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마더스스토리 공모전 약사 [편지]부문

최우수상

엄마의 도시락

천효빈 약대생

엄마, 요즘은 집에 같이 있어서 얼굴 보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편지 쓰려니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네. 그래도 내가 서울에서 학교 다녀 떨어져 지낼 때보다 집 근처 약대 와서 같이 있으니깐 좋다 그치? 우리에겐 많이 멀었던 길, 아득히 쉽게 보이지 않았던, 과연 그 곳에 우리를 위한 자리가 있을까 마음 졸이기도 했던, 그 곳 약대에 이윽고 합격해 벌써 두 번째 여름을 맞았네 나의 입시는 엄마의 입시이기도 했어. 수능 재수 때 매주말 거르는 법 없이 도시락 싸 준 엄만, 서울로 학교 가 약대 입시 준비한다며 기숙사 밥투정하는 못난 딸에게 다시 도시락을 싸서 보내주었지. 암수술 받은 지 10여년. 당신의 몸 건사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당신이 힘든 것 보다 멀리 떨어져 있는 딸이 혼자 힘들어 할게 더 견디기 힘들었나봐 전화로 투정할 때마다 매 번 보내준 눈물겨운 정성, 엄마의 도시락 내 20대 초반 어설프고 힘겨웠던 타지생활 근근이 견디게 해 준 마지막 버팀목 젓가락, 도시락 인정받지 못한 고생, 서울 타지수험생활 입시에 낙방해 모든 걸 뒤로하고 집에 내려와 다시 약대 입시 준비했던 자존심 바닥 내려간 딸에게 엄만 당신의 몸이 힘든 것보다 내가 다시 일어서지 못할 게 더 견디기 힘들었나봐 아버지 눈치 보며 아무 말 못하고 다시 공부하는 딸에게 늘 그랬듯 언제나 그랬듯 엄만 다시 도시락을 싸주었어. 그 때 왜 나만 힘들다고 생각했을까 도시락을 준비하며 엄만 어떤 마음이었을지 조금만 생각할 수 있었다면 공부가 덜 힘들었을지 몰라. 어쩌면 나보다 더 힘들 당신이 덜 힘든 딸에게 도시락을 싸주는 걸 알았더라면 조금 더 감사히 좀 더 힘을 내어 공부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못난 딸 투정 다 받아주어 고마워, 철없는 딸 투정 가득 담긴 도시락 빈 그릇 씻으며 엄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약대 면접 보러 가는 길 참 춥고도 먼 길, 길고 긴 시간의 기다림 끝 엄마의 도시락을 먹고 난 면접을, 당신과 나의 입시, 당신 인생과 나의 인생의 면접을 보았어 도시락 맨 밑부터 차곡차곡 숟가락 들어갈 틈 하나 없이 엄마의 사랑, 정성어린 수고 기도 눈물 한바닥 딸의 투정 받아낸 아량 그 모든 것 층층이 쌓여져 마침내 합격이라는 배가 도시락 위로 뜨게 된 거야 엄마 고생 많으셨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세요 사랑합니다 !