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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배송, 안전을 편리와 맞바꿀 수 있는가?

2022-06-27 12:00:33 약사공론 약사공론


코로나19의 확산으로 2020년 2월부터 비대면 진료플랫폼을 통한 의약품 처방 및 배송이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비대면 진료플랫폼은 휴대폰 어플에 증상을 기입해 전화로 진료를 받고, 모바일 처방전을 발급받으면 약을 배달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이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코로나 재택치료 환자와 고령자 및 만성질환자의 의료 지속성 유지를 위함이었다.

그러나 곧 의약품 배송으로 인한 의약품 오남용의 우려, 불법유통의 문제 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올해 3월 비대면 진료앱을 이용한 한약사의 불법 복제약 유통 사례는 약 배달이 가지는 국민의 안전성 보장에 대한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이에 따라 약사회는 비대면 진료플랫폼 이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걱정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포함되면서 한시적 허용이 아닌 법제화 가능성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예비 약사의 시선으로 의약품 배송을 바라보고 이에 대한 생각과 의견들을 피력하고자 한다.

의약품 배송에 대한 약사사회의 입장

대한약사회를 포함한 각 지역의 약사회와 약사단체는 의약품 배송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강력히 고수하고 있다.

지난 5월 22일, 용산역 광장에서 주최된 약배송 저지를 위한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이하 약준모) 전국 약사 대정부투쟁집회에 200여명의 약사가 집결했다. 이날 약준모를 비롯해 실천하는약사회(이하 실천약) 등의 약사 단체와 전국약학대학학생협회(이하 전약협)가 합심해 비대면 투약 반대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에도 지난 5월 28일과 29일 양일간에 걸쳐 열린 '2022 대한약사회 전국 임원·분회장 워크숍'에는 약 400여 명의 약사회 인사들이 참석해 약배송은 국민안전에 대한 위협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뿐만 아니라 복지부도 배달전문약국은 '약사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몇몇 정부 관계자들도 비대면 투약의 위험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약 배달이 가져올 여러 문제점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온라인 불법 유통으로 인한 피해

약 배달이 초래할 문제 중 가장 큰 것은 온라인 불법 유통으로 인한 피해다. 현재 의약품의 온라인 판매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관련 사례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약배달이 합법화될 경우 그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불법유통 의약품에는 발기부전 치료제, 각성흥분제, 마약류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의약품은 질환의 치료 또는 예방 목적으로써 허가된 적응증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적절한 용법을 준수하지 않은 의약품의 오남용은 건강상 위협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심각한 경우 타인에게 피해가 될 수도 있음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또다른 문제점으로는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이 있으며, 개인의 의료정보를 민간 기업이 수집 및 이용할 우려도 빼놓을 수 없다. 이외에도 약 배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약품의 손상 또는 변질과 약이 다른 환자에게 잘못 배송될 경우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있다.

안전한 약물 복용을 위협하는 비대면 복약지도

다제약물 복용비율이 높은 우리나라는 '다제약물관리사업'을 통해 환자들의 약물 복용을 돕고 있다. '다제약물관리사업'이란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등 46개 만성질환 중 1개 이상의 질환을 보유하고, 정기적으로 10종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사업이다. 약사가 직접 이들의 가정에 방문하여 복용약을 검토하고 정리하여 중복 투약을 막고 정확한 복약지도로 약물 부작용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처럼 다제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들에 대해서는 DUR로도 걸러내지 못한 과잉 및 중복처방 등의 불필요한 약물 복용은 없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 즉,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처방오류를 잡아내고, 환자의 요구사항이 처방에 확실히 반영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의약품의 오남용을 막을 수 있다.

현재 비대면 투약 시 복약지도는 유선전화나 서면을 이용하고 있다. 복용방법이 각각 다른 다양한 약을 처방했을 때 그 복용법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가 많고 이런 경우 의약품의 안전한 복용을 보장하기 어렵다. 노인의 경우 유선상담으로도 약물 복용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한다.

그러나 대면 복약지도의 경우 직접 약사가 약물을 보여주며 복약상담을 해 이러한 혼동을 막을 수 있으며 환자의 복약순응도를 높여 기대한 수준의 치료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약 배달로 인한 지역약국 접근성의 하락 우려

대한민국의 보건의료 접근 수준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2022년 보건행정학회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보건의료수준을 OECD 국가들과 비교한 결과, 접근성 부분에서 한국은 OECD의 중앙값보다 높았으며 최상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약국의 접근성이 이미 높으므로 약 배달의 필요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의 경우 바이러스 자체의 전염력이 강하고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태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시적으로 약 배달이 허용된 것이지만, 전염력이 없는 질병에 대한 의약품까지도 배달을 허용하게 된다면 지역 약국의 입지가 줄어들어 결국은 접근성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약 배달, 누구를 위한 것인가?

주류마저 온라인 판매 및 배달이 법적으로 금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의약품이 온라인으로 판매되고 배달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편리함만을 추구하다 안전성이라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놓쳐서는 안 된다. 국민의 건강과 관련한 사항은 무엇보다 가장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의약품 배송은 시작일 뿐이다. 약 배달이 법제화된다면 이를 시발점으로 더 많은 규제가 풀릴 것이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논의는 뒤로 밀리게 될 것이다. 약사는 국민의 안전한 약 사용과 관련한 보건의료전문가로서 안전에 조금이라도 위험의 여지가 있다면 이를 저지할 의무와 사명을 가지고 있다. 약사의 의약품 배송 반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 약사공론 9기 청년기자단 A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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