 학회에서 아두카누맙과 같은 세션에서 발표를 하였고 아두카누맙이 여러 종류의 임상 3상을 진행한 것에 부러움을 말씀하신다. 임상 3상을 그렇게 진행하고 싶은데 그 재원을 국가가 지원했으면 하는 뉘앙스다. 하지만 치매 글로벌 임상 3상을 대한민국 회사가 진행하는 경우 그 엄청난 재원을 누가 투자해야 할까.

만일 아두카누맙이 내년에 허가를 받는다면 GV1001가 대규모 임상 3상을 진행할 동력이 계속 유지될까? 이 제품이 대한민국 개미들의 돈으로 글로벌 3상을 진행하다가 앞에 언급한 케이스처럼 엄청난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제품이 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도 있다.

필자는 지난해 8월에 열린 '2019 대한민국 바이오 투자 컨퍼런스'에 참여해 많은 회사들의 현재 진행 중인 과제들을 투자자 입장에서 들어볼 기회를 가졌다. 대한민국 제약바이오가 스폰서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2018년에 상장한 어느 회사 대표님의 강의에서 들었다.

현재 그 회사는 라이센싱 아웃에 관심을 더 기울인다고 한다. 임상 3상의 진행 비용은 돈의 '0'이 하나 더 붙기에 현재는 진행하기 어렵다는 소견이다. 지금 (치매도 아닌 항암제가) 글로벌 임상 2상에 400억원이 드는 과제라면 3상은 4000억원이기에 현시점에서는 진행이 어렵다는 의견이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우리 제약사도 경험이 축적되고 자본이 축적되기에 글로벌 3상에 도전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렇다. 그 과정을 지나면 자연히 글로벌 제약사가 탄생할 것이다.

<용어풀이>
* DMC : FDA 내 임상 진행 평가를 맡는 위원회. 데이터 분석을 통해 연구중단부터 연구 조기종료 등을 권고할 수 있다.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권위가 높아 FDA가 DMC의 의견을 크게 존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Clinicaltrials.gov :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운영하는 임상정보 사이트. 글로벌 임상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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