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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 대마 접근성 확대 필요한가?

2020-03-10 12:00:37 청년기자단 C조 기자 청년기자단 C조 기자 kpa3415@kpanews.co.kr

국내에는 오래전부터 의료용 대마 공급을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사람들이 있다. 

바로 에이즈, 암 환자, 성인 다발성경화증, 뇌전증 등 희귀·난치성 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이다. 수년 전부터 의료용 대마가 합법화된 미국, 일본, 캐나다, 태국 등의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2019년 3월에서야 비로소 4종의 대마 의약품 수입이 합법화됐다. 

이 과정에는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는 가족을 위해 의료용 대마를 밀수입하다가 마약사범으로 처벌받은 가족의 눈물, 그리고 오랫동안 합법화를 위해 싸워온 환자들의 수많은 노력과 땀이 담겨있다.

의료용 대마가 합법화된 지 약 1년이 지났다. 예비 약사로서 지난 1년간 대마 의약품의 공급 현황에 대해 알아보고, 어떠한 문제점과 개선 방향이 있는지를 토론했다. 이 기사를 통해 좀 더 많은 사람이 의료용 대마에 관심을 갖고, 의료용 대마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안정적인 공급 시스템이 확립되길 바라는 바이다.


△의료용 대마란

대마의 성분에는 9-tetrahydrocannabinol (THC), cannabidiol (CBD), cannabichromene (CBC), cannabinol (CBN) 등이 있고, 이 중 의료용 대마의 법적 기준이 되는 성분 두 가지는 CBD와 THC가 있다. 

대마의 환각성분인 THC(delta-9 Tetra Hydro Cannabinol)와 달리, CBD(cannabidiol)는 환각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대마의 임상적 효과를 나타내는 성분으로 의존성이 없다. CBD의 적응증에는 뇌전증과 성인 다발성경화증, 파킨슨병이 있으며, 이 약물의 장기간 부작용에는 졸림, 식욕 부진, 설사, 피로, 불안, 무기력, 수면 장애 등이 포함된다. 

현재 국내 허용된 의약품은 2세 이상의 환자에서 나타나는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또는 드라벳 증후군과 관련된 발작에 사용되는 에피디올렉스 (CBD-OS)와, 감정실금(PBA)의 치료로 사용되는 뉴덱스타(NUEDEXTA), 성인 다발성경화증(MS)환자에게 사용하는 사티벡스 구강용 스프레이(SATIVEX Oromucosal Spray)이다. 

△의료용 대마 합법화 발자취

지난 2018년 1월, 국회의원 11명이 의료용 대마 합법화 법안을 발의하며 의료용 대마 수입의 문이 열렸다. 뇌전증을 앓는 자녀의 치료를 위해 국외에서 대마 오일을 반입하다 처벌받은 부모 사례가 80여건이 보고되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바 있다. 

국회 보건복지 위원회는 2018년 9월 20일 대마를 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마약류 관리에 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개정안이 2018년 11월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뇌전증 치료제인 에피디올렉스(Epidiolexⓡ)가 한국희귀 필수의약품센터(이하 ‘센터’)를 통해 ‘자가 치료용 대마 성분 의약품’으로 수입되기 시작했다.

△의료용 대마의 현주소 

센터는 적극적인 처방 및 치료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 다만, 센터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2108-41호)에 의거해 수입요건이 면제되는 자가 치료용 의약품에 대해 수입 대행 및 통관하는데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센터에서 직접 공급하는 의약품은 총 84종으로 자가 치료용 대마 의약품 3종을 포함한다. 

따라서 의료용 마약류 의약품을 원하는 환자는 스스로 의약품의 필요성과 불가피성을 입증해야만 한다. 우선 의사의 진단서와 처방전을 받아야 하며 식약처에 수입 및 사용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심사를 통해 식약처가 환자에게 승인서를 발급하면 환자는 해당 승인서를 센터에 제출한다. 이 과정에서 센터에게 마약류 수입대행 업무를 맡긴다는 서류인 의약품 구입 동의서와 마약류 의약품 구입 동의서가 필요하다. 이후 센터는 처방된 의료용 대마를 해외에서 수입하여 환자에게 공급하는 절차를 거친다. 최초 구입 이후 추가 구입을 원할 시에는 처방전만 있으면 된다. 

의료용 대마를 의사로부터 처방받기도 까다롭지만, 처방을 받아도 수입대행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즉각적인 의약품 사용이 필요한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료용 대마의 접근성 확대에 대한 찬반의견

한국 희귀 필수의약품 센터에서 시행 중인 ‘필수 냉장유통 희귀 난치 약 위탁배송 사업’이 정부의 예산 지원 삭감으로 2020년 2월 5일로 종료되었다. 200여 개로 늘릴 예정이었던 지역 거점 약국 사업 역시 중단되었다. 

이에 많은 희귀난치병 환자와 보호자, 많은 시민 단체들이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정부의 의료용 대마의 공급과 접근성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년기자단은 접근성 확대에 초점을 맞춰 토론을 진행했다. (본 토의에서 논의하는 ‘의료용 대마의 접근성 확대’란 의료용 대마 허가 종류 확대, 지역 약국 판매 확대, 민간 수입 권리 부여, 의료용 대마 처방 질환 확대, 보험 수가 적용을 의미한다.)

찬성: 

2018년 11월 어렵게 이루어 낸 의료용 대마의 합법화 후 1년 정도가 지난 현재, 그 노력에 따른 구색 갖추기가 되지 않았다. 이를 위해 의료용 대마의 접근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첫째로, 거점약국 확대와 건강보험 적용을 통해 실질적인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 두 번째로, 절차의 간소화가 필요하다. 세 번째로, 적응증 확대를 통해 의료용 대마가 치료에 필요하지만, 현재 승인된 적응증에 해당되지 않아 처방하지 못하는 질병에 대해서도 사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

반대: 

의료용 대마의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 생각한다. 의료용 대마의 적응증을 확대하기에는 국내 치료 데이터가 부족하고 처방 가이드 라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현 상황에서 지역 약국을 통해 의료용 대마 공급을 시작하기에는 아직 마약류 관리에 필요한 인력이 부족하고 의료용 대마의 처방부터 사용까지를 다루는 제도가 안정화되지 않았다. 이러한 제도적 허점을 통해 사람들이 쉽게 마약에 노출될 수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갈 것이다.

찬성: 

이미 WHO는 의료용 대마가 뇌전증을 비롯한 18개 질환 치료에 효과적이며 중독 위험이 없다는 보고서를 냈다. 또한 약물 유전학적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현재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대마의 의료용 사용이 암부터 녹내장, 에이즈, 만성질환, 발작, 심한 통증이나 멀미 등의 쇠약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까지 허가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식약처가 사용 가능하다고 밝힌 4종의 대마 의약품은 식욕부진 에이즈 환자 및 항암 환자의 구토·구역질 방지, 다발성경화증의 항경련 치료, 소아 뇌전증(드라벳증후군·레녹스가스토)의 치료에만 사용이 가능하다. 

이들 외 다른 질환에는 의료용 대마를 사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위의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 희귀 질환 환자들의 의료용 대마 사용 요구가 증가하고 있고 그 치료 효과가 입증된 만큼 의료용 대마의 적응증을 확대해야 한다. 

반대: 

국내에는 의료용 대마를 이용한 치료 데이터가 부족해 그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서양인과 동양인은 유전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해외 처방 가이드를 그대로 따를 수도 없다. 

허가된 의료용 대마인 에피디올렉스나 Sativex의 투약량과 투약 기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정해지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적응증 확대를 논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많은 의사들이 의료용 대마를 처방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음에도 처방하기를 두려워해 기존에 사용하던 오피오이드계 약물을 처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또한, 의료용 대마의 적응증 확대를 통해 환자들에게 의료용 대마의 공급이 증가 되면 Gateway drug effect가 우려된다. Gateway drug effect란 의료용 대마가 마약중독자로 향하는 일종의 ‘관문’ 역할을 해 점점 중독성 강한 마약에 의존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대마를 접한 사람은 나중에 다른 마약을 사용할 확률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찬성: 

의료용 대마는 마약 중독으로의 관문이 아니라, 마약성 진통제에 비해 부작용과 의존성이 적은 대체재로서 마약성 의약품으로 인한 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현재 의료용 대마 대신 광범위하게 쓰이는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는 오남용이 빈번하게 발생하며 과다 복용 시 사망에 이를 수 있고 중독성이 강하다. 미국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P)는 2000년부터 2014년 사이 오피오이드 오남용으로 사망에 이른 미국인 수가 50만 명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CBD로 만든 의약품은 오피오이드보다 훨씬 안전하며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미국에서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한 이후 오피오이드 처방이 9.7% 가량 감소했다.

반대: 

찬성 측은 환자들이 오피오이드계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는 경우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반대 측은 환자가 아닌 일반인들의 마약 입문이 우려된다. 

사회적으로 마약류 판매에 대한 제도가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CBD 오일의 공급절차를 간소화하고 민간을 통해 공급된다면 많은 유사 CBD 오일들이 국내에 유통될 것이고 환자나 일반인들이 검증되지 않은 유사 CBD 오일을 접할 수 있다. 

검증되지 않은 유사 CBD 오일의 THC 함량이 권고 기준을 초과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환자들이 원치 않은 마약류 오남용에 노출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마약 중독자들이 사회 전반에 증가할 수 있고 국내에 마약 중독 치료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감당하기에는 많은 사회적 비용이 소모된다. 이는 의료용 대마의 접근성 확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크다고 여겨진다.

찬성: 

공급 절차를 간소화하자는 주장은 처방을 간소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엄격한 처방 이후에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자는 뜻이다. 

현재는 신청 서류가 최소 12가지이고, 처방부터 식약처 승인 그리고 의약품을 공급받는 데까지 약 2개월이 소요된다. 치료를 위해 의약품을 빠르게 공급받아야 하는 환자들에게 이 기간은 너무 길다. 따라서 신청 절차의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며, 이는 의사의 처방을 받은 이후 의약품을 실제로 수령하기까지의 시간을 줄이는 것으로 환자가 아닌 일반인들의 마약 입문이나 오남용 등과는 상관없다. 

반대: 

의료용 대마 신청 후 공급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과 의약품의 수령이 어렵다는 점을 개선해야 된다는 것에 공감한다. 그러나 찬성 측이 제안한 방식보다는 센터의 예산 증액을 통해 의료용 대마의 재고를 확보해 공급 시간을 단축시키고, 거점약국의 운영을 정상화해 환자가 의약품을 수령하기 용이하게 해야 한다.

△약대생으로서의 한마디

현 제도의 현상 유지와 접근성 확대에 대해 이견이 있었지만, 논의를 통해 현재 중지된 거점약국 제도의 정상화 필요성과 건강보험 등재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게 되었다. 

이 두 가지에 도달하기 위해, ‘센터 예산 확보’와 ‘건강보험 재정 확충’이 필요하겠다. 유관 기관에서는 의료용 대마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것이 예산 확충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심사평가원의 ‘약제의 요양급여 대상 여부 등의 평가 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 제 4조에 명시된 평가 내용에 따르면 의료용 대마는 ① 대체 가능한 의약품이 없다는 점, ② 적용 대상 질병의 위중도가 높으며 치료적 이익이 큰 점에서 요양급여 대상으로 지정될 가치가 있으므로 건강보험의 등재가 되면 많은 희귀난치병 환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의료용 대마와 같은 새로운 의약품 도입 과정에서 약의 전문가인 약사가 중심이 되어 의료인과 환자, 일반 시민에 이르는 지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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