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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입의 현주소, 그리고 약사가 나아가야 할 길

2020-03-30 06:00:40 청년기자단 F조 기자 청년기자단 F조 기자 wjlee@kpanews.co.kr

현재 전 세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했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으로 인한 혁명의 시대를 의미하며, 핵심은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IoT), 무인 운송 수단, 3차원 인쇄, 나노기술 6대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기술 혁신이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은 제약업계에서 주목도와 활용도가 크다. 인공지능이란 인간의 지능이 갖고 있는 기능을 갖춘 컴퓨터 시스템으로 인간의 지능을 기계 등에 인공적으로 시연한 것이다. 국내외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신약개발 및 로봇 조제 등 의료 및 제약 산업에서 다방면으로 활용하고 있다. 약업계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2016년 '세계 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에서 '제4차 산업혁명'이 주창된 이후, 인공지능이 여러 직능을 대신할 수 있다며, 미래에 사라질 직업군으로 ‘약사’가 여러 차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혁신에 따른 약사의 미래 직능에 대한 인식'(김효진, 손현순) 보고서에 따르면, 현직 약사를 대상으로 미래 약사의 직능에 대하여 조사한 결과 91.0%가 향후 5~10년 후에 조제업무의 50% 이상이 대체될 것이라 보았으며, 임상 업무 또한 50.0%가 향후 5~10년 후에 50% 이상이 대체될 것이라 답했다.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컴퓨터나 로봇이 약사를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인공지능이 약사 직능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도 아직까지 약업계를 포함한 각 산업분야에 앞으로의 방향성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다가올 변화의 시대를 대비하여 ‘약사’라는 집단에 속하게 될 우리들은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지 이번 기획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약사가 AI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AI의 도입으로 인해 대다수의 직업이 사라질 전망이라고 하나 그 중에서도 특히 약사가 전문직임에도 불구하고 없어질 직업에 해당될 것이라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는 AI가 현재 약사의 직능 중 조제 직능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조제는 처방전에 따라서 적절한 약을 적절한 양으로 한 데 포장하는 것인데, AI가 처방전을 스캔해 직접 조제할 경우 조제 오류 확률이 사람에 비해 낮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내 한 약국에서는 실제 로봇이 200만 건 이상의 처방전을 조제하였는데 한 건의 실수도 없었다는 사례가 있다.

또 의약품에 대한 전문 지식도 데이터 저장 및 업데이트를 통하여 약사보다 더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활용할 수 있다. DUR의 경우, 비록 AI의 수준은 아니지만 수많은 약물들의 상호작용 및 처방 금기를 약사가 모두 외울 수 없다는 점을 보완해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만약 AI가 도입된다면 DUR보다 더 적극적으로 약사의 직능에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이미 약국에서 로봇이 조제 업무를 상당량 대체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병원 약국의 일반 조제 업무의 자동화율이 지난 2002년에 이미 58.2%이었고, 2008년에는 82.9%로 높아졌으며 2014년에는 97.1%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이 도입한 조제로봇 '아포테카 케모'


삼성서울병원의 항암주사제 조제 자동화 로봇인 '아포테카 케모'는 조제 가능한 품목이 항암제 30개 품목이었으며 로봇 1대로 암병원 외래 암환자 처방 중 24.9%를 조제했다. 또 1일 평균 8시간 가동했을 때 일평균 조제 건수는 100건이었으며 약 2명의 약사 인력을 대체할 수 있었고, 조제 실패율은 0.98%, 중량 확인에 의한 조제 오차율 평균은 1.25%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현직 약사는 물론 미래의 약사가 될 약대생들에게는 직능의 탐구, 향후 생존 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약사가 스스로 '약국에서 조제하는 사람'으로 여긴다면 진정으로 AI에 의해서 직업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AI가 조제 직능 위주로 약사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바꿔 말하면 조제 직능 이외의 약사의 직능인 신약 개발, 복약 지도, 의약품 관련 정책 수립, 국민 건강 증진 등은 AI가 대체하기 어려움을 의미하기도 한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커뮤니케이션, 정책 결정에 있어서의 복잡한 의사 결정 등은 AI가 쉽사리 따라 하기 어려운 인간만의 능력이고, 아직까지 이러한 부분을 AI가 대체하였다는 사례는 없다.

따라서 지금은 걱정을 하기 보다는 약사만이 할 수 있는 여러 시도를 해보고, 사례를 축적하며 미래를 대비해야 할 때다.
 
◇ AI에 대비해 약사들이 준비해온 것

전문약사제도 활성화는 약사 직능 확보를 위한 대표적 사례다. 환자 개개인의 증상과 병력을 고려하는 맞춤형 약물 치료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병원약사회는 중증 환자를 위한 약료 관리에 전문적인 약사를 양성하는 '전문약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시작해 이미 700명이 넘는 전문약사가 배출됐고, 2020년에는 1000명이 넘는 전문약사가 배출될 예정이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한국병원약사회는 '전문약사 제도의 법제화'를 위해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물론 교육 시스템, 수가 등 여러 장애물은 있다. 그러나 전문약사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높아져가고 있기에 법제화를 위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세이프약국 역시 대표적인 사례다. 세이프 약국은 건강 도우미 및 상담가로서 약사의 역할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 7년간 세이프 약국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이는 포괄적 약력관리, 금연상담, 자살예방 등의 서비스를 환자에게 제공하는 사업이다.

2017년 기준 세이프 약국은 313개로 확대됐고 2016년 기준 포괄적 약력관리를 받은 시민은 1만4043명, 상담 건수는 5만836건에 이른다. 약국은 환자와 심리적, 물리적인 접근성이 높아 더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큰 장점이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2017년 '세이프 약국 활용방안 설명회'에서 이복근 서울시 보건복지위원은 세이프 약국을 서울시 25개 구로 확대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방문 약료 사업은 이와 더불어 약사 직능 향상에 도움을 줄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채프먼약학대학의 로렌스 브라운 박사에 따르면 미국은 약사가 환자 처방전 조제 시 환자를 직접 만날 권한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경기지부 주관으로 부천, 성남, 시흥, 용인 등 4개 지역에서 '방문 약료 사업'을 시범 사업으로 진행했다. 이는 약사가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직접 찾아가 약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에 더해 경기지부는 2018년 3월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방문 약사 제도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고 18년부터는 도내 10개 시·군 지역으로의 사업 확장을 통해 지자체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등 제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 밖에도 환자안전약물관리본부는 약화사고와 더불어 약사 직능을 향상할 전략 중 하나로 꼽힌다.의약품 처방과 투약 오류로 인한 사망자는 교통사고 사망자의 2배, 암 사망자의 25%에 이른다. 때문에 환자안전법에 따라 보건의료기관은 전담인력을 배치해 환자 안전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현 제도에서는 약사인력은 배제된 채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등이 전담 인력으로 배치되는 상황이다. 대한약사회는 이에 대해 약사를 전담인력으로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2017년부터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약국 참여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환자안전관리를 통해 국민건강에 기여해 대국민 약사 이미지를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의 커뮤니티 약사가 지역 주민에게 건강상담을 하고 있다. 실제 약사의 역할을 넓혀 국민건강에 이바지하도록 하는 제도는 세계 여러 곳에서 시행중이다.


◇AI 시대 약사의 생존전략

다가오는 AI시대에 약사가 발을 맞추기 위해서는 '대책'이 필요하다. 다양한 직업군에게 4차 산업혁명과 AI는 불가피하게 직면해야 하는 현실이다. 보건의료분야 중에서도 약사의 AI와 로봇의 대체 가능성이 큰데 그 이유는 직접 처방과 수술을 하는 의사에 비해 비교적 기계로 대체할 수 있는 업무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그 예로 약국이나 병원에서는 약 조제 자동화기기가 이미 보편화됐고 삼성서울병원에서는 국내 최초로 항암제 자동조제 로봇 아포테카 케모를 도입했다. 따라서 약사는 단순조제 업무를 넘어 처방전 검토에 근거한 능동적인 업무로 나아가야 한다.

대중들의 약사에 대한 시선 또한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하는 데 중요하다. 지역 약국의 조제업무가 전문적이지 않고 기계적이라는 의견이 다수이며 결국 AI의 능력과 상통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려는 약사의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지식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이를 효과적으로 환자에게 전달함으로써 새로운 시대에 적응함과 동시에 이미지 개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AI와 약사를 구분 지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측면은 환자와의 소통이다. 2017년에 열렸던 한국임상약학회에서는 정밀의약과 심화 맞춤약료서비스를 내세워 약사의 전문영역 구축에 대해 논의했다.

가이드라인 중심의 의약품 치료 대신 환자 개개인에 맞춘 복약지도와 의약품 정보 제공을 통해 약사의 전문분야를 만들어내 훨씬 효과적인 치료 효과를 얻는 것이다. 이에 더불어 인공지능의 빅데이터를 적용시켜 약사의 직능과 결합시킨다면 약사의 전문성이 더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일본의 경우 단골 약국을 지정하는 제도를 이용해 지역사회 내 약사와 환자의 밀접성을 높이고 있다. 단골 약사는 행정기관에 등록을 하고 △3년 이상 약사실무 실적 △해당약국 실무실적 6개월 이상(1주 32시간 이상 근무) △약사기능 인정기관의 연수를 받은 약사 △지역사회 내 의료 관련 활동실적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단골 약사는 주치의와 연계해 24시간 환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기계로는 할 수 없는 약사만의 영역을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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