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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커밍아웃하면 안되나요?

2020-03-23 11:27:15 약사공론 기자 약사공론 기자 kkm@kpanews.co.kr

(왼쪽부터)김제은, 서현원, 이선주, 조원영, 허문정, 김소연 청년기자


△우리나라 우울증 현황과 심각성
우리나라 전 세대에 걸쳐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우울증 환자는 2013년 50만명대에서 2018년 약 백만명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최근 20대들의 우울증 빈도가 매우 증가하여 청년 우울증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소극적으로 말하는 응답자들 성향을 감안한다면, 실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조사된 우울증 환자 수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우울증의 심각성은 단순히 우울한 감정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우울증은 업무 능력 저하, 대인관계 마찰, 사회활동 단절 등으로 이어지며 심할 경우에는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통계에 따르면 1년간 우울증 환자의 10%가 자살한다. 또, 자살자의 80% 이상이 우울증 환자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한국의 높은 자살률은 우울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
이처럼 우울증은 생명과 직결될 만큼 위험한 질환임에도 현재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 중 우울증 치료를 받는 비율은 매우 적은 것은 상황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Business insider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000명 당 항우울제 복용자는 13명으로 OECD 국가 중 하위권을 차지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우울증으로 정신과를 찾는 환자는 전체에 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임에도 여전히 한국 사회는 우울증을 하나의 질병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 우울증은 ‘세로토닌의 부족’이라는 원인을 가진 엄연한 질병이다. 하지만, 사회는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 표현하며 개인의 감정 문제로 치부하여 환자들을 정신력이 나약하다고 여긴다. 또한 신체적인 질환보다 가볍다고 간주한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직장인들에게 큰 압박으로 다가간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실제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 중 31%만이 병가를 내고 나머지는 거짓 사유를 기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미국 회사의 경우 조퇴 사유 1, 2위가 스트레스와 우울감이다. 이를 통해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우울한 감정이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임을 알 수 있다. 우울증은 초기 치료 시 완치율이 2개월 내에 70~80%에 달하지만, 우울증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감정 표현에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우울증은 치료 시기를 놓쳐 자살로 될 때까지 방치되고 있다. 

더욱이 한국의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은 약 15.3%로 미국이나 뉴질랜드가 약 40%인 것에 비해 매우 저조하다. 이는 우울증을 치료하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도 부족하여 일반인 대상의 국가적 정신건강서비스가 미비함을 나타낸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는 의료, 복지, 정책 세가지로 나누어진 산하 기관 중 우울증 환자를 포용하는 '정책'부서에 가장 적은 예산을 배정하는데, 이는 우울증 치료를 위한 지원 부족으로 직결된다. 이러한 부족한 투자로 인해 인력과 서비스 면 모두 효과적인 운영을 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진국의 우울증에 대한 인식
그렇다면 선진국에서의 우울증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선진국 중 특히 핀란드와 영국은 우울증을 전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리고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인 치료를 권장하고 있었다. 

<핀란드>
핀란드는 우울증 환자가 아님에도 단지 불안장애나 불면증이 나타난다면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도 항우울제를 복용한다. 연 40만명 이상이 항우울제 처방을 받는데 이들 중 50~70%만이 우울증 환자이고 나머지는 앞서 언급한 단지 치료를 위한 사람들이 차지했다. 이는 핀란드 국민들이 정신과 치료에 대해 거부감이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또한, 정부는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방 환자를 고려해 ‘Mental Hub’ 포털을 운영한다. 이것은 3단계 케어를 제공하여 사람들이 관련 서비스를 받고 싶을 때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도를 제공한다.

<영국>
영국에서는 NHS(National Health Service)라는 제도 하에 의료시스템을 국가에서 제공하여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 계획 및 실행이 가능하다. 이는 서비스 제공자가 진료상황을 통제할 수 있고 홍보가 잘 되어 있어 접근성이 높아 국민들의 이용률이 높다. 즉, 영국에서 개인이 자신의 정신적 건강이 의심된다면, 곧바로 NHS를 찾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우울증 보험제도 변화
특정 질환에 대한 치료나 진단, 약제의 사용 여부는 보험 적용 여부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우울증의 경우 오래 전부터 국민건강보험 지급 대상이다. 현재 일부 검사, 치료 및 약제를 제외한 나머지 비용의 70%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하고 있다. 심지어 우울증 환자의 자살시도로 인한 치료 또한 원칙적으로 건강보험 지급 대상이다. 문제는 비급여 비용이다. 

비급여 비용을 책임져 줄 민간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것은 우울증 환자에겐 희망사항일 뿐이다. 과거 보험사 측은 정신질환자의 보험 가입이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이었고, 이로 인해 경증일 지라도 우울증 진료병력이 있다면 가입 자체를 거부당하는 일이 빈번하였다. 비교적 사정이 나아진 2017년에도 국내 민간보험사들은 우울증 1회 발병이면서 자살시도?약물의존성이 없고 완치 후 5년이 경과해야 보험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또한 우울증 병력을 밝히지 않고 가입했을 경우, 추후에 이 사실이 밝혀졌을 때 보험료 지급을 거부당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울증 환자는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에서도 불이익을 받아왔다. 실손의료보험은 거의 모든 질환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2016년 이전에는 금융감독원 보험업 감독업무 시행 세칙에 있는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에 근거하여 우울증 등 모든 정신질환이 보상 대상에서 열외였다. 따라서 우울증은 경중에 상관없이 실손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정신질환자에 대한 민간보험사의 불합리한 관행을 철폐하기 위해 2016년 1월부터 ‘개정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이 시행되어 신규계약부터 증상이 비교적 명확해 치료 목적을 확인할 수 있을 경우 정신질환에 대해서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보험 가입·유지 약관은 수정되지 않은 채 보상 부분 약관만 개정되었고, 더욱이 갱신주기는 축소됐다. 이에 따라 가입 조건·심사는 여전히 보수적이고 정신질환자의 보험 유지는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신질환자의 보험가입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 요구와 발의는 몇 년 동안 수 차례 이루어졌으나 번번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 4월에는 정신질환자가 각종 보험을 가입할 때 별도의 특약사항을 제시해 보험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가입 거절할 수 없도록 하는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신상진 의원 등 12명 발의)이 정무위원회의 소관위 문턱을 넘었지만 아직까지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못한 채 계류되어 있다. 이에 따라 우울증 환자에 대한 이와 같은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국회가 나서서 관련법안 통과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울증과 관련한 잇따른 이슈와 더불어 삶에 지친 현대인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우울증에 대한 인식은 과거에 비해 상당부분 진척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변화에도 여전히 우울증 환자를 향한 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으며, 우울증 치료를 위한 제도 마련 또한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따라서 보건의료계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우울증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 개선을 앞장서서 우울증 환자를 취급하는 사회적 문화와 실질적인 제도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우울증의 시작
우울증은 ‘세로토닌’이라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부족으로 발병된다. 과도한 업무, 대인관계, 정신적 충격 등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체내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이 적정량 분비되면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되지만, 장기간 높은 농도로 유지된다면 세로토닌의 감소를 일으켜 우울증을 유발한다. 

△우울증 약의 분류
우울증은 높은 질병부담을 나타내지만 적절한 치료법을 통해 꾸준히 관리함으로써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특히 항우울제 복용은 우울증을 조절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항우울제는 삼환계 항우울제(TCA), 모노아민 산화효소 억제제(MAOI), SSRI, SNRI 등 대표적인 4개의 약물군과 그 외 나머지 약물군까지 총 5군으로 분류된다.

분류에 따른 약의 기전을 정리한 표.


그 중에서, 1차약제로 많이 사용되는 항우울제는 SSRI와 SNRI로 구분할 수 있다. 이 항우울제는 선택적으로 세로토닌 재흡수를 억제하거나(SSRI),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우울증상을 개선시킨다(SNRI).

2015년 두 가지 기존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전의 약 ‘브린텔릭스’가 출시되어 주목을 받았다. 이 약의 성분은 보티옥세틴(vortioxetine)으로 Multimodal drug(MMD)에 속하는 새롭게 개발된 항우울제다. 보티옥세틴은 5-HT 수용체에 직접 작용해 그 활동을 조절하는 동시에 시냅스에서 세로토닌을 제거하는 transporter의 활동을 방해하여 세로토닌을 다중적인 방식으로 조절하는 방식으로 2013년 9월 FDA에서 승인한 바 있다. 

△보티옥세틴의 장/단점
보티옥세틴의 장점은 다중적인 방식으로 세로토닌을 조절하는 기전에서부터 기인한다. 가장 먼저, 보티옥세틴은 기존의 항우울제에 반응하지 않았던 중증의 환자군에서 유효성을 입증했다. 뿐만 아니라, 부작용 걱정을 덜 수 있다. 기존의 SSRI 약물은 흔한 부작용으로 불안, 불면, 성기능 장애, SNRI 약물에서는 심혈관계 부작용이 나타났다. 하지만 vortioxetine에 의해 발생하는 부작용은 메스꺼움과 가려움이 대부분이고 일반적으로 의학적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한 신체가 이 약에 적응함에 따라 치료 중에 부작용이 사라지기도 한다.

부작용에 이어 약효도 독보적일까. 영국 옥스퍼드 의과대학에서 실시한 메타분석 결과, vortioxetine의 항우울 효과는 기존약물보다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TCA 계열 항우울제인 amitriptyline이 위약 대비 2.14배 높은 효과를 보인데 반해, vortioxetine은 위약대비 1.66배의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가지 짚어볼 만한 사실이 있다. 첫 번째는 이 신약을 투약한 우울장애 환자들의 경우 인지기능도 향상되었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는 이 약의 안전성이다. 보티옥세틴의 약효가 매우 뛰어나진 않을 수 있으나, bupropion, rifampin과 같은 강한 cyt P450 억제제를 제외한 타 약물과의 공동 투여가 가능하며 임상적인 효과를 나타냈다.

△항우울제 사용 현황
항우울제의 사용은 전세계적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항우울제의 사용금액이 2010년 대비 2014년 22%나 오르는 등 항우울제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발표된 연구에서 전국 220만명, 8250만여건의 약물처방데이터를 바탕으로 항우울제 처방을 조사한 결과, 기타 항우울제인 트라조돈이 전체의 18.5%로 가장 많은 빈도로 처방되었으며, 전체 우울증 환자에서 항우울제 처방건의 49.5%가 단일요법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우울증 치료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미국 정신의학회에 따르면 1차 치료약으로는 대부분의 환자에서 SSRI, SNRI, 미르타자핀, 부프로피온이 적합하고, MAOI 등은 2차 약제로 본다.

△Mirtazapine의 장/단점
그 중에서도 미르타자핀(mirtazapine, 상품명 레메론)은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을 증가시켜 우울 증상을 완화시킨다. 미르타자핀은 NaSSA(Noradrenergic and Specific Serotonergic Antidepressant) 계열의 약으로 기존 SSRI, SNRI와는 확연히 다른 기전을 가지고 있다. 미르타자핀은 장점이자 단점으로 식욕증가 및 졸림의 증상을 가진다. 이러한 증상은 일부에게는 큰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수면제를 장기복용하는 환자, 체중이 저하된 노인, 항암치료중인 불안, 우울증환자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우울증에서 흔히 보이는 증상인 식욕저하, 불면을 완화시킬 수 있어 초기 약으로 선택하기 적절하며, 많은 SSRI, SNRI 계열의 항우울제와 달리 성기능장애, 오심이 거의 없고, 경련의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 장점을 가진다.

△우울증, 그대로 지나쳐도 되나요?
종종 사람들은 ‘약물 없이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한다. 그러나 실제 우울증 치료에는 약물치료를 보다 적극적으로 권하는 편이 좋다. 우울증으로 인해 힘든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우울증의 경우 지금 당장의 어려움을 돌파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거 항우울제는 주로 히스타민, 아세틸콜린을 저하시키거나 차단하는 약물이 많았지만, 1990년대 이후로는 훨씬 다양한 항우울제가 개발되었다. 이로써 부작용도 적고 효능도 탁월해 항우울제의 선택지의 폭이 넓어졌다. 환자에 맞춘 처방과 적절한 복약지도를 통해 최근 증가하는 우울증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것이다.

△약사의 역할: 적절한 복약지도
항우울제는 오랜 시간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난다. 그렇기에 적극적인 약물치료 권장에 발맞추어 높은 복약순응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약사는 적절한 복약지도에 대한 의무를 가지고, 환자에게 꾸준한 약 복용은 우울감을 치료할 수 있다고 상기시켜주어야 한다. 동시에 이 약은 약효를 볼 때까지 4주 이상이 걸린다는 점을 환자에게 설명하고, 증상이 일시적으로 완화, 악화가 반복되는 특성이 있으니 일시적으로 완화되었다 하더라도 자의로 약을 끊어서는 안 된다고 주의하여 지도 해야 한다. 특히 우울증을 겪는 환자는 약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 있어 궁금해하는 부분이나 약효가 나타나는 기전을 설명해주어도 좋다. 추가적으로 해당 환자의 약물이력을 확인하여 우울증을 유발하는 약제가 없는지 등 꾸준한 모니터링도 필수다. 

약국은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들어와 상담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초기 환자들을 많이 만나는 gatekeeper역할을 한다. 반복적이지 않은 일시적인 우울감에는 OTC(Over The Counter drug) 항우울제를 고려해볼 수 있다. 하지만 우울증 환자들은 초기에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우려하여 정신적인 감정은 잘 드러내지 않고 신체적 증상(소화기계, 근육통, 심혈관계 등)만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같은 문제로 방문하는 환자의 경우 충분한 상담을 통해 병원과 연계하여 환자가 꼭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추가적으로, 변화된 인식과 보험업법의 개정으로 우울증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적절한 시기에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준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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