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기자 이수민
다이어트약으로 주로 쓰이는 펜터민 계열의 식욕억제제는 향정신성을 띠기 때문에 마약으로 분류된다. 식욕억제제는 뇌에 배고픔을 덜 느끼도록 신호를 조작하고, 심장을 빠르게 펌핑함으로써 긴장상태를 만들어 식욕억제 효과를 강화한다. 이때 중추신경을 흥분 시키기 때문에 환각, 환청, 불면증과 같은 부작용을 가진다.
필로폰에 대해 떠올려보자. 필로폰에 중독된 사람들의 전후사진을 본 적이 있는가? 눈에 띄게 마른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필로폰은 뛰어난 각성효과와 쾌감을 가져다 주는 마약으로, 심각한 의존성을 가지며 중추신경 흥분작용으로 인해 정신착란을 일으킨다.
이에 중추의 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식욕억제 작용은 극대화 시키도록 고안된 약물이 바로 식욕억제제로 쓰이는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이다. 필로폰의 성분은 메스암페타민으로 암페타민에 메틸기를 붙인 구조이며, 식욕억제제는 암페타민 유사체로 필로폰과 같은 암페타민 모핵구조를 가진다.
필로폰보다는 미약하지만 식욕억제제도 중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체중 감량을 원하지 않음에도 마약성 식욕억제제에 중독돼 중단이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식욕억제제 처방 시, 향정신성 신경안정제가 같이 처방되는데, 이 또한 중독성 있는 성분이 함유돼 있다. 그 외에도 변비약, 당뇨약, 지방흡수억제제, 항경련제 등 식욕억제가 주 목적이 아닌 약들도 같이 처방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아무나 처방받을 수 있는가?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는 처방대상, 기간에 대한 의약학적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 체질량지수가 30kg/m2 이상인 환자에게 연속 최대 3개월 이내 처방해야 한다. 하지만 명확한 기준이 있음에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재 많은 비만치료전문의원에서 체질량지수 측정도 없이 간단한 상담만으로도 한 달치 식욕억제제를 처방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면 3개월치 이상의 약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형태이다.
따라서 마약섭취를 위해 고의적으로 식욕억제제를 처방 받아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청소년의 마약문제이다. 일명 '나비약' 이라고 불리는 펜터민 식욕억제제가 10대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으며, SNS상으로 나비약을 사고파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마약성 식욕억제제의 부주의한 처방과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약물 처방이 중복되는 것을 감시할 수 있는 DUR 시스템을 처방 전에 의무적으로 체크하도록 의사에게 권고할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규정에 어긋난 처방을 받을 수 없도록 실시간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펜터민 남용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 청소년들에게 식욕억제제의 위험성에 대해 알리는 등 청소년 마약사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