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마더스스토리 공모전 약사 [편지]부문

대상

아들 아 ...

안창식 약사

아들 아- 네가 내 곁을 떠난 지가 어느 덧 3년이 되어 가는구나. 몸만 떠났지 너의 영혼은 항상 내 곁을 맴돌고 있는 것 같구나. 그날 병상 하얀 시트 위에서 한 마디 신음도 없이 훌쩍 떠나 가버린 너를 잊으려 또 잊으려 아무리 애를 써도 그게 안 되는구나. 그래서 자식의 죽음을 가슴에 묻는다 하기도 하고 참척(慘慽)이라 하기 도 했나 보더라. 정말 그건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아닌가 싶다. . 길을 가다가도 저만치서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은 네 모습이 떠오르고 밥을 입에 물고 있다가도 문득 떠오르는 너의 모습이 항상 내 곁을 맴돌고 있는 것을 어떻게 필설(筆舌)로 설명할 수 있겠니. 돌이켜 보니까. 1973년. 7월 우리 가족의 아주 귀여운 둘째 아들로 내 곁에 와서 물경(勿警) 40 년 간 나와 함께 있으면서 우린 서로를 얼마나 많이 미워했을까 싶다. 언젠가는 내가 약국을 마감한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갔을 때 네가 아파트 문을 잠그고 끝내 열어주지 않아서 다시 약국으로 돌아가 쪽방에서 웅크리고 거의 밤을 새면서 너를 미워했고 언젠가는 네가 말을 듣지 않아서 야단을 했더니 차에서 내려 문이 부서지도록 닫았던 일이 있었지... 그런 일 말고도 우리 부자(父子)는 너무 많이 다투며 살았고 너무 많이 혐오(嫌惡) 속에서 지낸 것 같구나. 내가 너에게 너무 옹졸(壅拙)했었고 네 앞에서 내가 너무 고집(固執)스러웠던 것 같구나. Y 대학병원에서 온갖 검사와 오랜 진찰을 통해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미소뇌순환장애 '진단 MBD ( Minimum Brain Disfunction) 을 받았고 쉽게말해서 너를 ‘발달장애(發達障?)’라 하기 도 하고 ‘정신지체(精神遲滯)’라고 해서 특별한 환자 취급을 했을 때 나는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았단다. 종종 일반인들에게 이용당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실수를 대신 뒤집어쓰는 바람에 오해를 받거나 그것이 문제가 되어 반사회적(反社會的)인 사안(事案)을 만드는 일이 있었고 그 외에는 여느 사람들과 크게 다를 게 없었기 때문에 때로는 나는 네가 고집을 피웠을 때 때려주기까지 했었지.....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때리는 것이 너에게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을 거야.... 사랑하면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고 용서해 주고 도와주는 거지... 사랑하기 때문에 때린다? 그건 말이 안 되는 거겠지... 네가 생각하기엔 이건 역설(逆說)이고 엄청난 변명(辨明)이고 괴 변(怪辯)일 수 밖에 없었을 거야. 정말로 난 네가 무척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들이었어. 그래서 잘 되라고 야단도 치고 때로는 너의 자유를 제재하였기 때문에 너도 유난히 나를 미워했었지... 정말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했는지도 몰라. 그런데 난 정말 널 사랑했단다. 눈만 감으면 시도 때도 없이 너는 새끼 곰처럼 항상 내 곁에 있고 잠잘 때에도 끔 속에서 나를 찾아와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웃고 있었고 .언젠가 너와 내가 ‘싸나이 대 싸나이’로 팔씨름으로 한 판 붙었을 때 내가 패했던 일이 자주 나타나곤 하는 걸 보면... ( 팔 씨름 사진 따로 응모 하였음) 그 때 그 천진난만했던 모습이 너와 나의 일생에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때였나 싶구나. 아들아- 내가 너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단다. - 난 너를 너무 사랑했었어.. 이 말을 네가 떠나기 전에 너의 두 뺨을 마주 잡고 이마를 부비면서 나누고 싶었던 말이었는데..... 아니면 그냥 머리 위에 두 팔로 하트 모양을 그리면서 “사랑해-”라고 했거나 그것도 못되면 두 손가락을 부비면서 ‘하트’를 만들기라도 했으면 했는데..... 이젠 너무 늦었구나. 그래도 나는 너를 미워하지 않았다는 말은 꼭 하고 싶구나. 아들아- 네가 있는 나라에 나도 갈 수 있다면 그날 다시 만나 못 다한 이 말을 마저 하고 싶구나. - 난 너를 너무 사랑했단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