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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을 만들다, 거꾸로 규제 푸는 일에 몸을 담다"

정세영 경희대 약학대학 교수 - 3년간의 규제개혁 활동과 의미

2021-03-15 05:50:19 약사공론 기자 약사공론 기자 kpa3415@kpanews.co.kr


정세영 경희대약학대학 교수.

개인적으로, 교수 발령을 받은 것이 1988년이다. 이후 처음으로 법안을 만든 것이 1990년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이다.

매우 방대한 법이다. 동덕여대 최병기 교수와 환경부 담당과장 등 3명이 함께 일본과 미국 법을 기초로 만들었다. 이를 계기로 인연이 된 것인지 2003년 건강기능식품 특별법을 대한약사회장을 역임한 김명섭 의원을 도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사위원회,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함께 했다.

그 후로도 법과 관련된 많은 심의, 평가위원회를 거치며 규제와 관련한 경험을 쌓아온 영향은 2018년 규제개혁위원회 활동으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반대로 규제를 푸는 작업에 몸담게 됐다. 규제개혁위원회 활동은 그동안 기업이 법과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에 따라 얼마나 울고 웃었을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을 처음 만들었을 때 가슴이 벅차기도 했지만 적어도 10년은 지나야 현실에 반영될 거라는 환경부 과장의 말이 이제야 비로소 마음에 닿게 됐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전문성을 띤 5~6명의 위원이 주관하고 있다. 3년간 규제개혁위원으로 활약하며 경험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1 
의료기기는 식약처의 '심사·허가'와 심평원의 '요양급여 여부 판단'을 거쳐 보건복지부의 '신 의료기술평가'와 다시 심평원의 '보험급여 등재'를 거치게 된다. 최대 490일이 소요된다고 하지만 보완과 취소 후 재심의를 거치다 보면 2년에서 5년이 지나야 제품 판매가 가능했다.

문제는 회사가 영세하면 그동안 파산되거나 다른 회사로 병합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는 것이다. 

규제개혁위원이 된 이후 반드시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위원 가운데 신 의료기술 평가에 활동하는 분이 있었고, 난상 토론으로 이어졌다. 결국 설득에 성공해 대통령 정례 보고를 통해 보고됐다. 결과는 2018년 7월 19일 대통령이 규제혁신 방안을 직접 발표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식약처 허가 후 바로 제품의 시장 진입이 가능하도록 제도 변경이 이뤄졌다. 시판 과정에서 요양급여 여부를 심평원과 복지부에서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모든 과정이 최대 300일 이전에 끝날 수 있도록 개선됐다.

초기 모임부터 획기적인 결과를 얻은 것 때문일까. 위원이 되고 나서 1년 후인 2019년부터 바이오헬스 분과 위원장으로 3년째 활동하고 있다.

#2
요즘 유산균이 대세다. 채널을 돌리다 보면 어느 한 곳에서는 반드시 광고를 볼 수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라는 이름이다.

이런 유산균 제품이 생균과 사균의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은 별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유통 중 취급 자체로 보면 사균은 비교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으나 과연 생균도 그럴까?

건강기능식품의 프로바이오틱스는 대부분 생균 제품이고 기능성 자체가 균수로 보장되기 때문에 살아있는 유산균으로 유지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하지만 이를 위한 업계와 정부의 판단은 다르다. 환경부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9조에 의해 사람이 섭취하는 의약외품과 식품, 건강기능식품은 모두 포장 횟수를 동일하게 2차 이내로 제한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업체는 프로바이오틱스의 경우 기능성분(생균수)을 유지하지 못하면 식약처로부터 제품 폐기 등 행정처분을 받고 소비자에게는 생균수 부족에 따른 효능 유지 여부가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잡균이 공기나 접촉에 의해 유입되면 안전성도 보장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 현행대로 스틱포장(1차)과 비닐 포장(2차), 종이박스 포장(3차)을 유지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환경부와 식약처, 기업이 모두 모여 토론해 봐야겠지만 결과가 어떻게 될지 매우 궁금한 부분이다.  

#3
2016년 분당서울대병원 백남종 교수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의 33.7%가 삼킴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60년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의 41%가 될 것으로 예상돼 삼킴 장애의 해결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제나 캡슐제, 산제 등의 삼킴이 편리하도록 동일 성분의 액제가 필요하게 될 것이고, 이를 위한 대비는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시기를 놓치게 될 것이다.

내용 액제에 대해서는 현행 제도에서 정제와 캡슐제를 삼킬 수 없는 고령자, 치매 환자, 연하곤란자에 대해 요양급여를 인정하지만 2021년 고시 개정 후 신제품만 예외로 인정하는 것으로 돼 있어 합리적이지 못하다. 특히 신제품은 일일이 허가서류를 제출해 심사를 받고 급여로 전환해 준다고 하는데 시간 낭비라는 의견이 적지않다.

복지부는 보험재정 문제가 요양급여를 인정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내용 액제를 미리 개발해 원가 산정을 통해 정제와 캡슐제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면 1석 2조가 될 것이다.

이 문제는 사회적 요구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제약기업의 제형 변경과 관련한 사전 노력 의지를 꺾는 것이고, 동시에 보험재정의 절감 효과를 놓치는 1석 2해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올해 노력해야 할 안건 가운데 하나이다.

#4 
유산균이 워낙 유명해지니 화장품 원료로 쓰게 해달라는 내용이 규제개혁위원회에 들어왔다.

업계에서 유산균은 원래 안전한 것이라 피부에 도포해도 문제가 없고, 생균이 아니더라도 효과는 충분히 나타나는데 화장품 원료도 기준?규격을 엄격히 해야 할 필요가 있냐는 의견을 제시한다.

하지만 식약처는 기준·규격에 생균으로 되어 있는 상황에서 화장품에 어떻게 생균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책이 없고, 피부 유해 여부에 대한 자료가 없다는 입장이다. 모든 제품은 기준·규격이 정해져 있고, 제조업체는 이를 준수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은 식약처와 업계가 대화를 통해 도출됐다. 지금 유산균 화장품은 정해진 기준·규격에 따라 판매되고 있지만 효능을 얘기하거나 광고할 수는 없다.

올해 규제개혁위원회는 2020년에 이어 대부분의 안건을 비대면으로 처리하고 있다. 초기 열정이 다소 식은게 아닌가 걱정도 되지만 몇몇 안건은 대면으로 뜨거운 토론을 거쳐 결론을 내게 될 것이다. 

약사공론과 같은 전문지도 의약품이나 의약외품,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식품업체의 규제개혁 목소리를 듣고 사설을 통해 전달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규제개혁위원회장으로서 약사공론을 필두로 약계, 의계, 식품계 전문매체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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