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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평론] 21세기는 맞춤약학 시대 <上>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2021-03-26 14:50:56 약사공론 기자 약사공론 기자 sgkam@kpanews.co.kr

약사공론은 국내 제약바이오 분야 최고의 석학 15명을 초빙해 ‘제약전문평론위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9월 시작된 제약평론은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R&D, 마케팅, 특허 등 다양한 분야별로 심도있는 논의와 의견이 제안돼 업계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약사공론은 '제약평론 시즌 2' 를 전격 진행한다. 이종욱 우정바이오 회장과 심창구 전 식약청장이 공동 좌장을 맡고 있으며, 강건욱 서울약대 약물학 교수, 강수연 동국제약 제제기술연구소 상무, 강춘원 특허법인 DKP대표, 고성열 미국 NIH 선임연구원, 고종성 제노스코 대표, 김대중 한국다이이찌산쿄 대표, 박일영 충북약대 교수, 배진건 이노큐어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 심유란 스마트바이오팜 대표, 안해영 FDA 전 심사국장이자 현 ABC 대표, 유진산 파멥신 대표, 이광현 일동제약 상무, 정세영 경희약대 교수가 위원으로 참여한다. [편집자 주]


[7L]1. 약의 고마움

약은 우리 몸의 병을 치료해 주고 질병을 사전(事前)에 예방해 주는 등의 고마운 작용을 한다. 잘 아는 내용이지만 약의 고마운 점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질병을 퇴치하여 인류의 수명을 연장해 주었다.

우선 약 때문에 천연두, 소아마비 등 역사적인 난치병들을 사실상 추방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고혈압을 관리할 수 있는 약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약으로 고혈압, 당뇨, 우울증 등을 추방까지는 아니지만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약이 개발됨으로써 병의원에서 많은 수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옛날 미국 서부 영화나 전쟁 영화를 보면 진통제나 마취제가 없어 부상자에게 위스키를 잔뜩 먹이거나 사람을 때려서 기절시켜 놓고 다리를 절단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오늘날은 마취제, 진통제, 항생제, 수혈제, 정맥수액제와 같은 의약품의 도움을 받음으로써 환자의 통증이나 감염 없이 수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수술로 치료할 수 있는 병이 셀 수 없이 많아졌다. 현대 의료는 의약품의 발달에 힘입어 눈부시게 발전하게 된 것이다.

 2) 인류의 수명이 현저하게 길어졌다.

1970년도의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남자 58.6세, 여자 65.5세이었다. 2013년에는 남자 78세, 여자 85세로 늘어났다. 20세기에 들어설 때 캐나다인의 평균수명은 겨우 47세였다. 그런데 2002년에 캐나다에서 태어난 아기의 기대 수명은 78세라고 한다. 

물론 수명이 연장된 것이 오로지 약의 덕분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위생과 영양 상태가 개선된 데 기인하는 바도 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의 기여도가 제일 큰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옛날에는 전쟁 때 조그만 부상만 당해도 염증으로 인해 환자가 사망했지만, 이제는 페니실린이 개발된 이후 발달된 항생제의 덕분으로 그런 염증으로 인해 사람이 사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지게 되었다. 항생제가 인류 수명 연장에 끼친 공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은 빅 데이터를 이용하여 OECD 35개 회원국의 기대 수명을 분석한 논문을 영국 의학저널 ‘Lancet'(2017.2.21)에 실었는데, 이에 의하면 2030년에 태어나는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90.8세가 된다고 한다. 

세계에서 2030년에 기대수명이 90세가 넘는 집단은 한국 여성뿐으로 다른 국가들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2030년생 한국 남성의 기대수명도 84.1세로 남성 중 세계 1위가 된다고 한다.

 3) 삶의 질(質, Quality of Life, QOL)을 현저히 개선해 주었다.
  
그런데 오래 사는 것만이 삶의 목표일까? 오래만 살면 최고일까? 그렇지 않다. 삶의 질이 높은 상태에서 오래 살아야 의미가 있다. 그럼 어떻게 살아야 삶의 질이 높은 걸까? 우선 몸이 아프지 않아야 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갑상선 기능 항진증(亢進症)을 갖고 있는데, 항진증 환자는 손이 떨리고 숨이 차며 손발에 땀이 나는 등의 증상으로 일상생활을 하기가 괴롭다. 오랫동안 고생을 하다가 적절한 진단을 받아 갑상선 기능 억제제를 먹으니까 이런 괴로움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삶의 질이 엄청나게 개선되었다. 

이외에도 진통제, 항우울제, 전립선 비대 조절약, 성기능 개선제 등 수많은 약들이 삶의 질을 개선해 주고 있다.

2. 약의 무서움

이처럼 고마운 약이지만 잘못 쓰면 매우 무서운 것이 또한 약이다. 약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살펴본다.

1)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 약 사건

약이 얼마나 무서운 물질인가를 웅변으로 설명해 주는 사건이 탈리도마이드 약 사건이다. 이 약은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까지 독일 (그뤼넨탈, Gruenenthal사)에서 진정, 신경안정제로 개발하여 콘데르간(Contergan이라는 상품명으로 시판한 약이다. 임신부의 입덧에 뛰어난 효과를 보이고, 과량을 사용해도 당장 나타나는 독성이 없어 기존의 barbiturate를 대체할 약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이 약을 먹은 임부(妊婦)는 나중에 심각한 선천성 결손아, 특히 팔다리가 덜 발육된 기형아를 낳았다. 세계에서 10,000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팔이나 다리가 없거나 짧은 상태로 태어났다. 또 심장이나 소화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채 태어난 아이는 극심한 고통을 겪다가 사망하였다. 그래서 이 약은 1961년 시장에서 회수(回收, recall)되었다. 

일본에서는 ‘대일본제약(大日本製藥)’이 1963년경 ‘이소민’이란 이름으로 도입하여 판매하는 바람에 일본 내 피해자가 900명 이상에 이르게 되었다. 몇 년 전 필자가 일본의 약제학회에 참석하였을 때 일본인 피해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아직도 선명하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당시 정보도 어둡고 경제력도 없어서 이 약을 도입하지 않았기에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미국 FDA는 이 약을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내 피해자가 없었다. 이 사건은 약이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 물질인지를 처절하게 알려주는 일대 사건이었다. 이 사건 발생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의약품의 안전성을 규제하기 위한 각종 법안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약의 무서움이 널리 인식되기 시작한 역사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탈리도마이드 외에도 부작용 등의 문제점 때문에 시장에서 퇴출된 약은 많다. astemizole, bromfenac, dexfenfluramine, felbamate, flosequinan, grepafloxacin, mibefradil, temafloxacin, terfenadine, travafloxacin 등이 그 예이다.

 2) 항암제의 독성

비교적 최근, 암세포 막 표면에는 항암제류 (특히 화학요버제류)를 광범위하게 인식하여 암세포 밖으로 퍼내는 작용(pumping out)을 하는 수송단백(transporter protein)이 발현(發現, expression)되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작용 때문에 항암제가 암세포 안으로 잘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에 항암제가 들어가면 안 되는 정상 세포의 막에는 이 단백질이 발현되어 있지 않다. 

그러니까 암환자에게 항암제를 투여하면 약이 들어가야 할 암세포에는 이 수송단백의 퍼내기 작용 (펌프 작용) 때문에 항암제가 잘 안 들어가는 반면에, 항암제가 들어가면 안 되는 정상세포에는 이 수송단백이 없기 때문에 항암제가 잘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항암제의 항암 작용은 낮아지고 정상세포에 대한 부작용이 커지는 것이다.

더구나 항암제를 계속해서 쓰면 쓸수록 암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이 막 단백의 발현양이 늘어난다. 항암제가 이 단백의 발현을 유도(induction)하는 것이다. 그래서 항암제를 쓰면 쓸수록 항암제가 암세포로는 점점 덜 가고 정상세포로는 변함없이 들어간다. 

더구나 이 단백은 항암제에 대하여 다제내성 (多劑耐性, Multi Drug Resistance: MDR)을 보이는데, 다제내성이란 여러 가지 항암제(multi drug)에 대하여 내성을 보인다는 의미이다. 

즉 항암제 투여에 의해 유도된 이 막 단백이 그 항암제뿐만 아니라 아직 사용도 안 해본 다른 항암제들도 암세포로 못 들어가게 퍼내는 것이다. 

이와 같은 다제내성 때문에 결국 그 암세포를 완벽하게 죽이는 항암제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요즘에는 암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이 단백이 인식하지 못하는 항암제를 개발하거나, 전혀 다른 기전으로 암세포를 죽이는 항암제(예: 표적 항암제나 면역 항암제 등)를 개발함으로써 항암제의 내성 문제를 극복하려고 하고 있다.

3) 좋은 약이지만 잘못 사용해서 무서운 약이 되는 경우

미국 의학회지 (JAMA 1998)에 의하면 미국에서 입원 환자 중 약물 부작용에 의해 사망하는 사람이 매년 1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었다고 한다. 

또 응급 입원 환자의 8%는 약물의 부작용 때문에 입원하였고, 입원 환자의 7%는 입원 중 먹은 처방약에 의해 심한 부작용을 경험하였으며, 입원 환자의 0.3% (1000명 중 3명)는 의약품의 부작용으로 사망하였다고 한다. 얼마나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숫자인가? 

또한 미국에서 진통제 남용으로 1년에 1만 6천 명이 사망하였다는 뉴스도 있었다(2015/10/22 SBS 뉴스). 즉 2013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옥시콘틴(oxycodone HCl, 한국 먼디파마)이나 오파나(oxymorphone HCl, Opana)와 같은 진통제를 과다 복용하여 죽는 사람이 미국 내에서만 연 1만 6천여 명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는 처방전에 따라 약을 사용한 경우를 포함한 수치이다. 

이처럼 마약성 (opioid) 진통제 남용에 따른 사망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약을 처방하는 미국의 의료인 중 진통제를 안전하게 처방하는 방법을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 조사된 바에 따르면 3년간 의약품 부작용으로 사망한 사람의 수가 1,143명에 이르렀다. 이는 2006년부터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한 20개의 지역약물감시센터에서 파악한 수치로,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늘어 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의약품 부작용을 일으킨 환자 수는 해마다 늘어나 2014년도에는 무려 43만 명에 이르렀다.



이상에서 언급한 사고는 모두 안전하다고 판명되어 합법적으로 시판되고 있는 의약품을 적법하게 사용하다가 일어난 사고들이다.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이런 의료, 이런 약물요법을 이대로 방치해도 좋겠는가? 도대체 약을 어떻게 잘못 사용하였기에 ‘안전하다’고 승인된 약 때문에 이렇게 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있는 것일까? 종래의 약물요법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3. 종래의 약물요법에 대한 반성

좋은 약도 잘못 사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자 종래의 약물요법이 과연 적절하였는가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 결과 많은 문제점, 즉 복용 시간, 식사의 메뉴, 기타 환자의 유전적 특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약물을 투여해 오는 등의 잘못이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1) 복용 간격의 불합리성

일반적으로 먹는 약은 ‘1일 3회 식후 30분’에 복용하라고 지시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가 24시간이니까 3회 복용하려면 8시간마다 복용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그런데 ‘1일 3회 식후 30분’ 복용법의 첫 번째 문제점은 우리가 식사를 8시간마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 아침 식사는 오전 7시, 점심은 12시, 저녁은 7시경에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면 아침과 점심 식사 사이의 시간 간격은 5시간, 점심과 저녁 식사 사이는 7시간인데 반하여 저녁과 다음 날 아침 식사 사이는 12시간이나 된다. 

이는 8시간마다 복용하는 것이 좋다는 이론과 전혀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후 30분 복용’이 하나의 전통(?)이 된 것은, 약의 복용 시간을 식사 시간과 연결해 놓음으로써 ‘하루 세 번 복용’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원래 ‘식후 30분 복용’이란 식사 후 적어도 30분은 지난 후에 약을 복용하라는 의미이다. 일반적으로 식사 직후에 약을 먹으면 위장에 음식물이 가득 차 있기 때문에 (1) 약이 잘 녹지도 않고, (2) 흡수도 잘 안되어 약효가 느리고 약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원칙적으로는 식사 후 1~2시간 정도 지난 후, 즉 위장관이 어느 정도 비워진 상태에서 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사 후 1시간 이상 지나면 식탁을 떠나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오래 기다리다가는 약 복용을자체를 깜박 잊기 쉽다. 그런 의미에서 ‘식사 후 바로’ 약을 복용하라고 하는 것이 약 복용을 잊지 않게 만드는 현명한 전략이다. 

‘식사 직후 복용’과 ‘식사 후 1~2시간 후 복용’의 절충안이 ‘식후 30분 복용’이 된 것이다. 즉 식사 후 최소한 30분 정도 기다려서 위장(胃臟)이 조금이나마 비었을 때 약을 먹으라는 의미이다. 

아무튼 ‘1일 3회 식후 30분 복용’은 과학적으로는 결코 합리적인 복용법이 아니다. 사람의 기억력과 과학이 타협한 결과일 뿐이다.

2) 체중 등 신체조건 무시의 불합리성

약의 용량(用量, dose)을 이야기할 때, 정제의 경우 어른은 1회 1정을 복용하라는 식으로 지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같은 어른이라고 해도 체중이 100kg에 가까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50kg 정도에 불과한 사람도 있는데 이 두 사람이 같은 양의 약을 복용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

일반적으로 복용한 약은 위장관(胃腸管, gastrointestinal tract)에서 흡수되어 온몸에 퍼진다. 퍼지는 것을 분포(分布, distribution)라고 한다. 이때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은 큰 몸에 퍼지기 때문에 체중이 가벼운 사람보다 몸 안의 약의 혈중 농도가 낮게 될 수밖에 없다. 보통 약효나 부작용은 약물의 혈중약물농도(血中藥物農度)에 비례한다. 

그렇다면 같은 양의 약을 먹어도 뚱뚱한 사람의 혈중 약물 농도가 체중이 가벼운 사람의 경우보다 낮을 것이므로, 뚱뚱한 사람에게서 약효가 덜 나타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약병에 붙어 있는 라벨 어디를 들여다봐도 체중에 따라 약의 복용량을 조절하라는 말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말하자면 종래의 약물요법에서는 약의 용량을 그다지 과학적 이론, 즉 혈중약물농도에 근거하여 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이는 앞으로 반드시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

3) 식습관 무시의 불합리성

인종(人種)에 따라서는 물론 같은 인종이라도 개인에 따라 주로 먹는 음식이 다르다. 

그런데 예컨대 자몽 주스를 마시면 특정 약물의 흡수가 엄청나게 증가하여 약효가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등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에 따라 약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점점 주목받고 있으나, 종래에는 약의 복용 시 이러한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또 주로 먹는 음식이 인종에 따라서 생선, 육식, 채식으로 다르다는 점도 전혀 개의치 않아 왔다. 

그러나 먹는 음식의 종류와 양이 약물의 혈중농도와 약효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연구하지도 않고, 약의 복용법을 일률적으로 정한 것은 약효나 부작용 면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고 볼 수밖에 없다.

 4) 병용 약물의 영향 무시의 불합리성

두 가지 이상의 약물을 동시에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노인들은 한꺼번에 여러 가지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데, 이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서 약물 간에 어떤 상호작용이 일어나는지는 다 연구되어 있지 않다. 경우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가끔 “이 약을 먹을 때 한약(韓藥)을 먹어도 되나요?”라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이에 대한 매번 정확한 답변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 경우에 어떤 상호작용이 일어날지를 다 연구해 본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제산제(制酸劑)를 병용(倂用)하면 철분의 흡수가 감소하는 것처럼 많은 약물의 경우, 함께 복용하면 약물 간 상호작용을 일으켜 약효가 강해지거나 약해져 부작용을 일으키는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이다. 

상호작용은 흡수, 분포, 대사, 배설의 모든 단계에서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점을 다 고려하지 않은 기존의 약물 복용법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고 하겠다.

 5) 인종, 개인 간 유전적 특성 차이 무시의 불합리성

이 세상에는 흑인, 백인, 황인종을 비롯한 다양한 인종이, 또 같은 인종 중에서도 신체의 조건이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약의 효과나 부작용은 약의 ADME, 즉 흡수(absorption), 분포(distribution), 대사(metabolism) 및 배설(excretion)의 결과로 나타나는 약물의 혈중농도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인종에 따라, 또 개인에 따라 약물의 ADME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약물에 대한 반응도 인종과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마치 같은 술을 마셔도 어떤 사람은 기분이 좋아지는 데 반하여 어떤 사람은 머리가 아프거나 토하고 싶어지는 것과 같다. 

이처럼 인종에 따라 또는 개인에 따라 ADME가 달라지는 점을 고려하여 약물요법(pharmacotherapy)을 환자 개개인에게 맞추어 최적화(optimization) 해야 할 터인데, 종래에는 이런 인종차와 개인차를 무시하고 일률적인 약물요법을 시행해 왔다. 이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살펴보자.

 (1) 인종 및 개인에 따라 간 대사에 차이가 나는 점을 무시할 때 생기는 문제 - DNA의 비극 사건

2000년에 ‘포춘(Fortune)’이라는 미국 잡지에 ‘유전자의 비극 (a DNA tragedy)’라는 기사가 표지 기사로 실렸다. 이 기사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1995년, 어떤 사람이 9살 된 소년을 입양하였다. 이 소년은 강박장애, 주의결핍 과잉반응을 보여 의사로부터 프로작 (Prozacⓡ, fluoxetine)이라는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였다. 그런데 얼마 후 이 소년이 발작을 일으키며 사망을 한 것이다. 부검해 보니 이 소년의 혈액 중 프로작 농도가 엄청나게 높았다. 

높은 혈중 약물농도 때문에 이 소년이 죽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양부모가 입양한 아이를 양육하기 힘들어지자 약물을 과다(過多) 투여하여 죽게 만든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이 소년의 간에는 이 약물을 분해(대사)시키는 유일한 효소인 CYP2D6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소년의 유전적 특성이 그랬던 것이다. 소위 특이체질이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약물 유전체학 (pharmacogenomics)이 발달해서 처음으로 규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소년은 간에서의 해당 약물 분해 효소가 부족한 바람에 프로작을 먹으면 먹는 대로 그대로 몸 안에 축적되어 결국 치사(致死) 농도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이로써 양부모의 살인 혐의는 벗겨졌지만, 이 사건으로부터 사람에 따라 같은 양의 약을 먹어도 누구에게는 좋은 약효를 나타내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죽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이런 사실을 잘 몰랐었다.

사실 이런 생각은 이미 조선 시대에 이제마(李濟馬, 1838~1900) 선생의 사상의학(四象醫學)에서 언급된 바 있다. 이제마 선생은 ‘동의수세보원 (東醫壽世保元)’이란 책에서 사람의 체질 (體質-식사, 약, 환경에 대한 반응성)을 소양인(少陽人), 소음인(少陰人), 태양인(太陽人), 태음인(太陰人)의 4가지로 나누었다. 이는 사람에 따라 유전적 특성이 다를 수 있음을 이미 150년 전에 우리나라 사람이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와 보니 사람의 체질을 겨우 4가지로 나누는 것은 너무 거칠게 나누는 것으로, 원칙적으로는 사람마다 체질이 다 다를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일으키는 또 다른 예로는 항말라리아 약인 프리마퀸(primaquine)을 들 수 있다. 한국동란 (1950년 6.25)시 전쟁에 참전한 흑인 병사에게 프리마퀸을 투여했더니, 복용자의 약 10%에서 빈혈 증상이 나타났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흑인 병사들에게는 이 약을 대사시키는 효소인 Glucose-6-phosphate dehydrogenase (G6PD) 레벨이 낮았다. 같은 흑인 중에서도 빈혈을 일으키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었던 것은 흑인 개인 간에도 이 효소 레벨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간에서의 약물 대사에는 1상 대사와 2상 대사가 있는데, 각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의 수는 매우 많다. 더구나 같은 효소에도 대사능력이 다른 이성체(異性體)가 존재한다. 1상 대사 효소 중에 CYP2D6란 효소가 있는데, 최근 약 7%의 한국인은 “다른 사람보다 대사기능이 느린 CYP2D6 보유자”임이 밝혀졌다. 

느린 대사 효소 보유자에게는 이 효소로 대사되는 약물의 투여를 금지하거나 투여량을 줄이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약처)는 느린 대사 효소 보유자(slow metabilizer)에게는 이 효소에 의해 분해되는 약인 치오리다진(thioridazine, 항정신병 약물)을 처방하지 못하도록 방침을 정한 바 있다.
그러나 종래의 약물요법에서는 인종 및 개인 간에 간 대사 기능에 유전적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사람의 간 대사는 다 같은 줄로 생각하고 약물요법을 시행해 왔다. 이제 와 알고 나니 그동안 매우 불합리하고 위험한 약물요법을 시행해 왔던 것이다.

  (2) 약물 수용체의 인종 개인 차이 무시에 따른 문제

인종이나 개인에 따라 다른 것은 간 대사뿐이 아니다. 약물이 몸 안에 들어가면 분포(分布) 과정을 통해 약물의 작용점에 도달하여 약효를 나타낸다. 

그 작용점을 수용체(受容體, receptor)라고 하는데 인종이나 개인에 따라 어떤 약물에 대한 수용체가 없거나 적거나 많다는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간 대사 효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역시 약물 유전체학의 발달로 밝혀진 사실이다.

이 수용체의 개인차를 무시하고 약물을 투여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항암제인 이레사(iressa)는 ‘아스트라제네카’라는 회사가 폐암 치료제로 개발하여 시판 중인 약이다. 

이 약은 EGF 수용체 (EGFR)에 변이(變異)가 있는 폐암 세포에 잘 듣는다. 이 EGFR 변이는 서구인에 비해 아시아인에게 더 잘 나타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이레사는 서구인보다 아시아인에게 잘 듣는다.

같은 논리에 근거하여 미국 FDA는 2013년 폐암 환자에게 Afatinib maleate라는 항암제를 투여하기 전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EGFR 변이가 나타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였다. 이 약도 변이된 EGFR과 결합해서 약효를 나타내는 약이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약물을 투여하기 전에 간 대사나 수용체의 유전학적 특성을 검사하는 것을 ‘동반(同伴)진단’이라고 부른다. 과거에는 유전적 차이에 의해 간 대사 효소나 약물수용체 발현 정도에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몰랐었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는 좋은 약이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부작용을 나타내거나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는 현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유전자 검사 기술의 발달로 환자 개개인의 유전적 특성을 검사하여 환자의 개인적 유전 특성에 딱 맞는 최적의 약 (right drug)을 골라 쓸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약의 용량도 환자의 유전적 특성을 고려하여 그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양 (right dose)을 계산해서 투여할 수 있다. 소위 ‘맞춤약학’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물론 유전자 검사를 맹신하고 남용하면 큰 문제가 생긴다. 과학의 발달에 따라 질병의 발병 확률이나 기대수명 같은 것도 유전자 검사로 예측할 수 있을 것이지만, 사람들이 이런 정보를 사전에 알게 된다는 것은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처럼 인류의 앞날에 엄청난 윤리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러므로 유전자 검사의 확대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유전자 검사는 결코 남용할 기술이 아닌 것이다.

(3) 약물 흡수 및 배설의 인종 개인 차이 무시에 따른 문제

약물을 복용하면 위장관(胃腸管)의 표면에 있는 상피세포막을 통과해 흡수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세포막 표면에 약물을 적극적으로 빨아들이듯 흡수하여 혈액 중으로 이동시키는 막수송체 단백(膜輸送體, membrane transporters)이 발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메카니즘은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음식 중 영양 성분을 적극적으로 혈액 속으로 빨아들여 몸 안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조물주가 마련해 놓은 매우 합리적인 장치이다.

또 신장에서 소변으로 약물을 배출(排出)하는 신장 세포의 세포막에도 약물을 오줌 중으로 적극적으로 퍼내는 막수송체가 발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 몸 혈액 안에 있는 불필요한 노폐물들을 적극적으로 몸 밖으로 배출하는 해독 기구(解毒機構)의 하나이다.

이처럼 흡수나 배설에 관여하는 막수송체의 발현 양과 성능에도 인종이나 개인 간에 유전적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결국 흡수, 분포, 대사 및 배설 등 약물의 체내 거동을 담당하는 ADME의 전 과정에 유전적 인종차나 개인차가 있을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르고 지내던 것들이다.

사실 유전자까지 거론할 것도 없다. 미국 사람과 한국인, 그리고 일본인은 위액(胃液)의 산성도(pH)부터 다르다. 한국인과 일본인, 특히 일본인 중에는 아래 표2에서 보듯 위액에 염산이 없는 무염산증(無鹽酸症)인 사람이 많다. 무염산증이라는 것은 위액이 산성(酸性)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동안 위액은 산성을 띤다고 알려져 왔으나 엄밀히 말해 이는 미국 사람의 경우에만 맞는 말이다. 60세 이상의 일본인은 무려 90%가 무염산증인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60대 이상인 사람의 57%가 무염산증을 나타낸다 . 

놀랍게도 이런 기본적인 사실도 비교적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이런 무염산증 환자가 어떤 약을 복용하면 약이 위액에 잘 안 녹아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염기성(鹽基性,  alkali 성) 약물이 그런 경우가 많다. 염기성 약물은 산에 잘 녹기 때문이다. 그런 약은 미국 사람이 먹으면 위액에 잘 녹아서 약효가 잘 나타나지만 일본 노인이 복용하면 위액에 안 녹아서 약효가 잘 안 나타날 우려가 큰 것이다.

[6C]

알약(정제)이 얼마나 위액에서 빨리 녹을까를 물을 써서 검사하는 시험을 용출시험(溶出試驗, dissolution test)이라고 한다. 한국, 일본 및 미국인의 위액의 산도(산도, pH)가 다르기 때문에 세 나라는 표에서 보듯 용출시험에서 사용하는 물(medium)의 산도(酸度, pH)를 자기 나라 사람들의 상황에 맞게 각각 다르게 정했다. 

즉 미국에서는 산에서 잘 녹나 안 녹나만 보지만,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중성인 물(DW)에서도 잘 녹는지 여부를 검사하는 등 훨씬 더 까다로운 조건에서 용출시험을 하도록 규정하였다. 이처럼 시험 조건이 나라별로 다르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합격인 약이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불합격 판정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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