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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관과 소망 - 나파모스타트 건조분말 흡입제 개발을 시도하며

박일영 충북대약대 교수 "안전성 평가 이어 규제기관 협의 등 산 너머 산"

2021-02-01 05:50:06 임채규 기자 임채규 기자 kpa3415@kpanews.co.kr


박일영 충북대약대 교수.

코로나-19의 소용돌이가 일 년째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생활이 점차 피폐해져 가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어느 백신이 승인을 받았다거나, 또는 어떤 치료제가 개발되어가고 있다는 소식들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쯤 시원스럽게 코로나를 물리칠 수 있을지 어느 전문가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은 현재 개발되고 있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이른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과학적 확신이 부족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호흡기 감염증이 그렇듯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활동무대는 비강과 기관, 폐의 공기와 접촉하는 외강이다. 비말에 실려 들어온 바이러스는 먼저 비강 표면에 접촉해서 비강의 섬모상피세포나 배상세포에 침입하여 증식한 다음, 세포막을 뚫고나와 다시 비강에 흩어진다. 수가 급증한 바이러스들은 호흡기를 따라 내려가면서 다시 반복감염을 일으키게 되는데, 선천성 면역이 이를 막아내지 못하여 기관을 넘어 폐포까지 감염이 진행되는 경우, 중증 폐렴으로 급격히 악화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환자의 일부에서 바이러스 RNA가 혈액과 소변, 대변에서 발견되기도 하지만 실험결과 이 시료들은 감염력이 없어서 질병관리청이 이들을 통한 전파 가능성을 배제한 것으로 볼 때 이들은 손상된 조직에서 혈액으로 스며들어간 바이러스의 죽은 조각들이거나, 비강의 섬모운동으로 목에 도달한 후 삼킴 반사에 의해 침과 함께 위장관으로 넘어간 바이러스의 잔해일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기 위해서는, 시도되고 있는 약물들이 바이러스의 주 서식지인 호흡기 외강 상피조직을 유효하게 표적할 수 있는지를 차분히 돌아 볼 필요가 있다. 약물을 주사나 경구로 인체에 투입했다고 해서 모든 약물이 필요한 만큼 원하는 조직에 다 이행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백신 역시 돌연변이 등 몇 가지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기에 자사의 백신이 94.5%의 효과를 보인다고 자랑하는 모더나의 CEO가 “코로나-19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최근 약 6600명의 완치자로부터 코로나-19의 면역과 재감염 여부를 평가한 영국의 임상시험의 중간보고는, 회복 후 약 5개월까지 면역이 보였지만 그 중 약 1% 이하의 사람들에게서는 재감염이 있었고, 재감염자 중 증상이 없는 경우에도 코와 목에 높은 농도의 바이러스가 존재했기 때문에, 회복된 사람이라 하여 마스크를 벗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경고는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 백신이란 회복 후 면역을 흉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로나-19 팬데믹을 이겨내고 다시 마스크를 벗고 살 수 있기 위해서는, 감염의 초기, 또는 감염이 의심스러운 시기에 일반인 스스로 자가 투여가 가능하며, 호흡기 외강에 표적되어 바이러스의 증식을 선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치료제 역시 절실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2020년 5월 한국 파스퇴르 연구소는 나파모스타트라는 물질이 세포배양실험에서 코로나-19에 가장 우수한 활성을 보였다고 보고했다. 나파모스타트는 혈전 생성을 억제하여 중증환자의 사망 위험성을 낮출 수 있고, 작용점이 바이러스가 아닌 인체의 효소라서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런데 분자의 구조에 따른 거동 및 생리활성에 관심을 두고 살아온 필자의 눈에는, 체내 각 조직에서 너무 쉽게 분해되어 활성을 잃는 에스터 결합에 더불어, 분자에 (+)전하를 2개나 가지고 있어 혈관내피 등 생체막을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나파모스타트는, 호흡기에 직접 투여하는 제형이 아니면 세포배양실험에서의 효과를 실제의 치료효과로 실현해내기 어려운 물질로 보였고, 따라서 동료교수와 함께 나파모스타트를 건조분말 흡입제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현재 나파모스타트 건조분말 흡입제의 제형은 완성단계이고, 흡입용구 역시 이미 천식에 사용되고 있는 용구를 준용하여 조금 변형하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정작 난관은, 우리나라는 국가적으로 흡입제의 개발 경험이 없어서 건조분말 흡입제를 의약품으로 개발하는 시스템이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었다. 

투여경로를 변경하는 약제는 임상시험에 들어가기 전에 유효성 실험에 더불어 두 종의 동물에서의 안전성 평가를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흡입독성 시험은 흰쥐 1종에 대해서만 GLP 인증이 되어 있고, 다른 동물은 건조분말을 흡입 투여시킬 방법조차 없어서, 건조분말로는 코로나-19 모델 동물에서의 유효성 실험도 불가능했다. 

흰쥐에서의 호흡기 안전성부터라도 확인해보기 위해 규제기관, 시험기관과 협의하여 시험방법을 합의한 후 지난 가을 보건복지부의 코로나-19 비임상시험지원 과제에 지원했으나 안타깝게 탈락했다. 하긴 비임상에 요구되는 여러 시험들 중 하나만 하겠다고 했으니, 이미 확립된 방법들이 있는 주사제나 경구제와의 경쟁에서 좋은 점수가 나왔을 리 없었을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소동물에 건조분말을 단시간에 목적량 투여할 수 있는 기구 고안에 매달리고 있다. 소동물의 폐활량이 작으니 흡인력이 낮아 세계적으로 이런 기구는 개발된 바 없지만, 조금씩 진척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기구 고안에 성공해도 고시에 규정된 방법이 아니니 규제기관과의 협의가 다시 산 너머 산이다.

작년 6월, 일본에서 나파모스타트를 흡입제로 개발하고자 한다는 기사가 있었다. 네덜란드와 독일에서도 나파모스타트 흡입제를 시도하는 정황이 있고, 나파모스타트 경구제의 임상시험을 시도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흡입제로 개발하려 한다는 기사가 한두 달 전 올라왔다. 그들도 문제를 만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대학 연구실이 조직과 자금력을 갖춘 국내외 기업들과 선두 경쟁을 할 수는 없다. 나파모스타트 흡입제를 완성할 수 있기 전에 코로나-19를 완전히 물리칠 수 있는 다른 약제가 어디에서든 개발된다면 정말 다행한 일이고 마음깊이 박수를 보낼 일이다. 완전히 물리칠 수 없다 해도 중증으로의 진행을 막을 수만 있어도 반가운 일이고 의료 붕괴의 걱정을 덜 수 있는 대단히 훌륭한 성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욕심을 조금 더 내서 우리 모두 마스크를 벗고 예전의 일상으로 하루 빨리 돌아가고자 한다면, '확진 전의 소리없는 전파'가 방역의 최대 난관인 코로나-19의 특성 상 '감염의 의심 시점부터 일반인 스스로 자가 투여가 가능하고 저렴하며 효과가 확실한 약제'가 또한 절실히 요구된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어려움이 없는 일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코로나-19의 전파를 막는데 강력한 효과가 기대되는 제형을, 일본이나 유럽, 미국에서는 개발하고 있는데 우리는 경험과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하여 손 놓고 있고 싶지 않은 괜한 자존심도 한 움큼 보태서,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온 국민이 마스크를 벗고 다시 웃을 수 있는 그날을 소망하며 오늘도 돋보기를 걸치고 19 gauge 스텐리스 튜브에 0.5 mm 너비의 홈을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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